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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성장/마음공부 & 감정읽기

[일상톡 주저리주저리] 사랑, 그 온도와 속도의 차이

by 앨리Son 2019. 2. 17.

 

그녀는 심한 열병을 앓듯, 사랑앓이 중이다. 이건 친구 얘기다. 꼭 이렇게 '친구 얘기다, 누구 얘기다.' 하면 자신의 얘기더만? 하지만 이건 진짜 친구 얘기다. 

 

살면서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그래서 이 친구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 이 친구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만큼... 인격마저 변하게 만드는 게 사랑이다. 아.. 나는 사랑 타령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나의 닉네임 아이디 앞에 상당수 love가 들어가지만, 포괄적 의미의 사랑이다. 

 

사랑 타령을 좋아하지 않는 건, 나도 그만큼 많이 아파봤기 때문에 두렵다는 얘기다. 사랑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때론 밀당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천천히 다가갈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너무 좋으면, 그 감정이 너무 뜨거우면 거리감 조절이 쉽지 않다. 

 

 

나 혼자 안달 나 있는 기분, 나 혼자 애타는 기분을 깨닫게 되는 순간, 비참한 기분도 함께 찾아온다. 함께 하고 있어도 짝사랑과 다를 바 없다면 수시로 기대와 좌절을 오가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잠깐 멈춘 롤러코스터에서 내려, 속에 있는 모든 걸 토해낸다. 쓴 물, 단물 다 뱉어내고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때, 그녀의 속은 뒤집어질 대로 뒤집어진다. 몸도 마음도 아프다.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다. 좀비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짝사랑의 열병엔 약도 없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목을 매달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에 애타고, 혼자 생각하고 짐작하고 화내고 사과하고...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무너져내린다. 나는 그 마약 같은 사람, 그 마약 같은 사랑을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약 같은 사람에게 나 역시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충고할 처지는 아니지만, 보는 나 역시 속상하다. 마약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딱히 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없다. 중독, 집착이란 것 자체가 좋지 못한 것인데 그 대상이 마약이라면 더더욱 나쁜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그 사람의 조건은 최악 중에 최악이다. 어떤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지는 내가 알 길 없다. 사랑받기에 충분한 그 친구가 사랑을 애걸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과히 좋지 않다. 

 

결핍은 또 다른 결핍을 낳을 뿐이다. 부족함에 집중하는 순간, 우리 일상 주변 곳곳에는 부족함의 현실이 창조된다. 이건 믿거나 말거나 진리다. 물론 이게 진리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통과 결핍을 끊임없이 스스로 창조하고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큐피드의 화살은 왜 늘 이렇게 어긋나는 것일까? 상대가 원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속도가 느린 사람에게, 온도가 미지근한 사람에게, 너무 뜨거운 온도로 빠르게 푸시 한다면 상대는 힘들 것이다. 푸시 하는 본인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나 역시 정말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믿거나 말거나 사주에서는 불 중에서도 엄청난 큰불, 태양이라고 한다. 그 밝고 환한 빛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게 내가 이 생에서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내 안에 있는 그 뜨거운 감정 때문에 늘 힘들 때가 많았다. 

 

아마도 그것이 향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그 뜨거운 열정이 늘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평온하지만, 속은 항상 뜨거움에 활활 불타올랐다. 그래서 내가 비 오는 날을 그렇게 좋아하나 보다. 

 

남들은 비 오면 옷이 젖고 꿉꿉하고, 축축 처져서 싫다고 한다. 하지만 난 촉촉한 비가 내 마음을 어느 정도 차분하게 식혀주기 때문인지 기분이 한결 더 맑고 좋아진다. 햇빛이 쨍쨍한 날도 물론 좋다. 어떤 날씨인들 난 다 좋다 ^^

 

이런 뜨거운 감정과는 달리 나는 사랑에는 늘 소극적인 자세였다. 정말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다. 뜨거움과 함께 엄청난 절제력을 주셔서, 뭔가 과하다 싶으면 나는 얼른 자제를 하곤 한다.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인지 상대는 내가 자신의 손에 잡히지 않아 늘 안달 나 하곤 했다. 사실 그건 계산된 밀당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니다. 뜨거운 감정은 늘 나를 정신 차릴 수 없게 만들고, 그런 감정에 휩싸이는 게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의 통제권 밖에 있는 기분이 너무 싫을 뿐이다. 

 

 

나의 미지근해 보이는 태도가 사실은 너무 뜨거운 온도 때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남자들은 내 머릿속, 마음 속보다는 껍데기를 더 궁금해하는 것 같다. 거기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고 싶진 않지만,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다.

 

몇 년 전 한참 어린 대학생 남자애들과 일 때문에 자주 만났던 적이 있다. 어느 날은 그중에 한 명이 외제차를 몰고 와서 타라고 했고, 나는 별생각 없이 그 차를 탔다. 그 다음날도... 뭔가 너무 성급하게 다가오는데, 나는 그게 너무 부담스럽고 의심스러운 생각부터 들었다. 

 

대학생이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게 잘못인가? 물론 그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차 중에도 외제차가 많다. 나의 편견인지 몰라도 종합적으로 볼 때, 여자를 꼬시기 위한 모든 행동을 너무 티 나게 한다는 게 눈에 빤히 보였다. 어린 남자들은 이럴 때 정말 단순하다고 느낀다. 여자는 훨씬 더 복잡하다. 

 

학창시절에는 또래 남자친구를 좋아했던 기억이 없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남자 사람을 좋아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나보다 한참 어린 남자들에게 대시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건 기분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꽤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해두자.

 

나이를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사랑에는 국경, 나이, 인종, 성별이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팩트는 나에 대해서 충분히 알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남녀가 끌리는 데 0.1초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다. 

 

그래도 너무 성급하게 다가오면 의심부터 드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 생각이 대부분은 맞을 것이다. 남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여자사람과 남자 사람은 애초에 다를 뿐이다.

 

예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하던 시절, 사람들은 다이어리보다는 사진첩을 보길 더 좋아했다. 글보다는 사진이, 사진보다는 영상이 보기에 더 편한 건 사실이다. 나는 호감을 가진 사람의 미니홈피를 볼 때, 다이어리에 더 집중하는 편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으로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이 요즘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지내는지 알 길이 없다. 사진에는 그냥 잘 지내는 척이 있을 뿐이다. 다이어리에는 진짜 속내가 담겨있다. 나는 그걸 알고 싶을 뿐이다. 

 

반대로 내 미니홈피에서도 사람들이 사진보다는 다이어리를 더 읽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진에만 열광하곤 했다. SNS는 사진이나 영상을 짧고 강한 글로 표현한다. 긴 글을 주저리주저리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 트렌드에 맞지 않게 나는 장문의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블로그가 더 편하고 좋다. 

 

음악을 들을 때도 처음엔 곡의 전체 느낌에 집중하지만, 가사 분석은 꼭 하는 편이다. 가사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듣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곡이 그런 내용이었어?라고 뒤늦게 아는 사람들도 있다. 가사를 모르고 곡을 이해하기란 사실 좀 어렵다. 그건 좀 반쪽자리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요즘엔 별 의미 없는 가사도 많아서, 굳이 가사를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곡도 많지만... 그 곡이 자작곡이라면 더더욱 가사를 분석한다.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알 수 있으니까. 그게 경험담이든 자신의 바람, 이상이든, 잠재된 욕망이든, 허구의 창작물이든 어떤 가사를 쓴다면 쓴 이유가 있겠지? 

 

글 쓰는 사람은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사진 찍는 사람은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 모든 건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지만, 공개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제약이 많다.. ㅋㅋㅋ

 

어쨌든, 친구의 미친 사랑 앓이를 보는 지난 몇 달간 나 역시 많은 마음공부를 했다. 이 미친 감정의 급물살에서 꼭 살아남아주길 바라고, 버려야 할 것은 물살에 모두 떠내려 보내길 바라본다.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나면 더 좋은 게 올 것이고, 부쩍 더 성장해 있을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는 이미 보인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내 것이 아닌 것은 놓아버리자.. 내 것이면 버려도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그걸 믿고 이만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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