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적 성장/마음공부 & 감정읽기

씁쓸한 이야기, 그 사람은 변한 게 없다.

by 앨리Son 2019. 7. 13.

 

며칠 전 이른 아침 7시경에 친구로부터 톡이 온다. 이 시간에 톡을 잘 하지 않는 친구가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걸 봤냐고 물으며, 내가 보지 않은 사건 하나를 알려주고 충격이라고 한다. 내 글을 읽고 나면 그게 누구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직접적인 키워드로 이 글을 노출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공개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면서 나는 왜 공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충격이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나는 전혀 충격이 아니라고 말한다. 충격은 이미 10년 전에 받았다. 그땐 내가 너무 순수하게 사람을 잘 믿고, 순수한 눈으로만 바라봤는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게 과연 있을까? 고정불변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히 그곳에서 우리를 비춰줄 것 같은 태양 역시도 언젠가는 그 수명이 다하는 날이 올 것이다.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섭리일 뿐이다. 그 변화의 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진화할 수 없다. 

 

그 사람은 변한 것이 없어서 놀랄 것도 없다. 10년 전 처음 충격을 받았을 때, 너무 혼란스러웠다. 함께 했던 수많은 좋은 사람들은 내가 혼란을 잠재우고 그들과 계속 함께 하길 원했다. 그래, 함께한 정이 있어서 나도 끊고 나오기가 너무 힘들었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곳에서 계속 웃고 떠들었지만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그 무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무리를 나오고도 그 사람들은 줄곧 연락해 왔다. 내가 나간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함께 하길 원했지만 모르면 몰랐지 알고는 계속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 후로도 계속 그곳에 있었을까? 지금은 충격을 받았을까? 아니면 안쓰러워하고 있을까? 역시나 감싸주고 있을까? 어쨌든 결국 언제 터져도 터질 일이 터진 것뿐인데,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내가 한때 좋아했던 사람들이 변해가거나, 혹은 실체가 드러나거나, 말로가 점점 좋지 못한 일을 자주 보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라는 노래 가사(봄여름 가을 겨울 노래)처럼... 자꾸 씁쓸해지곤 한다. (여기서 변했다는 건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이다. 그 당사자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술로 흥한 자 술로 망한다 하였다. 여자로 흥한 자 역시 여자로 망한다. 도박으로 흥한 자, 도박으로 망한다. 젊어서 술, 담배, 노름, 여자를 가까이한 남자는, 80세가 넘어서도 비슷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다. 

 

성당에서 엄마가 활동하시는 레지오 모임에, 한 80대 할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서 쓰러지셨다. 남편 되는 할아버지께 연락했더니 당장 오지를 않더란다. 그 남편은 젊어서부터 80이 넘어서도 여전히 카바레를 돌며 제비처럼 사신단다. 

 

할머니는 볼품없는 외모에 폭삭 늙고 여기저기 병드셨는데, 할아버지는 반들반들 윤이 나는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계신다. 할아버지는 혼자 즐겁게 사셨고, 할머니는 평생 맘고생에 혼자 늙으신 게다.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게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 상처 주는 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럴 거면 결혼이란 걸 하지 말았어야지. 두 사람 간의 약속이란 걸 하지 말았어야지. 그런 사람은 결혼하면 안 돼..라고 말하고 싶지만 두 사람 사이의 카르마는 결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할아버지는 가해자, 할머니는 피해자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꼭 그런 건 아니다. 아, 이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주제에서 너무 벗어나는 얘기다. 어쨌든 그렇다... 

 

과거를 보면 현재를 알 수 있고, 현재를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알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중간에 전혀 다른 인생 대 역전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질주하는 방향에서 엄청난 힘으로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사람이 쉽게 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자는, 한방에 훅 간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쌓아올리기는 또 얼마나 힘든가. 사람 사이에 믿음 역시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깨는 건 정말 한순간이다. 

 

황금 같은 이 시간에 내가 이런 씁쓸한 얘길 하고 있다니... 금요일은 항상 즐겁게 보냈는데, 오늘은 그냥 씁쓸한 기분을 안고 조용히 보낸다. 이런 일을 자주 겪다 보니 사람을 믿는 게 겁난다. 쉽게 정 주고, 쉽게 잘 믿던 나도 이제 많이 변했다. 변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훗~

 

※  공유, 불펌 불가능한 글입니다.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공유 버튼 이용 온라인 스크랩만 허용합니다.
무단 복사 도용 및 2차 변경을 금지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