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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성장/마음공부 & 감정읽기

[카톡 실수 에피소드] 신의 장난 같은, 실수로 이어지는 인연

by 앨리Son 2019. 6. 24.

 

차고 넘치는 사진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오늘은 기필코 정리 좀 하자 마음먹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싸이월드가 생각나서, 탈퇴를 했는지 그냥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몇 년 만에 다시 로그인을 하는데, 평소에 계속 쓰던 패스워드도 아니었는데 어쩜 손가락은 그걸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아마 그때 사진만 정리하고, 계정은 그대로 뒀었나 보다. 몇 년 전까지 비공개 다이어리를 일기장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그때 글들을 다시 읽어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2시간을 넘긴다. ㅠ 역시, 비공개 글은 가감 없이 내 마음 그대로를 다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비공개 글만 쓰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개할 수 있는 글을 써야지. 비공개 글을 공개 글로 바꾸자면, 수정해야 할 표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 부분은 빼고, 이 부분은 수정하고... 그렇게 다듬어나가는 과정에서 절제와 비움을 배운다. 

 

 

 

제목 : 어제 실수 작렬!! 나 이상한 여자 아니다..ㅠㅠ

 

카스(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이 들어와서 "아놔 이런 거 깔기 귀찮은데.." 하면서 깔고, 친구 수락을 했다. 친구 추천 목록을 쭈욱 보면서 누가 있나 보다가 손가락이 잘못 눌려서 누군가에게 친구 신청을 하게 된다. 앗!! 아무나 막 친구 신청하면 안 되는데.. 

 

폰에 저장된 번호라고 다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고 연락 안 한 지 오래된 사람한테 생뚱맞게 친구 신청하는 것도 웃기잖아. 그래서 친추한 사람이 누군가 보니, 엥? 모르는 이름.. 누구지? 이 사람 번호가 왜 나한테 저장되어 있는 거지? (물론 번호가 바뀐 사람일 수도 있고, 워낙 정리 안된 번호들이 많으니 이제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번호도 많을 것이다.)

 

 

사진이 있어서 얼굴을 보니, 얼굴을 봐도 역시 모르는 사람이다. 어려 보이는 남자다. 친추 취소를 하려니 바로 찾을 수도 없다. 에잇.. 뭐 모르는 사람이 신청했으니 수락 안하겠지 생각하고 그냥 뒀는데 그 남자가 친구 수락을 했다. 이런.. 지금은 카스를 안 해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모르는 사람과 친구를 맺는 일이 별로 없었다. 폰에 저장된 실제 친구, 지인들과 주로 친구 맺고 지내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느껴졌는데... 그러니 인스타처럼 아무나 팔로우했다가 언팔 했다가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그런 느낌의 공간은 아니었다. 

 

친구 수락 잠시 후 카톡으로 "누구세요?" 하고 물어온다. 누구세요?는 내가 묻고 싶은 말입니당...ㅠ 실수로 친구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나니 이름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도 같다. 전에 ****에서 잠깐 알았던 동생 같아서 거기에서 일한적 있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우린 서로 혹시 아는 사이인데, 기억을 못 하나 싶어서 여기저기 장소를 꺼내며 기억을 애써 더듬어본다. 남자는 이제 갓 스무 살이라고 한다. 너무 어리다. 그때 나보다 딱 14살이 어렸다. 그다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내 나이를 말하고 우린 아는 사이가 아닌 것 같다고, 실수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대화창에서 나오려 했다. 

 

신의 장난 같은, 실수로 이어지는 인연

 

보통은 그쯤에서 모르는 사이인가 보다 하고 인사하고 나갈법한데 이상하게 우리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그 남자애가 말을 계속 이어가니까, 나도 나가려다가 말을 받고 있고, 마무리 지으려다가 또 계속 말이 이어지고... 그렇게 한참 대화가 이어진다. 어린 남자애들은 보통 말도 단답형으로 많이 하고, 말수 적은 애들이 많던데 애는 은근히 톡 수다가 여자급이다.

 

그때 다른 단톡방에서 친구들과 대화중이었는데, 오늘 번개모임을 갖자는 내용이었다. 그중 몇 명이 갑자기 그러면 못 나간다고, 제대로 날 잡고 만나자는 대화중이었다. 나는 급만남이 좋아서, "난 이런 만남 좋은데 ㅎ"라고 찍었다. 그렇게 톡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그 스무 살 남자애 대화창에서 "그럼 우리 연락하고 지낼까요?"라는 말이 미리 보기로 뜬다.

 

뭐야.. 애는 왜 연락하고 지내자는 거야? 어린애가.. 하면서 그 대화창으로 가보니, 거기엔 "난 이런 만남 좋은데 ㅎ"라고 찍혀있는 것이 아닌가?;;; 아 소오롬;;; 여기다가 찍었구나..;;;; 근데 그게 또 상황에 얼추 들어맞는 말이잖아. 실수 같지가 않잖아!! 또 실수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너무 민망한 것이다. 

 

두 번이나 실수하고, 저쪽에서 실수라고 느낄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 그런 사람 아니다 ㅠㅠㅠㅠ 입장 바꿔 내가 스무 살 여자라면, 34살 아저씨가 저런다면 진짜 실수라도 이상한 수작으로 보일 것 같다. 하고많은 말 다 놔두고 왜 하필 그 말이 그 창에 찍혔을까;; 

 

 

친구들한테 말했더니 실수 아닌 것 같다며, 무의식중에 의도한 것 아니냐며 나를 궁지로 몰아세우는데 ㅋㅋㅋ 근데 그렇다고 그 말에 동조하는 남자애 너도 참... 앞으로 대화창 여러 개 동시에 하지 말자. 할 땐 정신 차리고 하든가 쫌!!

 


 

이런 내용의 일기였다. 다시 봐도 웃기네 ㅋㅋ 얼토당토 아니하게 이런 어린 남자만 자꾸 꼬여서,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사주는 태어나서 한 2~3번 본 것 같고, 점은 본 적이 없다. 철학관에서 하는 말이 그냥 받아들이란다. 꽤 어린 남자를 아들처럼 키우며(?) 살 팔자라고 한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라도 결국은 큰아들 하나 더 키우는 것과 다름없는 게 결혼이란 얘기를 숱하게 들어왔다. 그러니 남자는 나이를 떠나서 여자가 엄마처럼 보듬어줘야 할 존재라며, 그러니 이왕이면 어리면 더 좋지 않냐고 하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말이지만 그 당시 나는 듣자마자 "싫어요!"라고 내뱉었다. 

 

"저는 연상 만나고 싶단 말이에요. 오빠가 좋단 말이에요."라고 하자, "나이가 뭐 중요하나. 그럼 오빠라고 부르면 되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지금...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는 게 포인트가 아니잖예여..;;; 어쨌든 이분의 결론은 나는 연상을 만나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란다. 

 

어린 남자가 계속 들어오게 되어 있단다. 나는 그 당시 그 말에 진심으로 좌절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연하 커플은 드라마나 연예계에서나 있는 일이지, 보통의 상식(내가 이런 표현을 쓰게 될 줄이야..)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선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나는 어린 남자가 주변에 꼬일 때마다 경계하며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그렇게 철벽을 치고 내 또래나 더 나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정작 지루해서 견딜 수 없어 한다. 내가 연하와 성향이 더 잘 맞는다는 걸 사실 알고 있지만,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다. 

 

그렇게 또 도망치고, 결국 또래나 연상을 만난다. 그리고 또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얘긴 아니다. 그가 이 글을 볼리도 없지만.. 인내심 많은 그에겐 고맙다.) 중요한 건 분명 나이가 아니다. 포인트는 그게 물론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나도 모른다. 나도 써나가는 중이니까... 기대해.. 어떤 결말을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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