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의 꿈 일기   2018. 04. 21. 토



하늘을 날며 멀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이곳은 꽤 익숙한 곳이다. 꿈의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는데 이곳에 오면 항상 같은 방향으로 날아다녔던 것 같다. 


신선한 녹음 속 도시가 공존하고 있으며 바다만큼 넓은 강이 나오기도 한다. 내가 날고 있는 바로 아래로 비행기가 날아다니기도 한다. 이런저런 익숙한 풍경을 보며 나는 이곳이 전에 자주 왔었던 그곳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린다. 


푸른 자연 속에 도시 사람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바빠 보인다. 계속 날아갈수록 점점 도시의 모습은 사라지고, 거대한 대자연의 모습이 드러난다. 더욱 푸르고 울창한 숲, 거대한 나무, 거대한 물줄기...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날아가고 있는데 이건 평소와는 뭔가 좀 다른 느낌이다. 



대부분 이렇게 자연이나 도시 풍경을 구경하며 날아다니는데 갑자기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주변이 잘 보이지 않고, 낯설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 아래 세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게 내가 매우 높은 고도로 날고 있다는 걸 느낀다. 


꿈에서 늘 이렇게 날아다니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날아본 적은 별로 없다. 구름 사이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그곳의 날씨는 매우 불안정하여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퍼붓기도 한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구름에서 막 만들어낸 비와 번개, 천둥을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온몸으로 맞아내고 있다. 인간이 맨몸으로 이곳을 날아간다는 건 정말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춥고 공포스러운 순간이다. 날아가다가 구름으로 된 성벽을 만나고 나는 그곳을 있는 힘껏 오르고 있다. 


그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 일은 쉴 새 없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느낌이다. 이런 날씨에는 비행기를 타고 지나가는 것도 안전하지 않겠지만, 이 작은 맨몸으로 그대로 노출된 나는 한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로 느껴진다. 구름도 비도, 천둥, 번개도 너무 공포스러운 순간이다. 


외롭고 공포스럽고 추웠다.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걸 보니 사는 게 참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성난 날씨는 마치 심판하고 단죄하는 무자비한 신처럼 느껴졌다. 나는 신을 믿지만 심판하고, 질투 많고, 단죄하는 신을 믿지는 않는다. 


그것이 상당수 인간이 만들어낸 신의 이미지란 것을 깨달은 후로는 종교의 틀 속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인간이 사회 속에서 종교를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그런 공포를 자아내는 신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인간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그런 신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때론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 가장 공포스러운 법이다. 나는 결국 살아남았나 보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고요하고 환한 빛이 온몸을 감싼다. 매우 평화롭고 가볍고 따뜻함과 감동을 느낀다. 이는 많은 임사체험자들의 경험과 비슷한 느낌이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마치 죽고 다시 태어난 것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던 처음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와 있다. 이것이 윤회의 과정인가? 나는 다시 하늘을 날아올랐고 좀 전과 똑같은 방향으로 다시 날고 있다. 


그 공포스러운 경험을 다시 하겠다는 것인가? 트라우마가 생겼을 법도 한데 마치 나는 그 두려움의 실체를 맞닥뜨려서 극복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그곳을 향해 날아간다. 


전생에 풀지 못한 숙제를 현생에서 꼭 다시 풀어야 하거나 혹은 전생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현상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양팔의 허우적거림도 없이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공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날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날기가 편안하다. 어느 날은 너무 낮게 날아서 전선에 걸리기도 했고, 더 높게 날고 싶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무언가에게 쫓기며 팔을 날갯짓하듯 심하게 허우적거릴 때도 있고, 한없이 무겁고 지친 몸으로 힘겹게 날 때도 있었다. 


이번 비행은 너무나 편하고 가볍다. 물살에 몸을 맡기듯 공기의 흐름에 그저 몸을 맡기고,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 기분이 정말 상쾌하다. 아래를 보니 도시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계속 날아서 도시를 벗어났을 때 그 구름 속으로 다시 들어가진 않았다. 웅장한 대자연 속에 거대한 성이 보인다. 아니, 보인다기보다는 느껴진다. 거대한 성의 모습이 외부에 드러나 있는 게 아니라, 거대한 바위를 절단하면 그 안에 성의 웅장한 문이 있다. 


나는 마치 투시라도 하듯이 선명하게 그 성의 모습을 본다. 외부로 드러나면 안 되는 비밀 요새처럼 느껴진다. 그 성은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왜 내 눈에는 보이는 거지?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서 그곳에 착륙한다. 


성은 대부분 하얀색이고 거대한 문도 눈부시게 깨끗한 흰색이다. 성의 일부 둘레는 황토 같기도 한 흙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가 어딘지도, 내가 들어가도 되는 곳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보지 않을 수 없다. 


너무 거대해서 열릴 것 같지 않은 문을 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이 세상의 모든 게 갖춰진 곳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지구를 압축해 담아놓은 것처럼 이 안에는 없는 게 없이 모든 게 갖춰진 곳이다. 


처음 들어간 곳은 식당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 10명 미만의 사람들이 식사 중이다.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 희끗희끗한 수염을 기르고 있는 50대 후반 이상의 남성들이다. 


그때 그곳의 책임자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다가와서 식판과 음식을 담는 위치가 어디인지 자세히 설명해 준다. 나는 그에게 이곳에 지구상에 있는 모든 게 갖춰져 있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나는 갑작스럽게 이곳에 오게 되었고, 내가 이 안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기에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어떤 신분확인도 하지 않았고 이곳에 있는 것을 허락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은 분명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이고, 그들도 모두 서양인의 외모를 하고 있다. 어떤 언어로 소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혹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생각하는 순간 바로 소통되는 기분이다. 


외계인이나 혹은 먼 미래에 지구인들이 이런 소통 방식을 쓴다고 했다. 언어가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시대가 오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는 한정된 언어에서 오는 소통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은 정말 어디란 말인가? 나는 신기한 이곳을 구경하고 다니다가 꿈에서 깬다.


이 꿈은 정말 생생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번 꿈은 일반적인 꿈해몽으로 풀이할 꿈은 아니다. 천둥, 번개, 벼락 맞는 꿈에 대한 해몽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길몽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꿈에서는 그런 해석은 의미가 없다.


구름 사이에서 비와 번개, 천둥소리를 온몸으로 맞아내는 작은 인간의 공포와 고통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고통 후에 맛본 평온함과 환희, 밝은 빛의 따뜻함, 그리고 비밀 요새를 탐험했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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