앨리의 꿈 이야기  2018. 06. 12. 화


꿈의 시작은 알 수 없지만, 세상이 아비규환이다. 거인이 등장했다며 사람들은 혼이 빠진 모습으로 도망 다니고 있다. 여기서 거인은 "몸이 아주 큰 사람"이 아니라 괴물에 가까운 공포의 대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우리는 왜 꿈의 시작을 늘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보통 꿈에서 깨면, 깨기 직전의 장면이 가장 생생하다. 특히 깜짝 놀라서 깼을 경우는 마지막 장면이 실제로 겪은 일처럼 소름 끼치게 생생하다. 전체 스토리를 기억하기 위해서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내용 정리는 되지만, 처음 시작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룻밤에 기억하는 꿈은 많지 않아도 실제로 꾸는 꿈의 양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 시작까지 기억하는 건 무리이기 때문일까? 단 한 번 꿈의 시작을 정확하게 기억한 적이 있다. 그건 바로 자각몽을 경험했을 때이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자각몽을 꾼 것이 아니라, 잠들기 전부터 작정하고 루시드 드림을 유도해서 꿨을 때이다. 


꿈을 기억해내는 방식이 평소의 꿈처럼 깨기 직전의 장면에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첫 시작부터 내가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가 순차적으로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게 내가 경험한 자각몽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다시 꿈으로 돌아가, 거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다. 내 옆에는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초등학교 때 친구가 한 명 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어딘가를 향해 급하게 가고 있다. 사람들처럼 거인을 피해 도망가는 게 아니라, 거인을 물리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난 친구에게 말한다. "이 거인을 물리칠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 우리가 방법을 찾아야 해."라고 한다. 난 항상 영웅이 되고 싶은가 보다. 항상 멋진 역할은 다 맡아서 하는구나. ㅋㅋ 날지 못하는 친구를 한 팔로 끌어안고, 빠른 속도로 낮게 날아간다. 그리고 한참을 여기저기 찾아헤맨다. 


처음에 우리가 손에 넣은 무기는 총인데, 총알이 보통 것과는 다르게 생겼다. 마취총 같기도 하지만, 총알은 아주 작고 짧은 못처럼 생겼다. 사이즈와 모양이 거의 압정 수준이다. 이 작은 총알로 거인에게 과연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총에는 단 한 발의 총알만 들어가는데, 이 특이하게 생긴 총에는 장전하는 방법을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한 발의 총알로 거인을 무너뜨리긴 어려울 것이다. 장전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했다. 계속 고심하면서 그 압정처럼 생긴 총알을 한줌 수북하게 손에 잡는다. 


그때 마침 거인이 그 근처에 있는 걸 발견한다. 어떤 건물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군인, 경찰, 시민 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 그 순간 거인은 잠에서 깨었고 사람들의 총알로는 거인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 일어난 거인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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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꿈을 아주 가끔씩 꾸긴 했지만, 평생 살면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다. 내가 주로 꿨던 건 공룡 꿈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키가 대략 4m 정도라면, 이 거인이 그보다 훨씬 더 컸다. 내가 가진 총 역시도 전혀 소용이 없다. 우린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다. 


그때 근처에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심하게 싸우고 있다. 투견 대회 같기도 하다. 멀리서 본 모습은 개라기보다는 거의 늑대에 가까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얼굴은 시베리안 허스키같고, 체구는 자이언트 말라뮤트 같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견종이다. 


아무리 사납게 싸워도, 아무리 덩치가 큰 개라고 해도 그 거대한 거인과 싸워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왠지 이 개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중 한 마리를 데려가는데 그 사납던 개가 어찌나 나를 순순히 따르던지.. 개를 비롯한 어떤 동물들도 꿈속에선 별로 호의적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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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 그렇게 이쁘게 생각하는 강아지들도 꿈속에선 항상 으르렁대며 나를 물려고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꿈속에서 강아지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현실과 똑같이 귀엽고 나를 잘 따른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베리안허스키와 자이언트 말라뮤트를 합쳐놓은 것 같은 개를 데려가면서 나의 한쪽 손을 보니 어떤 칼을 쥐고 있다. 문구용 칼심이다. 칼의 케이스는 없고 칼심만 있다. 그게 거인을 상대하기엔 얼마나 약해빠진 칼인지 잘 알 것이다. 그걸 손에 쥐고 싸운다는 건 너무 얼토당토않는 일처럼 여겨진다. 


우선 이걸 손에 쥐고 싸우면 내 손이 다칠 우려가 더 크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보이는 천을 손에 둘둘 말고, 그 칼심에도 천을 말아서 손잡이처럼 만들어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무기들은 너무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이기도 하다. 





거인은 깨어난 후로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나는 지체 없이 하늘로 붕 날아올라 거인을 향해 돌진한다. 그 연약해빠진 칼 하나를 손에 쥔 채... 설명을 하자니 잔인한데, 그 칼을 거인의 배를 향해 꽂아서 그대로 목까지 깊이 박아 넣고 그어올린다. 


거인에게 그 정도 상처는 바늘에 긁힌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칼이 거대해진 것인지, 그 거인이 작아진 것인지 거인의 몸에선 피가 철철 흘러내린다. 물론 그 칼로 거인의 몸을 가르는 나도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거인의 살이 두부처럼 부드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보다 몇 배는 더 단단했다. 칼을 쥔 손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그어 올릴 때 죽을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엔 칼로 목을 그었다. 당장 죽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은 분명하다. 거인은 비틀거리면서도 입은 살아서 이번엔 자기가 공격할 차례라고 각오하라고 말한다. 


나는 여유롭게 뒤를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고 충고해 준다. 거인이 뒤돌아 보자, 내가 데려온 그 개가 정말 귀엽고 순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며 있다. 개가 커진 것인지 거인이 작아진 것인지 둘의 크기가 비슷하다. 그렇게 귀엽고 세상 순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다가 일순간 돌변하여 늑대처럼 거인에게 달려든다. 나는 내가 할 일을 다 마치고, 여유롭게 뒤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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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과 싸워서 이기다니!!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운 것만 해도 칭찬해 주고 싶은데, 그런 부실한 무기로 사력을 다해서 거인을 죽인 건 정말 대견한 일이다. 거인 꿈 해몽에 대해서 알아보자. 거인이 꿈에서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꿈의 내용에 따라서 거인이 의미하는 바가 달라질 것이다. 


만일 자신이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거대한 거인이 되었다면, 그건 어떤 욕구들을 상징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남들보다 우월하고 대단해지고 싶은 욕구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거나, 원하는 지위에 있거나, 혹은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굳이 자신이 거인처럼 거대해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현실에서 이미 충족이 되기 때문이다. 


거인이 계속 쫓아오거나 자기와 맞서 싸우는 상대로 나온다면 그건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서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일 것이다. 거인을 피해 끊임없이 도망만 다닌다면 그 일들에 대해서 지레 겁먹고 회피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 공포, 부담감, 스트레스,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나를 한 번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꿈해몽에서도 거인과 싸워서 이기는 꿈이나 거인을 죽이는 꿈은 길몽으로 풀이한다. 역경을 극복하는 의지로 원하는 결과를 이뤄내는 길몽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거인에게 계속 쫓기고, 거인에게 잡아먹히는 꿈은 흉몽으로 풀이한다. 


누구에게나 극복하기 힘든, 제대로 바라보기조차도 두려운 문제들이 있게 마련이다. 내 안에 거인과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화해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거인은 화해를 위해 내민 손을 쉽게 잡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실체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 꿈속에서 거인으로 나타난다면, 도망가기 전에 한 번쯤 거인의 실체를 가만히 바라보자. 그리고 진짜 네 정체가 무엇인지도 한번 물어보자. 이걸 물어보려면 우선 자각을 해야 한다는 점! 기승전 자각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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