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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추석 한가위 보름달이 똥글똥글 예쁘기도 하다-

by 앨리Son 2019. 9. 14.

 

나지막하게 뜬 추석 한가위 보름달이 크고 밝고, 똥글똥글 예쁘기도 하다-

 

추석인 13일 밤에 뜨는 보름달은 완전한 만월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육안으로 보기엔 더없이 완벽하게 동그랗다. 호텔 델루나의 만월이처럼 이쁘다. ("딱 네 드라마다."라며 주변에서 보라고 보라고 성화를 부려서, TV 안 보는 나도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에 몰아보기로 다 봤다.) 

 

밤에 산책 나온 사람들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모두 2019년 추석 보름달 찍기에 바빴다. 요즘 스마트폰은 워낙 성능이 좋으니 달 표면 무늬 찍기도 무리 없다. 프로 모드로 찍는다면 말이다. RAW 파일 저장까지 가능하니 참 좋아진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뭐 해주세요. 뭐 되게 해주세요. 뭐 갖게 해주세요. 뭐 이런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라는 소원은 빌지 않았길 바란다. 신의 마음이 곧 인간의 마음이고, 인간의 마음이 곧 신의 마음이라 했다.

 

인간도 뭘 자꾸 해달라고 요구만 하는 사람에겐 뭘 해주기가 싫다. 뭘 해준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계속 감사해 하는 사람에겐 뭔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다. 그러니 없으니 달라는 결핍의 기도는 이제 그만...ㅋㅋ

 

 

추석보름달, 한가위보름달

 

이 보름달은 추석 보름달은 아니다. 한창 보름달 찍기에 빠져있을 무렵에 DSLR 카메라에 망원 렌즈로 찍어서 약간 보정한 사진이다. 오늘, 아니 자정이 넘었으니 어제 육안으로 본 보름달만큼 예쁘진 않다.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기진 않는다. 

 

 

때론 그 반대인 경우도 물론 있긴 하다. 평범한 풍경이 예술 작품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어떨 땐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 눈에 담고 마음에만 남기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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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꽃다발 들고 천주교 묘지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가는 길. 성묘조화도 많은데 그 인위적인 느낌이 싫다. 조화는 시들지 않지만, 생화는 시들어 죽는다. 하지만 그게 자연의 섭리니까 자연스러운 게 좋구나. 장미 가시 때문에 포장된 그대로 받아오긴 했지만, 산소에 가서 꽃만 빼서 흙에 심어놓고 왔다. (비닐 포장지는 꽃다발 파는 곳에 다시 돌려줌.)

 

 

 

추석 전날까지 비가 와서 성묘 가는 길은 진흙투성이 길이다. 가파르고 한 사람 정도 지나갈 만큼 길이 좁다. 성묘 가는 사람들 모두 조심조심 산길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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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있음. 조심"이라는 푯말도 보인다. 벌초하다가 아버지가 벌에 쏘여 119에 실려 가신 적도 있기 때문에 벌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여기는 그나마 길이 좀 넓어져서 두 사람 정도는 지나갈만하다. 하지만 오른쪽은 풀숲이 우거진 낭떠러지. 한발 한발 조심하자.

 

성묘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앞서 내려가고 있는 한 커플을 보게 된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모르겠지만, 남자분이 여자분에게 지나친(?) 배려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그보다 남자의 스타일에 먼저 눈이 갔지만 말이다. 

 

퉁실퉁실하게 덩치 좋으신 분이 까만색 뿔테안경에 간지나는 밀짚모자(농부모자 아님.)를 쓰고 한쪽 팔 전체는 문신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진흙길을 내려가면서 여자분의 손을 잡고 한발 한발 내딛는 걸 돕고 있었다. 

 

그건 마치 걸음마를 막 시작한 딸내미의 손을 잡고 케어하는 딸바보 아빠의 모습 같다. 앞에서 여자분의 손을 잡아주던 남자분은 이제 아예 자세를 돌려서 백스텝으로 가파른 산길을 내려간다. 그 커플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다 설렐 뻔. ㅋㅋ 

 

 

성묘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CGV 영화관으로 갔다. 가족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고르다가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보게 된다. 실컷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사전 정보 1도 없이 그냥 코미디인 줄 알고 고른 영화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였다니...

 

웃긴 장면도 있었지만, 울다가 나온 영화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한국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추석에 가족들 모두 모여서 보기엔 감동, 웃음 포인트가 적절하여 괜찮았다.

 

 

 

그렇게 영화 보고 저녁 먹고, 달밤에 운동하러 나오니 어느 때보다 동그랗고 크고 밝은 한가위 보름달이 반겨주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프로모드 없이 그냥 막 찍으면 위에 같은 허접한 보름달 사진이 완성된다. 마침 기차도 지나가고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계속 기차, 비행기, 전투기가 수시로 지나간다. 

 

 

2019년추석, 풍성한한가위 

 

스마트폰 보름달 사진은 영 아쉬우니까 언젠가 찍었던 산책로 주변 야경에 보름달 합성. 판타지 느낌 나게 엄청 거대하게 달을 넣어봤더니 장르가 호러로 바뀐다. 역시 달 사진 가지고 노는 건 언제나 재밌다. 

 

추석이 지나면 이제 정말 가을이 오는 느낌이고, 그렇게 가을로 접어들면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석 달 하고 보름 남은 2019년도 지금처럼 잘 살아보자~ 예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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