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작업시간/DIY·리폼·소잉 등 취미생활

태블릿PC 파우치 케이스 만들기

by 앨리Son 2021. 2. 7.

 

몇 달 전 태블릿 파우치를 만들어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겨울 동안 윈도우 태블릿PC를 매일 들고 다녀야 할 일이 있었는데, 가지고 있던 케이스들이 좀 무겁거나 부피가 커서 하나 만들게 되었어요.

 

온라인으로 검색하면 만원대부터 시작해서, 2~3만 원대 정도면 귀엽고 예쁜 디자인의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 많습니다. 

 

예전엔 파우치나 필통, 컵받침 등을 만들어서 참 많이 선물했었는데요. 요즘은 완성품을 구매하는 게 가격 대비 가치가 훨씬 높기 때문에 이렇게 만드는 일은 거의 없어요.

 

다만 집에 원단이며 부자재가 많이 있다 보니 짐도 줄일 겸 머리도 비울 겸 작업에 돌입합니다.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할 때 무아지경 (無我之境),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하게 되니 제겐 이 시간이 명상과 다르지 않아요. (이번엔 수행, 고행에 더 가까웠네요~ㅎㅎ)

 

 

 


태블릿PC 파우치 

케이스 만들기


 

클러치백으로 손에 들고 다니는 용도가 아니라, 가방 안에 넣고 다닐 용도로 얇고 가벼우면서 완충 효과도 적당히 있는 파우치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어요.

 

 

삼성전자 갤럭시북은 블루투스 키보드 케이스가 있어서 커버를 따로 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블루투스 마우스와 충전기, 이어폰 등을 함께 보관하려면 파우치가 있는 게 편하더라고요.

 

 

 

재료는 항상 구비되어 있으니 마법의 상자 안에서 쏙쏙 빼내 쓰기만 하면 됩니다. ㅋㅋㅋ 천 안에 퀼팅솜을 넣고 누벼줄 거예요. 누빔 원단을 사서 하면 훨씬 편하겠지만, 그럴 거면 그냥 완제품을 사는 게 가성비 갑이죠. ㅎㅎ

 

퀼팅솜은 산지 오래돼서 몇 온스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제법 도톰합니다. 원단은 예전에 옷 만들고 남은 것, 비슷한 색 실 하나 찾아놓고, 지퍼는 아마도 산 게 아니라 어떤 제품 버릴 때 따놓은 것 같아요.

 

 

 

천이 많이 꾸깃꾸깃하니 귀찮지만 먼저 다림질을 해줍니다. 안 다리고 작업 시작하면 나중에 후회해요. 방수원단은 아니지만, 물방울이 맺히는 걸 보면 살짝 방수효과가 있는 편이에요.

 

 

 

다림질 후 원단의 변신~!! 셔링을 잡아보면 은은한 광택이 돌고 우아한 느낌이 들어요. 결코 누빔 할 때 적합한 원단은 아니지만, 누벼놓으면 고급지고 우아할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톤 다운된 황토색 계열에 골드빛이 살짝 도는 색이라고 할까요. 무광에 가깝지만 은은한 펄감 때문에 빛에 따라 약간의 광택이 돌아요.

 

 

 

태블릿PC 사이즈에 맞춰서 적당한 여분을 주고 천과 퀼팅솜을 재단해줍니다. 한 장으로 재단해서 반 접어서 위쪽은 지퍼가 달리고, 양옆은 박아주고, 하단은 연결되게 만들어도 되지만, 누비기 편하게 두장으로 분리해서 만들었어요.

 

 

 

퀼팅솜을 2장씩 겹쳐 넣어서 제법 도톰합니다. 안감 따로 없이 같은 원단 사이에 퀼팅솜을 넣어서 누벼줘요. 솜과 원단이 구김 없이 잘 밀착되게 펼쳐준 후 시침핀으로 고정해 줍니다. 이렇게 2개 만들어서 각각 누벼줄 거예요.

 

 

 

초크로 중심점을 잡아주고 원하는 퀼팅 모양의 선을 잡아줍니다. 전 가장 무난한 다이아몬드 퀼팅을 하려고요. 선을 미리 다 그어두는 건 좋지 않아요. 솜이 두꺼울수록 박아야 할 선의 위치가 바뀌니까, 한 줄씩 박아가면서 위치를 맞춰나가는 게 좋아요.

 

 

 

윗실, 밑실을 같은 색 실로 맞춰줘야 하는데 북에는 다른 색 실이 이미 다 감겨있어서 밑실은 베이지 색으로 그냥 박았어요. 파우치 안쪽으로 들어가고, 비슷한 계열 색이라서 나쁘진 않았어요. 플라스틱 노루발 싫어하는데, 엄마가 바꿔놓으셨나 봐요. 바로 교체~ 

 

 

 

중심 부분부터 십자 모양으로

박아서 고정을 해줍니다.

 

 

 

중심 부분부터 바깥 방향으로, 한쪽 방향이 아닌 십자 모양으로 번갈아 가며 누벼주면 원단 밀림이나 뒤틀림 없이 반듯한 퀼팅이 완성됩니다. 좀 두껍긴 하지만 미싱만 멀쩡하다면 누비는 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아요.

 

 

 

지금은 날 잡아서 재봉틀을 다 수리한 상태지만, 이날은 노루발 고장 나고, 미싱 피대도 터지고, 윗실 밑실 장력도 계속 안 맞고 총체적 난국 상태로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었어요. 중간에 정말 다 내던지고 싶었다죠~ ㅎㅎ 

 

 

 

고장 난 재봉틀 달래 가며 박느라 이미 에너지 소모 다 한 것 같은데, 퀼팅의 끝은 겨우 재료 준비가 끝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파우치 만들기의 시작이라는 것이죠~!! ㅎㅎ

 

 

하지만 지퍼달고, 나머지 테두리 바이어스 처리해주면 끝이기 때문에 퀼팅 작업이 절반 이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원단을 대각선으로 재단하여 바이어스 테이프를 만들어 지퍼가 달릴 입구 부분에 박아줍니다.

 

 

 

지퍼 위치를 맞춰놓고

시침핀으로 고정해줍니다.

 

 

 

이번 작업은 재봉틀이 멀쩡하지 못해서 절반은 수작업을 동원했어요. 지퍼 부분도 바늘땀이 일정하지 않고 엉망이라, 손바느질로 한번 더 촘촘하게 박아줬습니다. 바이어스 싼 안쪽은 손바느질로 떠주었어요.

 

 

 

태블릿 파우치 테두리 처리는 처음에는 안쪽에서 박아서 뒤집어봤는데, 두꺼워서 영 각이 살지 않았어요. 그래서 뜯고 다시 밖에서 바이어스 처리를 했습니다. 봉틀이로 밀어버렸으면 얼마 안 걸렸을 텐데, 이 부분도 다 수작업했어요. 퀼팅솜 4겹에 천 4~5겹이 모이니 바늘이 안 들어가더군요. ㅠ.ㅠ

 

 

 

평소 같으면 몇 시간 안에 끝날 작업이 거의 하루 종일 걸려서 겨우 완성했어요. "여긴 어디? 난 누구? 나 왜 이러고 있지?"라는 혼란과 함께 완성된 태블릿 파우치입니다. ㅋㅋㅋ 두꺼워서 바늘이 안 들어가더니 막상 완성해놓고 보니 얄상합니다. 배신감 느껴지게~!! 

 

 

 

키보드를 끼운 삼성 갤럭시북은 약간 무게감이 있지만, 태블릿 파우치 자체는 정말 솜털처럼 매우 가볍습니다. 얇고 가볍고 적당한 완충 효과와 약간의 방수효과까지 있어서 기능적인 면에서는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에요.

 

실물을 본 사람들은 그냥 클러치로 들고 다녀도 되겠다고 했지만, 군용 깔깔이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고장 난 봉틀이 때문에 너무 고생해서 만든 기분 탓이겠죠~ ㅋㅋㅋ

 

즐겁고도 가끔은 수행 같은 앨리의 취미생활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쭉~ :)

공유 버튼 이용 온라인 스크랩만 허용합니다.
무단 복사 도용 및 2차 변경을 금지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