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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성장/마음공부 & 감정읽기

연예인과 팬의 관계란?

by 앨리Son 2019. 4. 21.

 

요즘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는 뉴스 중에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 역시 늘 누군가의 팬이지만, 연예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별 관심은 없다. 내 인생 하나 똑바로 사는 데 집중하기에도 시간은 늘 부족하니까...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일로 보고 싶지 않았던 이름이 떡 하니 떠있는 걸 보게 된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그런 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다. 지금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한때는 그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에 며칠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팬도 아닌데 무슨 상관일까만은, 그래도 그가 내 인생에서 꽤 많은 추억을 차지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온라인으로 쪽지를 많이 나누던 때, 처음 그에게서 쪽지를 받은 날 너무 좋아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 그대로를 정말 순수하게 좋아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팬질, 덕질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것은 사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이다. 그게 왜 헛된 희망인지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꽤 오래전 공연 일을 했을 때, 대표님의 강력 권유로 소개팅 제의를 받았다. 첫 앨범을 준비하던 모 가수였다. (유명한 사람은 아니라 이름을 밝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아마도 요즘은 활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바로 그의 친구였다. 이용을 하자면 그 소개팅에 응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이상하게 얽힌 관계로 만나고 싶지 않아서 소개팅은 거절했었다.

 

그와 친분이 있던 선배가 내 주변에 있었고, 그와 통화하는 것,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 선배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많았던 때이다. 그때는 정말 그 끝이 무엇이든, 혼자 상처받고 끝난다 해도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도 컸다. 사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그렇다. 연예인으로서 보이는 모습은, 잘 포장된 완벽한 모습이다. 요즘은 SNS를 통해 가식 없는 솔직한 사생활을 많이 공유하는 시대지만, 그 또한 포장된 모습의 일부이기도 하다. 연예인을 팬으로서 계속 좋아할 수 있는 건, 그 포장된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 포장을 다 벗겨내도 여전히 멋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철저히 그 반대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끝까지 팬으로만 남거나, 사적인 관계를 맺는 어떤 사이가 되거나 둘 중에 하나만 가능하다. 둘 다 가능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인격이 아주 훌륭한 사람의 경우에 가능할 것이다.

 

현실의 내 남자를 보라. 내 남편, 내 남친을 보라. 너무 가식 없이 다 보여줘서 질릴 대로 질려버린 현실 남자를 보라. 10~20년 함께 산 남편의 팬이 되라면 될 수 있겠는가? 환상 속에서 깨어나라고 외치지만, 인간은 늘 환상을 꿈꾼다. 그게 없으면 스타와 팬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팬들은 스타의 솔직한 사생활을 궁금해한다. 가식 없이 보여주는 행동을 좋아한다. 완벽하게 풀 세팅된 모습보다는 노 메이크업에 면도 안 하고, 안 씻고,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끌고 다니는 현실적인 모습을 더 좋아한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스타가 아니라 내 친구 같고 동생 같고 오빠 같고 길거리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만만하고 친근한 사람 냄새를 원한다. 하지만 또 일할 때는 완벽하고 멋있게 해내고, 자기 관리는 철저한 사람이길 원한다. 

 

무대에서는 화끈하게 놀아도, 무대 아래에서는 안 화끈하게 노는 사람이길 원한다.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섹시한 남자일지라도, 무대 아래에선 그 섹시함을 사랑하는 한 여자에게만 보여줄 지조 있는 남자이길 원한다. 

 

이쯤 되면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지? 이렇게 바라는 것은 끝도 없이 열거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걸 받아들이는 거야. 그의 실수도, 가치관이 다른 점도, 그의 단점도, 내 눈에 거슬리는 모든 것들도... 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영원히 팬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그럴 수 없을 때,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을 때, 그럴 이유들이 사라졌을 때 탈덕을 하는 거지.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난 참 많은 팬질을 하고 살았다. 2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덕질은 차치하고라도, 시시때때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의 팬으로 살았다. 

 

그 음악성이나 연기 등에 깊이 매료되어 시작되지만, 대부분은 인간적 끌림이 바탕된다. 또한 그들은 늘 내게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연예인과 팬의 관계에 대해서 검색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글과 책 내용도 있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뭔가 안심이 되었다. 연예인은 많고, 그 팬들은 훨씬 더 많으니 그런 생각, 고민 한 번쯤은 하게 되지 않을까. 27년째 이어오는 우리 팬덤은 너무 거대한 팬덤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는 늘 덩어리 또는 새우젓이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또한 너무나 싫기도 한 관계였다. 1:1 뇌파를 한 명 한 명 다 쏴주고 있다고 오빠님이 우리를 위로했지만, 팬은 역시 덩어리일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1:1의 관계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 게 현명하다. 

 

소규모 팬덤에서는 연예인과 팬의 관계가 조금 모호하게 흘러가기도 한다. 공중파 모 방송에 몇 달간 출연했던 한 사람의 팬이었던 때가 있다. 가수도 배우도 방송인도 아닌, 무대에 서는 특정 직업이었다. 소규모 팬덤의 장점은 스타와 팬의 1:1 관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연락도 주고받고,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한다. 

 

나중에는 내가 팬인지 지인인지, 무슨 관계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물론 팬에서 시작해서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연이면 그 또한 가능하겠지. 나도 한때 그런 걸 꿈꾸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결국 나는 깊은 상처를 받고 그 모든 걸 스스로 끝내야 했다.

 

대규모 팬덤이라고 다르지도 않다. 모 배우의 팬이었을 때, 다양한 나라의 팬들도 많고 연령층도 워낙 다양해서 팬카페에서 노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팬들과 함께 여러 촬영장에 놀러 가기도 하고, 생파, 사인회 등을 다녔다. 사실 그 연예인과 함께 하는 순간이 얼마 되겠는가? 

 

결국은 다양한 팬 친구들을 사귀는 게 이 팬질에서 가장 남는 일이다. 물론 이 또한 팬질이 끝나면 끝나버릴 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딱 거기까지가 즐거운 일이었다. 직업의 특성상 연예인을 자주 만나는 어떤 팬 언니를 알기 전까지는... 

 

그때는 나 역시 그런 직업이었지만, 그래봐야 나는 지방에서 근무하며 가끔 전국을 다니는 정도였지만 이 언니는 국제적으로 노는 언니였다. 게다가 만만찮은 재력을 가졌고, 외모도 아름다웠다. 팬카페에서 놀다가 이 언니와 친해져서 자주 통화를 했다. 

 

정모와 함께 그 배우의 생파가 있던 날, 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어쩌면 더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팬 중에는 해외에서 오신 할머니도 있었고, 나와 친한 분 중에는 엄마뻘도 계셨다. 비슷한 연령대와 동생들도 많았다. 10살쯤 어린 동생은 스스럼없이 내게 반말하며 친구처럼 대했고, 덕분에 급 친해졌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 대상이 연예인일 경우는 훨씬 더 친해지는 속도가 빠르다. 좋아하는 공연을 보러 간 사람들의 표정을 보라. 기다리는 순간부터 그 공연을 보는 내내 그 가슴 벅찬 설렘을 느껴보라. 그들에게선 아주 밝고 강력한 에너지가 나온다. 그 에너지 속에서 사람들은 금방 친해진다. 

 

 

생파가 끝나고 나와서 다들 인사하고 헤어지려는데, 그 언니는 빨간색 외제차 스포츠카를 아주 다급하게 몰고 와서 우리에게 소리쳤다. 얼른 타라고! 언니가 너무 다급하게 소리쳐서 얼떨결에 타긴 했다. 조수석에 탄 나는 언니가 너무 밟아대는 바람에 약간 공포를 느꼈다.

 

나도 스피드라면 한 스피드 즐기지만, 이 언니의 행동은 순간 너무 광적으로 느껴졌다. 그때부터 우린 본의 아니게, 야밤의 미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미행해서 뭐 어쩌려고? 그리고 언니의 빨간 스포츠카는 너무 튀거든? 이건 미행이 아니라, 대놓고 따라가는 것이다. 

 

앞서 달리던 밴은 점점 더 속도를 높였고, 우린 조마조마했다. 그렇게 한참 달리다가 밴은 어느 골목 쪽으로 조용히 들어갔고, 우리도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밴은 골목에 조용히 멈춰 서서 시동을 끄고 있었다. 매니저님이 내려서 한 소리 하겠다 싶었다. 

 

촬영장을 다니면서 매니저님이랑 안면 트고 좀 친해졌는데, 정말 이상한 팬으로 찍히겠다 싶어서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차에서는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우리는 언니를 설득해서 그만 돌아가자고 했고, 우리의 야밤 미행은 그렇게 끝났다. 이런 행동을 정말 싫어하는 나로선 그날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 언니의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 그 배우와 함께 하는 술자리에 다녀와서, 내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듣고 싶지 않았던 충격적인 TMI를 계속 날렸다. 그 언니를 통해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 버렸다. 

 

그 언니는 계속 나를 부추겼다. 다음 술자리에는 나를 꼭 데려가겠다고 했다. 물론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어쨌든 내가 좋아했던 배우고 그런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다면 누구든 혹하지 않겠는가? 누구든 호기심에라도 한번 가볼 만할 것이다.

 

하지만 가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재밌게 놀라고? 놀기는커녕 그 실망스러운 모습을 눈앞에서 본다면, 눈물부터 날 것 같았다. 어쩌면 몰라서가 아니라 그런 사적인 부분은 알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본 연예인들의 다수가 그랬고, 그들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서 굳이 상처받을 일도 없다. 

 

하지만 팬이 되면, 마음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허황된 믿음이라도 믿고 싶어지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싶어진다. 내가 바라는 게 물론 초식남에 성인군자는 아니다. 하지만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는 것과 전자의 갭은 너무 크지 않은가? 그냥 그 중간 어디 정도이면 좋지 않을까?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때론 모르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알고 나면 계속할 수가 없다. 알고 나도 계속할 수 있는 게 진짜 팬이라면, 나는 그냥 가짜 팬이었던 걸로 결론!

 

소규모든 대규모 팬덤이든 팬이라는 것은 적당한 거리를 둘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그 적당한 거리란 뭘까? 라이트 한 팬의 기준은 뭘까? 상대가 가수라면 그 음악만 듣고 좋아하는 것이다. 그가 배우라면 그의 영화, 드라마 속 캐릭터에 매료되고 그 연기만 좋아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이름, 나이 정도가 다다? 그 사람에 대한 사적인 관심은 1도 없는데 오로지 그 음악과 연기만 좋은 것이다. 스타의 입장에선 그런 경우 팬이라고 느끼기 힘들지도 모른다. 공연 때 보러 와주고, 선물도 주고, 내가 당신 팬이라고 강력하게 어필하는 팬들만 팬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그렇겠지. 그렇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계 한번 타겠다고 그렇게 난리들이잖아. 그 난리 북새통에 나까지 끼고 싶지가 않네 이제 더 이상!! 내가 원한 관계는 그런 게 아니거든.. 

 

연예인과 팬이란 뗄래야 뗄 수 없는 너무나 밀접한 관계이지만, 그 관계라는 이름으로 규명 짓기에도 애매모호한 관계다. 1:1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방적인 관계가 대부분이니까.. 연예인의 관점이 아닌, 오로지 팬의 관점에서는 라이트 한 팬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결론짓는다. 

 

※  공유, 불펌 불가능한 글입니다.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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