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오는날 약속이 있어 대구 동촌유원지에 오랜만에 갔다.


마지막으로 간 건 4년 전 9월이었다. 엄청난 지진이 몇 차례 왔던 날인데, 허름하게 다 쓰러져갈 것처럼 생긴 맛집에서 갈비를 열심히 뜯고 있던 중이었다. 맛집의 노후된 건물은 더더욱 심하게 요동쳤고, 여진이 몇 차례 더 올 때 아쉽지만 남은 갈비를 뒤로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강렬한 기억 때문인지, "대구 동촌유원지=지진+갈비"가 바로 연상된다. ㅋㅋ 


비 오는 날 퇴근길은 많이 밀릴 것이고 가볍게 술도 한잔할 겸, 친구에게 차 놔두고 지하철 타고 오라고 미리 말하려고 하다가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약속 장소로 오는 길에 도로는 정체되어 꼼짝하지 않는다는 친구의 연락이 계속 온다. 지하철을 타고 간 나는 일찍 도착한다. 





늦어도 괜찮으니 천천히 조심해서 오라고 말하고, 혼자서 동촌유원지 비오는날 풍경을 만끽하기로 한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약속 펑크가 난다든지, 상대방이 약속 시간에 늦어서 기다리는 게 짜증 난다든지... 이런 일은 살면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럴 때 가방에 책 한 권이 있다면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고, 책이 없으면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고, "상대방이 약속 시간에 늦는 것=나 자신과 데이트할 시간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다.





비오는날 하늘은 시커먼 먹구름이 잔뜩 끼여 우중충하기 그지없다. 상상 속에서라도 해 질 녘의 노을을 약간 만들어 본다. 진짜 노을빛만큼 예쁘진 않지만, 어둡고 시커먼 하늘보단 봐줄 만한 듯. ㅎㅎ


지하철 1호선 동촌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근처에 동촌유원지로 진입하는 계단이 바로 보인다. 그 계단을 올라가서 보면 금호강 줄기와 함께 우측에 동촌해맞이다리가 바로 보인다.





건너편에 깨알같이 정박한 오리배들도 보인다. 오랜만에 오리배를 타볼까 했는데, 비가 와서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햇빛 쨍쨍한 날에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비오는날 동촌유원지는 꽤 조용해 보인다. (길에만 조용할 뿐 음식점, 술집, 카페에 그 사람들 다 모여 있음.)





오른쪽으로 가면 동촌해맞이다리 진입로가 바로 나온다. 자전거는 끌고 가라고 한다. 휴대폰 사진에, 저화질로 올려서 보이진 않지만 비는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비오는날 걷기는 언제나 즐겁다.





"동촌해맞이다리는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폭 8m, 길이 222m 사장교로 2011년 개통하였다. 동촌의 금호강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여 동쪽과 서쪽 사람이 만나는 화합의 다리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옛날 출렁다리라고도 불렸던 동촌구름다리의 추억을 연상할 수 있고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 다리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특히, 금호강 수면과 어우러진 야경이 아름다운 경관 명소이다."





밤에 다리에 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야경이 더 아름답다. 다리 위의 길은 두 갈래로 되어 있고, 중간에는 이런 철골 구조물이 있다. 이런 구조물들을 보면 처음에 어떻게 구상하고 설계하고, 만들었을지 궁금해진다. 상상과 현실로 완성된 모습을 수없이 시뮬레이션했을 것이다.





사진 찍으며 천천히 걷느라,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한 커플에게 먼저 가라고 길을 내어준다. 사실은 입고 있던 원피스 자락이 미친 듯이 휘날려서 뒤에 사람이 있는 게 신경 쓰였다. 





이 다리가 좀 더 높고 아찔한 출렁다리였으면 좋겠다. 고소공포증은 있지만, 은근히 아찔한 걸 즐기는 편. 혹시 흔들리진 않을까 혼자 콩콩 뛰어본다. 가소롭다는 듯 다리는 묵직하게 자리를 지킨다.





밤이 되면 이 선들은 모두 불을 밝힌다. 선들 사이에 이렇게 사각형으로 와이어가 고정되어 있다. 뭔가 장엄한 것이 로켓 발사를 앞둔 것 같은 비장함마저 감돈다.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다리 난간 사이로 보이는 풍경, 이름처럼 여기는 해맞이, 일출 명소이다. 다음에는 비 오는 날 말고 햇빛 쨍쨍한 날 일출사진 찍으러 다시 와야겠다.





다리 길이가 제법 짧아서 

금방 건너편에 도착해 버린다.





계단을 내려와서





동촌해맞이공원 산책은 다음에~





놀이공원 놀이기구를 보는 듯한 느낌.





추억의 오리배!





통통통 오리배가 어느새 전동오리배로 바뀌고~

수성못은 아직 수동 아닌가?!





친구 만나서 저녁 먹고 나오니 깜깜해졌다.

화질이 이 모양인 것이 아쉽지만, 

저 멀리 동촌해맞이다리에 불이 켜졌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도 시킬 겸 좀 걷고 싶었으나, 다른 일행이 합류하기로 해서 곧장 2차 술집으로 향한다. 동촌유원지에서 새벽까지 먹고 마시고 잘 놀았다. 다음에는 카메라 가져가서 일출도 찍고 공원 산책도 하고 전동오리배도 타고 여유롭게 놀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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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ennablog.kr BlogIcon 제나  2020.07.18 23:16 신고

    사진이 너무 운치있고 좋네요.
    가짜 노을이지만 그 나름의 아련한 느낌은 잘 살아 있는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쨍하고 맑은 날보다는 비오는 날을 더 좋아해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빗소리 들을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예전에 대구 한 1년정도 살때 수성못 포장마차 자주가고
    일반 오리배도 타본적 있는데
    전동오리배는 아직 못타봤어요. ^^ 궁금해서 한번 타보고 싶어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오~ 제나님 대구에서도 1년 사셨군요^^
      비오는날도 좋아하시고,
      저랑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으세요 ㅎㅎ
      (제 주변에는 비오는날 싫어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빗소리 듣고있으면 세상 편안하죠.
      비오는날 포차에서 한잔하면 더없이 좋겠네요~ :D

  2.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20.07.19 07:11 신고

    좋은 주말 잘 보내시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roan-junga.tistory.com BlogIcon 로안씨 2020.07.19 16:19 신고

    동촌유원지 너무 멋지요 ㅎㅎ
    저도 몇번 가봤는데 진짜 너무 멋있더라고요
    요즘에 차가 없어서 못가는데 또 가고 싶네요~
    사진 찐 멋있게 찍으셨네요 ㅎㅎ

    • 칭찬 감사해요 ㅎㅎ
      저도 대구 살아도 동촌유원지는 가끔씩 가게 되네요~
      다음에 한번 다시 가보세요~
      오랜만에 가니 또 새롭더라고요^^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7.20 08:14 신고

    ㅎㅎ 새벽까지..
    비오는날 동촌의 풍경이 감성 잇어 보입니다
    멋진 사진입니다
    저도 여기 다녀온지 일년이 넘었는지 다 되어 가는지 그럴겁니다^^

    • 억지로 만든 운치이지만 ㅋㅋ
      칭찬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곳 많이 다니시니까,
      동촌유원지는 자주 안 가셔도 될듯합니다 ㅎㅎ

  5. Favicon of https://sesack.tistory.com BlogIcon 세싹세싹 2020.07.20 11:40 신고

    분홍분홍한 색감의 하늘이 넘 이쁘네요^^
    역시 사진을 참 잘 찍으시는 것 같아요~!
    이런 유원지 느낌 참 좋네요 오리배도 정겹고요~!
    오리배 탄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ㅎㅎㅎ
    거기다 전동오리배라니 다리도 안 아플것 같고 오랜만에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저도 오리배탄지 참 오래 됐어요~
      다리운동 안하고 탈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죠 ㅎㅎ
      전동오리배도 속도가 다 달라서,
      경주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ㅋㅋ
      사진보다 보정이지만 감사합니다 :D

  6. Favicon of https://newedge.tistory.com BlogIcon 뉴엣 2020.07.20 16:53 신고

    저도 앨리님처럼 약속 시간에 상대방이 늦으면 좋아요! 당장 급하게 하기로 한 일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평상시에는 오히려 자유 시간이 생긴 느낌이거든요. 혼자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상대가 많이 늦는다면 카페 가서 커피 한잔해도 좋고요.

    하늘이 분홍빛이에요. 앨리님의 사진이 예술 작품 같은데요? ㅎㅎㅎㅎ
    상상 속에서 노을을 만들었다고 하시는 게 혹시 필터를 입히신 건가요?
    편집이 아니라면 분홍빛 하늘이 정말 예쁘네요.
    술까지 한잔하셨다니, 즐거운 시간 보내셨겠습니다 :)
    * 저는 요즘 비음주자에 도전하고 있는데 20일 됐습니다 ^^

    • 20일 비음주~ㅎㅎ 끝까지 잘 지키고 계신가요?? ^^
      저는 자주 안 마시는데, 마실 때 확 마시는 편이에요~
      칭찬 감사합니다~ 필터는 아니고,
      포토샵으로 보정했습니다~
      뉴엣님도 역시 기다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분이시군요!
      한번도 제시간에 안 오고,
      습관적으로 계속 늦는다면 열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갑자기 생긴 시간이
      오히려 반갑기도 하더라고요 :D

  7. Favicon of https://dreamlover2425.tistory.com BlogIcon 드림 사랑 2020.07.20 20:51 신고

    가짜 노을지만 좋은것같아요
    정말 다녀오고 싶어지는데요
    덕분에 힐링포스팅 읽고갑니다.

  8. Favicon of https://fefehehe.tistory.com BlogIcon 휘게라이프 Gwho 2020.07.21 14:16 신고

    대구가 참 살기 좋아보여요~ ㅎㅎ
    잘보고 공감까지 누르고 갑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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