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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성장/마음공부 & 감정읽기

남사친과 여사친,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다 vs 불가능하다

by 앨리Son 2019. 12. 22.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다 vs 불가능하다는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과연 정답이 있을까? 우선은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냐면,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도, 실제로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으니까 말이다.

 

만일, 남녀 사이에 친구가 불가능하다면 지금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있는 여사친, 남사친의 관계가 모두 변질되고 왜곡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 역시 그렇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은 하다. (가능 vs 불가능의 극단적인 질문에는 우선 가능이다. 1,000명 중에 1명이 가능해도 가능은 가능이다.) 

 

다만,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다를 것이고 분명한 것은 여사친이 많은 남자친구는 어쨌든 싫다는 점이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다는 말이, 모든 이성친구 사이가 순도 100%의 순수 친구 감정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두 명 정도와는 순수한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성 친구가 많아지면 그 친구들 사이에는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도 등장하게 마련이다. 

 

 

 

자신의 경험으로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적정한 거리를 잘 유지하거나 일대일보다는 여러 명이 만나는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일대일의 관계이고, 아주 친밀한 관계이더라도 이성친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성끼리 친구가 가능은 하지만, 그것이 동성친구와 동일한 선 상에 놓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여사친과 또는 여자친구가 남사친과 "단둘이 여행을 간다면 보내주겠냐? 남녀 사이에 친구가 성립되면 단둘이 여행 가는 게 뭐가 문제냐? 보내줄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논리이다.

 

여기서 답은 남녀 사이에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이성친구와 단둘이 여행을 가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것을 믿고 보내줄 여자도 남자도 거의 없겠지만, 그것은 믿음을 떠나서 배려의 문제다. 동성친구도 그냥 친구고, 이성친구도 그냥 친구이지만 이성친구를 동성친구와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동성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성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녀 사이 친구가 되는 것은 가능하나, 동성친구보다는 좀 더 조심스러운 관계임은 분명하다. 어떤 의견 중에는 이런 댓글도 보인다. "남녀 친구일 수는 있지. 지금은" ^^;; 그렇다. 현재까지는 친구이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남사친 여사친의 관계다.

 

그리고 이는 연령에 따라서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 대학생 때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체 생활에서는 이성친구도 동성친구만큼 허물없을 수 있다. 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남사친 여사친의 관계는 점점 변질될 우려가 높다. 씁쓸하지만 그런 일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여사친 남사친의 관계는 아주 쿨한 관계일 수도 있고, 애매한 관계일 수도 있다. 동성친구를 예로 들어 보면, 친구라고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동성친구 중에도 사람을 끄는 강한 매력이 있는 친구도 있고, 그냥 평범하고 편안하기만 한 친구도 있다. 동성친구 중에도 더 매력적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이성 친구는 어떻겠는가? 그 사람들 중에도 아무 케미 없이 동성친구처럼 편하기만 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꽤 능력 있고 매력적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성친구 간에도 동성친구와 다를 바 없는 관계가 분명 있을 것이고, 뭔가 묘한 감정이 오가지만 내색하지 않는 관계도 있을 것이다.

 

친구관계마저 망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마음을 숨기는 경우는 사실 비일비재하다. 자신은 그냥 친구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의 숨은 속마음까지 100% 다 확인해본 것은 아니니 말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소재로 약간 각색하여 하나의 상황극을 만들어 본다.

 

며칠 전 남사친과 단둘이 저녁식사 약속이 있었다. 함께 만나던 다른 친구들은 거의 결혼해서 가정을 이뤘고, 다 함께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오랜만에 미혼인 남사친과 단둘이 보게 된 것이다. 그날 나는 평소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쓰고 나갔다. 그건 그 남사친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는 물론 아니다. 여사친과의 약속이라도 똑같았을 것이다.

 

평소에 추위를 극심하게 타서, 겨울에는 꽁꽁 싸매고 다니는 편이다. 하지만 요즘은 연말이고 기분을 내고 싶은 마음에 편하고 따뜻한 스타일보다는 좀 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고 다닌다. 모직 체크 (조금 짧은) 반바지에 살색 스타킹을 신고 무릎 바로 아래 길이의 롱부츠를 신고 롱 코트를 입었다.

 

 

평소 메이크업은 비비 쿠션에 립 틴트나 립밤이면 끝이다. 아이 메이크업을 안 한 지가 1년이 넘은 것 같다. 사놓고 쓰지 않아서 굳어버린 마스카라에 스킨을 약간 섞어서 발라본다. 굳은 마스카라에 스킨을 섞어 쓰면, 시간이 지나면 점점 번져서 너구리가 될지도 모른다. 열심히 꾸미고 살 때가 분명 있었는데 요즘은 메이크업이 너무 귀찮다.

 

오랜만에 아이 메이크업으로 눈에 힘을 주고, 추운 날씨에 다리를 내놓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색다르다. 어떤 식으로든 삶에 변화를 주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남사친은 평소와 조금 다른 내 모습에 흠칫 놀라는 눈치다. (이런 스타일을 종종 하지만, 남사친을 만날 때는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나를 스캔하던 그의 시선이 허옇게 내놓은 허벅지에 머문다. 나는 가볍게 한대 때리며 "야! 스캔 그만해." 하며 우린 음식점 안으로 들어간다. 표현에 서툰 남자에게 어떤 외모 칭찬을 들으리라고는 기대조차 안 한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남사친은 낯선 내 모습이 별로 적응이 안 되는 눈치다.

 

"나 오늘 이상해? 메이크업 별로야?" 그러자 그는 "그건 아닌데... 좀 야하다."라고 한다. 야하다는 말은 때론 칭찬처럼, 때론 욕처럼 들린다. "뭐? 야하다고?? 왜 다른 여자사람들은 하는 김에 좀 더 세게하지, 왜 하다가 말았냐고 하던데??"라고 대답하며 거울을 꺼내 그렇게 별로인가 싶어서 얼굴을 살핀다.

 

사실 메이크업 얘기가 아니라, 바지가 짧다는 소리라는 것쯤은 짐작한다. 핫팬츠만큼 심하게 짧은 건 아닌데, 여름이 아닌 겨울이라 더 휑해 보이나 보다. 얼마 전에 본 어떤 글이 생각났다.

 

내가 마음공부를 하며 영적으로 성장하거나, 혹은 사회적인 성공을 향해 가는 등의 어떤 변화 자체를 주변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비교에서 오는 질투도 있겠지만, 변화로 인해서 자신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관성의 법칙대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동물이다. 늘 하던 대로 익숙하고 편한 것을 좋아한다.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변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런 관성의 법칙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의 변화도 좋아하지 않는다. 여하튼 그 순간은 그 생각이 떠오르며, 남사친의 반응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했다.

 

롱 코트를 벗고 있다가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내 허벅지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옆 테이블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다. 자리에 앉아 코트를 다리에 덮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내놓고 다니면, 남자든 여자든 시선이 그 다리에 머물게 되어있다. 그건 그 다리가 예뻐서도 아니고, 그냥 본능적으로 사람은 노출된 부위에 시선이 쏠리게 마련이다.

 

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남사친이 빨리 나가자고 재촉해서 급하게 나온다. 왜 그렇게 서두르냐고 했더니, 옆 테이블 아저씨 봤냐고 계속 대놓고 쳐다보더라고 한다. 한 번은 나도 눈이 마주쳐서 알았지만, 그 후로는 신경을 끄고 있었다. 그러면서 은근 폭풍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추위도 많이 타면서 긴 바지 입고 오지, 왜 그렇게 짧은 걸 입고 와서 시선을 끄냐는 식으로 말이다. 위에 코트를 입으면 다리가 거의 다 가려지는데, 단추를 안 잠그면 앞에서는 허벅지가 보이니까 단추 좀 잠그라고 말한다. 어이가 없었다.

 

"너 너무 오버다? 누가 보면 남친인 줄 알겠네. 아니 잔소리할 여친이 없어서, 나한테 잔소리야? 잔소리하고 싶으면, 여자친구 만들어서 네 여친한테나 해."라며 장난스럽게 면박을 줬다. 어떤 낌새를 채고 있었지만, 이날을 계기로 확실히 느꼈다.

 

 

장소를 옮겨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이 남사친이 계속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누가 내 머리카락 만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계속 만지는 것이다. 내 이름을 외자로 부르며, 친근감을 더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남친이 이렇게 머리 만져주면 좋겠지?"라고 한다.

 

무슨 60년대 영화 남자배우처럼 느끼한 목소리로 장난을 치며 말이다. 나는 이 남사친에게 이성적인 호감은 1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볼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이 남사친의 생각은 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언젠가부터 계속 느껴온 것이다. 그래도 '설마 아니겠지'라고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언젠가 이 남사친이 남녀사이에 친구가 되는 것과, 그 친구 사이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물었던 적이 있다. 물론 이런 질문을 한다고 다 상대방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의 흐름상 이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고, 그때 그 친구가 핑계 댄 것처럼 진짜 자기 친구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나는 과거 경험 하나를 얘기했다. 친구 관계에서 서로 이성적 호감이 있음을 알았지만, 연인으로 잘 발전하기는커녕 친구 관계마저 깨져버린 경험이었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경우에 연인으로 잘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친구로도 지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서로가 마음이 있다면 어차피 그런 상황은 감안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런 얘기를 남사친에게 하면서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이라고, 일방적인 관계이면 연인도 친구도 안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농담처럼 혹시라도 너는 나한테 고백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나는 친구 하나 잃고 싶지 않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농담처럼 철벽을 칠 수밖에 없었다.

 

편하고 말이 잘 통하는 남사친 하나를 잃고 싶진 않은데, 만일 상대방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된다면 친구로 계속 지낼 수 있을까? 연인이 될 수 없다고 친구 관계도 깨져야 할까? 그게 한쪽에겐 못할 짓이라면 서로 안 보는 게 나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마음을 자꾸 표현한다면, 받는 쪽에서도 매우 곤란할 것이다.

 

한쪽이 마음을 숨기고 친구로라도 보겠다고 결정한다면 친구관계는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이쪽도 저쪽도 둘 다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이런 낌새를 한쪽에서 알아차리면 자연스럽게 친구 관계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남녀 사이의 친구는 분명히 될 수 있지만, 역시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여사친 많은 남자는 남자친구로 두기 싫은 부류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별 뜻 없더라도 만인에게 친절한 스타일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런 남자가 더 매력적이고, 호감을 살만한 사람이라는 걸 부인할 순 없지만 만인의 연인은 만인의 연인이지, 내 연인이 아니다. 미안하지만 만인의 연인은 천지 쓸 데가 없다. 잘할려면 한 여자한테만 티나게 잘해라. (갑자기 감정이입 휴...)

 

한쪽만 처신을 잘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다. 본인은 친구로 생각하고 만나도, 상대방 생각까지 똑같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사람은 겉으론 웃어도 속으론 울 수도 있다. 사람은 겉으론 괜찮다고 아니라고 말해도, 속으론 딴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게 사람이다. 그러니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남사친 많은 여자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한 번씩 여러 명이 함께 보는 자리면 몰라도, 단둘이 보는 남사친 관계가 많다면 어떤 남자친구인들 의심 없이 쿨하게 이해해줄 것인가. 남녀 사이 친구는 분명히 될 수 있지만, 이성친구가 많은 사람을 애인으로 두기 싫은 것 또한 사실이다.

 

별 답도 없는 얘기지만, 언제나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를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음을 주는 사람도, 주는데 받을 수 없는 사람도 피차 괴롭긴 마찬가지다. 어긋나는 마음에는 참 답도 없는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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