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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성장/DREAM TRAVELER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꾸는 몽환적인 아침꿈

by 앨리Son 2020. 4. 5.

 

   앨리의 꿈 일기     2020. 04. 02. 목

 

바로 며칠 전 꿈이다. 보통 꿈 일기를 게시물로 올릴 때는 몇 달 내지는 몇 년씩 지나고 올리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입조심을 하는 게 여러모로 좋기도 하고, 충분한 시간을 거쳐 꿈 분석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꿈은 특별한 꿈해몽은 없다. 해몽을 보고자 검색해서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어떤 정보라도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심리 분석을 하고 일반적인 전통 꿈해몽을 넣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해몽이나 꿈 분석에 크게 집중하진 않는 편이다.

 

꿈을 꾸는 과정에서 이미 모든 걸 체험하고 느꼈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만으로, 그 스토리를 풀어서 정리하는 과정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낀다. 제법 긴 꿈 이야기를 정독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단편 소설을 읽듯 글의 주인공이 되어 함께 이 꿈을 즐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침에 깨기 직전 꿈이다. 알람을 몇 단계로 맞춰두고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며 일어나지 못한다. 아침에 꾸는 꿈은 특히 생생하고, 꿈과 현실의 경계가 더더욱 불분명하다. 분명 잠에서 깨서 잠시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인데,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일이 펼쳐지고 있다. 

 

 

반은 꿈에, 반은 현실에 걸쳐두고 아주 묘한 상태의 경험을 할 때가 많다. 그 상태에서는 외부의 모든 자극이 그대로 꿈과 연결되기도 한다. 밖에서 가족이 나누는 대화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게 그대로 꿈의 스토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아침 꿈은 대부분 몽환적이고 나른하고 기분 좋은 경우가 많다.

 

 

알람 소리를 듣고 잠깐 깬 상태에서 계속 누워있을 때, 침대 옆 창가 커튼 사이로 날이 밝아오는 게 보인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창문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놀라서 눈을 떴지만,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아침에 특히 이런 꿈을 많이 꾼다. 자고 있는 침대 창가로 꼭 누군가가 들어온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아는 사람일 때가 많다. 이런 꿈은 대부분 몽롱하고 나른하면서 매우 기분 좋은 느낌을 준다. 누군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방안에는 그 누구의 인기척도 없다. 다음 알람이 울릴 때까지 다시 눈을 감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방안에 함께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눈앞엔 분명 아무것도 없지만 투명하게 무언가가 자꾸 움직이는 느낌이다. 마치 투명 망토를 쓴 누군가가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가 내 앞에서 허공에 대고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손가락이 움직이는 에너지를 느낀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에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양손을 펼쳐본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 손가락이 내 손바닥에 닿는다. 우리의 손이 맞닿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 얼른 손을 거둔다.

 

하지만 무섭거나 싫은 느낌이 아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피아노를 치는 그 손가락 느낌이 좋다. 다시 확인하기 위해 양 손바닥을 조심스레 펼친다. 또다시 그 손가락이 느껴지더니 이내 그 손이 내 손을 덥석 잡는다.  

 

우리의 손이 완전하게 맞닿자 그 사람은 온전한 모습을 나타낸다. 마치 사람과 접촉하면 사라져버리는 투명 망토를 쓰고 있었던 것처럼... 그 사람이다. 몇 년 동안 자각몽 상태에서 계속 불러낸 바로 그 사람. 몇 년 동안 꿈에서 자각하는 순간 그 사람만 찾았다면,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는 좋은 사람이고,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게 팩트이다. 그게 사랑의 감정과는 별개일 수 있지만,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게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자각하는 순간 그토록 그를 찾은 게 아닐까. 남녀 사이에 중요한 건 사랑보다 타이밍이니까. 요즘 들어 그걸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몇 년 동안의 그 습관이 최근 1년 사이에는 바뀌어 다른 사람을 찾기도 했고, 또 루시드드림의 형태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꿨던 자각몽에서 그를 불렀을 때, 그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상이 바뀐 그 사람 역시 나타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둘 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 루시드드림에서.. 

 

그렇게 약 두 달 정도 종적을 감췄던 그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를 반긴다. "오빠, 정말 보고 싶었어." 나보다 어린 그에게 오빠라고 부르고 있다. ( 가끔 이럴 때 너무 오글거려서 닭이 될 것 같아;; ) 그는 어떤 면에서, 아니 많은 면에서 오빠처럼 느껴진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고 늘 한결같고, 존경하고 싶은 마음에 오빠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자, 내 방은 다른 집으로 바뀐다. 혼자 독립해서 살고 있는 어떤 원룸의 방이다. 왼쪽으로 창문이 하나 있고, 정면에는 대문이 활짝 열려있다. 대문은 복도와 연결되어 있지 않고, 문을 열자마자 바로 외부로 통한다.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눈부신 햇살이 방안을 비추자 나는 나른한 고양이가 된 느낌이다.

 

그는 마치 그 대문을 통해 방금 들어온 사람처럼 문을 닫는다. 우린 나지막한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다. 아마도 난 그에게 원망스러운 투정을 부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뭐든 다 받아주겠다는 듯이, 자신이 잘못했다는 듯이 오빠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뭐든 다 해주겠다는 듯이 뭘 해줄까 내게 묻는다. 난 생뚱맞게 "손 깍지 껴줘."라고 말하며 오른쪽 손을 내민다. 그러자 그는 몹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손깍지를 끼면 나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슨..? 아니 본인이 무슨 파이터라도 되시나? 그의 허풍에 기가 막혀서 웃는다.

 

 

여기선 약간의 해석이 필요할 듯하다. 여기서 손깍지와 다치게 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다. 그냥 손을 잡는 것보다 손깍지를 낀다는 것은 더 친밀한 관계를 말한다. 깍지 낀 손에 힘을 주면, 좀처럼 풀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일종의 잠금장치이자 남녀 사이엔 구속이 되기도 한다.

 

난 독립적이고 구속받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지만, 그의 구속은 허락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내게 집착하는 순간, 나를 숨 막히게 하고, 힘들게 하고, 다치게 할 수도 있단 걸 그는 스스로 알고 있다. 내가 질려서 결국 그를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알고 있었어. 너 역시 나처럼 독립적이고 구속받기 싫어하고, 구속하는 성향도 아니잖아. 그런데 갑자기 집착하는 마음이 생기니까, 너도 네 마음이 스스로 감당이 안 되는 거야. 그런 스스로가 당황스러워서 내게 더 거리를 둔 걸 알아. 넌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야.

 

너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걸. 나도 내가 뭘 좀 몰랐으면 좋겠어. 때론 느끼고 싶지 않아. 모르고 싶어...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는 게 때론 너무 힘들어..

 

손깍지를 안 낄 것처럼 말해놓고, 그의 손바닥이 내 손바닥과 부드럽게 맞닿는다. 그 손바닥은 너무 보드랍고 매끄럽다. 그 감촉에 비하면 내 손바닥이 훨씬 더 단단한 느낌이다. 그 손의 움직임이 너무 조심스럽고 부드러워서 나를 도저히 다치게 할 수가 없다. 모든 세포가 살아 날뛰는 느낌이다.

 

 

우린 그저 손바닥을 마주했을 뿐인데, 온몸이 하나로 결합된 느낌이다. 그는 조심스레 깍지를 낀다. 완전 하나가 되는 충만함, 완전함, 편안함, 안정감... 모든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완벽한 결합을 느낀 뒤, 온몸에 긴장이 완전히 풀린다.

 

완벽하게 이완된 상태. 몸이 이완되어 축 늘어지고, 생각을 텅 비워버리면 인간은 가장 완전한 상태가 된다. 그런 상태에선 모든 일이 가능해진다. 그런 상태를 나는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에 자주 비유하곤 한다. 뜨거운 태양에 아이스크림이 되어 녹아내리는 기분이 참 좋다.

 

우린 그렇게 마주 앉아 끝없이 대화를 나눈다. 꿈이 길어지면서 대화 내용은 거의 다 삭제되어 버린다. 아쉽게.. 그가 일어나서 창문을 지나 옷장 쪽으로 걸어간다. 나도 일어나 그를 따라 움직인다. 그때 열린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이 보이고 거기서 한 50대 후반의 남자가 내려오는 게 보인다.

 

무언가 음침한 분위기의 그 사람이 이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와 안을 들여다볼까 봐 조마조마한 기분이 든다. 다행히 그 사람은 그냥 지나간다. 저층에 혼자 살면 이런 점이 무섭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그런 마음을 이야기 한다. 밤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다가 이 창문 가까이 다가오고, 안을 들여다 볼까봐 무서울 때가 많다고 말한다. 현재 내 생활 환경과는 무관하지만, 그 꿈을 통해 저층에 혼자 사는 여성이 느낄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이는 내가 원하지 않는 유형의 사람들이 내 삶의 반경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기도 하다.

 

 

창문은 활짝 열려있는데, 커튼조차 없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 창문을 닫아걸지는 않고, 어딘가에 있던 커다란 태극기를 가져온다. 그걸 창문 근처에 걸어서 밖에서 안을 볼 수 없게 가린다. 이런 센스 있는 행동에 또 한 번 감동한다.

 

그때 현관문에서 인기척이 난다. 다가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고 문고리를 거칠게 흔드는 소리가 들린다. 몇 차례 누구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없고, 잠긴 문고리만 계속 이리저리 돌아간다. 불쾌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쯤, 잠겨있던 문이 벌컥 열린다.

 

좀 전에 창문을 통해 봤던 2층에서 내려온 남자다. 이 원룸의 주인아저씨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그렇지, 세입자의 방을 막 열고 들어와도 되는 건지 어이없고 화가 난다. 나는 그 주인아저씨에게 조목 조목 따지며 불쾌감을 표현한다. 

 

내 얘기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대답은 없고 우리를 향해 상자 두 개를 주고 간다. 주인아저씨는 나쁜 의도로 문을 연 것 같지는 않고, 청력에 문제가 있거나 혹은 세상과 담을 쌓은 사람처럼 보인다.

 

그 사람이 가고 나서 우린 상자를 열어본다. 그가 바닥에 앉아 칼로 상자에 테이프를 가른다. 박스 위에는 종이가 여러 장 덮여 있다. 도대체 안에 뭐가 들었나 보니, 큰 상자 안에 흰색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빼곡하게 세워져있다.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그는 빨대를 보며 좋아했지만, 나는 별로 좋지가 않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집에서만은 사용하지 않는다.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해양 생물에게 큰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 빨대이다.

 

나처럼 환경에 대한 의식이 있는 그가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자신은 빨대를 자주 사용하고, 빨대 쓰는 걸 엄청 좋아한다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다. 환경에 대해 의식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훈계를 하고 다닐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알던 모습과 다른 모습에 당황한 것이다. 오빠라는 호칭은 사라지고, "00야!" 하고 부르며 박스를 잡고 있던 그의 손 위로 내 손을 포개 잡고 그의 눈을 응시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그냥 알려주기로 한다. 일장연설을 시작하려고 입을 여는데, 그가 말을 딱 가로막으며 호칭부터 바로 하라고 정색한다.

 

순간 말문이 막힌다. 오빠라는 호칭에 세뇌당해서 자신이 진짜 오빠인 줄 알고 있는 그 사람. 오빠 놀이에 아주 재미가 들리셨구만. 이렇게 유치하고 단순한 구석이 있었단 생각에 귀엽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는다.

 

'이 자식 봐라?' 오빠 놀이 그만하게 볼을 꼬집어버릴까, 귀를 잡아당길까 잠시 고민하다가, 첨부터 오빠드립친 내 잘못이다 싶었다. 나는 입을 삐죽대며 "네~ 오빠." 하고 만다. 나는 집에서 일회용 빨대를 안 쓰니까, 원하면 다 가져가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는 좋아한다. 

 

보통 아침에 꾸는 꿈은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서서히 깨어날 때가 많다. 아주 길게 이어지진 않는 편이다. 하지만 깨어날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는 갈 생각이 없는지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다. 절반 정도는 자각 상태인 듯하다. 이쯤 되면 깰 때가 됐는데..라고 느끼며 꿈이 계속 이어지는 게 신기하다.

 

바닥에 앉아 있던 그가 다시 일어나서 옷장 쪽으로 간다. 언제 바지를 갈아입었는지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그레이 트레이닝복에 무릎과 엉덩이 부분이 아주 편하게 늘어져 있다. '아깐 저 바지가 아니었는데, 언제 갈아입었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로 정면에 보이는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위에는 레드 색상 반팔 티셔츠 한 장을 입고, 아래는 팬티 차림이다. 티셔츠가 힙을 덮어주는 길이도 아니다.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 거지?' 그가 뒤돌아 서 있는 사이, 당황한 나는 바지를 찾았지만 입을 게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그 차림으로 다시 그와 마주 앉는다. 그는 계속 무슨 얘기를 하고 있다. 대화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을까? 아깐 내가 한 마디도 못하게 말문을 막아버리더니, 이젠 자기가 일장연설 중이다.

 

이제껏 내게 하지 못한 모든 얘기를 다 쏟아내듯 쉴 새 없이 내게 말하고 또 말한다. 속으로 '와.. 진짜 말 많네.'라고 느낄 정도로 숨도 안 쉬고 계속 얘기한다. 이건 대화라기보단 일종의 그의 한풀이 타임 같다. 그동안 내게 할 말이 그렇게 많았어? 하고 싶은 말 참느라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 다 해라.. 다 해..... 하는 표정으로 그의 얘기를 듣다가 꿈에서 깬다.

 

따뜻하고 기분 좋게 여운이 오래 남는 꿈이라, 앨리는 며칠 동안 그 감정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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