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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화 미나리 리뷰 감상평 (feat. 워킹데드 글렌의 죽음)

by 앨리Son 2021. 3. 6.

 

언론과 대중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 3월 3일 개봉 첫날 관람하려고 했으나, 일이 생겨서 하루 지난 어제 목요일 CGV에서 관람했다. 거리두기로 한 자리씩 띄어 앉았고 만석이었다. 다른 관람객들 역시 우리처럼 기대를 많이 하고 온 눈치다.

 

내가 이 영화에서 기대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다. AMC 미드 워킹데드(The walking dead)의 최애 캐릭터 중 하나였던 살아있는 글렌(스티븐 연)을 다시 보고 싶었을 뿐이다. ㅎㅎ

 

그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영화 미나리 소개

 

영화 미나리(Minari)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로 정이삭 감독 (리 아이작 정 Lee Isaac Chung)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다.

 

제작은 브래드 피트가 만든 제작사 플랜 B (PLAN B)로 주목을 받았으며, 주인공 스티븐 연 (Steven Yeun, 연상엽) 역시 제작에 참여했다.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들을 휩쓸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지만 대사의 50% 이상이 외국어(한국어)라서 외국영화로 분류되어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출연진은 아빠 제이콥 역에 스티븐 연 (Steven Yeun), 엄마 모니카 역에 한예리, 외할머니 순자 역에 윤여정, 아들 데이빗 역에 앨런 김 (Alan S. Kim), 딸 앤 역에 노엘 조 (Noel Cho), 폴 역에 윌 패튼 (Will Patton)이다.

 

낯선 환경에서 새 희망을 품고 어떻게든 적응하며 잘 살아보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민자 가족 간의 갈등과 희생,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115분 동안 현실적이고 잔잔하게 풀어낸 독립영화이다.

 

귀여운 아이 데이빗이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정이삭 감독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갔을 때 할머니가 가져오신 미나리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가족이 씨를 뿌려 가장 잘 자랐던 것이 미나리였다고 한다. 미나리는 할머니의 사랑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 어떤 낯설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뿌리내리고 자리 잡는 이민자들의 삶이 미나리라는 제목 하나에서 잘 와 닿는다.

 

영화 리뷰 감상평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공부를 하고 가진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최대한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멀리하고 가는 편이다. 사람들의 평가와 많은 정보를 접하면 주입, 세뇌 작용이 어느 정도는 일어나기 때문에 백지상태에서 흡수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평가 내리기 전에 대중들의 평가를 먼저 살펴본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대중의 생각과 비슷할 때 안도감을 느끼고, 그렇지 않을 때 '나만 다른 생각을 하는 건가?'라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대중의 여론은 형성될 것이다.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음에도, 그들은 목소리 내기를 두려워할 것이다. 솔직한 의견 그 자체로 존중받기보단 비난과 공격으로 맞대응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이민 가족이 아니라도 충분히 공감할 가족 이야기

 

영화 미나리는 그 시대 이민자의 삶을 직접 살아본 사람들이 본다면 더욱 공감하겠지만, 그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 영화다. 가족 간의 갈등과 희생, 사랑에 대해 집중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라는 시대적, 지리적 배경에 이민자 가족 이야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이민자라는 부분을 도려내고 봐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그 영화에서 배경을 다 잘라내고 이 가족만 딱 도려냈을 때 다른 어떤 배경 속에 집어넣어도 이해될만한 우리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처 : Daum Movie

 

낯선 환경에서 모든 걸 새롭게 일구어내야 하는 가족과 그들이 겪는 갈등은 다만 이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 배우들의 감정신 역시 몰입감을 더해 주었다. 아빠, 엄마, 할머니, 아이들 각각의 다른 관점에서 봤을 때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극 중 폴이란 사람은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해서 관람객들은 그 캐릭터의 정체에 대해 이해하려고 어느 정도 애를 썼을 것이다. 폴의 독특한 행동은 보통 사람들이기 보기엔 약간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단지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장면, 명대사를 디테일하게 풀어쓸 수도 있지만 아직 보지 않은 관람객이 더 많을 듯하여 스포일러를 넣어두기로 한다.

 

호불호를 떠나 아쉬운 점

 

수많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영화다. 나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함께 관람한 일행 역시 그랬고, 그 자리에 있었던 관람객들의 대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코 골고 주무시는 분이 계셔서, 사람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도 했다.

 

자극적인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비교적 짧은 115분의 독립영화로 MSG 무첨가의 지극히 현실적인 스토리는 강한 임팩트가 없어서 다소 평범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간중간 설명이 부족해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관객들을 좀 더 설득시켜주고 넘어가면 더 자연스러운 그림이 되지 않았을까. 

 

출처 : Daum Movie

 

평소 3시간짜리 긴 영화를 선호하는 나에게 115분은 매우 짧게 느껴졌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도 그런 아쉬움이 느껴진다. 뭔가 좀 더 이야기를 원했던 시점에서 툭 끝나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완성도의 부족함을 느낀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영상에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와 찡한 감동 포인트가 있었지만 억지스러움 없이 모든 게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하지만 깊은 울림까진 받지 못한 게 내 솔직한 평가다. 영화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좋다, 싫다 이분법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부분은 이래서 좋았고, 이런 부분은 이래서 아쉬웠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엄마 모니카의 감정신에 대한 부분 중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반응을 꽤 봤다. 모니카의 감정신 그 자체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모든 게 잘 되어가는 희망적인 상황에서 타이밍이 적절치 않아 보였으리라. 나 역시 처음에는 "엥?" 했는데 생각해보면 이해는 된다.

 

곧 벌어질 상황을 예감(암시)이라도 하듯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상황이 당장 좋아졌다고 해도, 눌러놓은 서운한 감정이 뒤늦게 폭발할 수도 있는 게 사람이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은 좀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말이다.

 

결론은 또 보고 싶은 영화

 

지극히 개인적으로 영화를 대하는 기준 중 하나는 " 또 보고 싶은가?"이다. 소개팅에서 중요한 것 역시 그래서 "또 만나고 싶은가?"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또 만나고 싶진 않아."라고 한다면 그 좋은 사람이란 기준은 그다지 나와 상관이 없는 것이다. " 저 영화는 정말 명작이지만, 또 보고 싶진 않아."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람들의 기준에선 명작이지만, 내가 두 번 보고 싶지 않다면 그건 자신에겐 명작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개인적인 취향 차이로 어떤 영화나 드라마도 절대로 2번은 보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면 예외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미나리를 또 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물론이다." 

 

한 번은 백지상태로 그대로 흡수하고, 그다음에는 스토리의 배경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고 공부한 후에 다시 보면 영화가 또 달리 보인다. 백지상태로 보는 것도 좋고,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듯 공부하고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글렌 역

 

미나리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워킹데드(The walking dead) 글렌 이야기로 넘어간다.

 

2010년 시즌1부터 현재 시즌 10까지 10년 넘은 장수 미드. 

 

그 당시 보고 싶긴 했으나 잔인한 장면이 많아 보기 힘들어서 초반부 조금 보다가 말았던 미드이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 각인되고 잔상이 심하게 남는 편인 데다, 상대방의 고통이 그대로 흡수되는 empath (엠패스, 엠파스)적 기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을 단련시키고 계속 보다 보면 워킹데드를 밥 먹으면서도 잘 볼만큼 비위는 강한 편이다. 그렇게 안 보고 미뤄둔 워킹데드를 비교적 최근에 시즌1~7까지 빡세게 정주행 했던 것이다. 스티븐 연은 7년 동안 워킹데드 글렌으로 살았을 텐데, 그걸 압축해서 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워킹 데드 최애 캐릭터 글렌

 

극 중 글렌의 성장 과정을 보며 응원했던 팬들이 많았다. 다른 쎈캐에 비하면 얼핏 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고 영특하고 그룹 안에서 제 역할은 똑 부러지게 하는 귀엽고 풋풋한 Asian American 청년 캐릭터. 누구보다 마음 따뜻한 글렌이 강한 남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글레기(글렌+매기) 커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즌2, 4화 캡처
시즌2, 4화 캡처
시즌2, 4화 캡처

 

스티븐 연이 맡았던 글렌 역 외에도 릭, 데릴, 매기, 칼, 허셸, 미숀, 캐롤 등 애착 있던 캐릭터들이 많았다. 시즌 7에서 멈춘 이유는 워킹데드를 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1화에서 글렌이 죽는다.

 

시즌 6, 3화에서도 마치 글렌이 죽은 것 같은 페이크 장면이 나오지만, 다행히 속지는 않았었다. 분명히 추락할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폐 캐릭터께서 글렌의 몸 위를 덮어줬기 때문이다. 죽을 고비를 어떻게 넘겨 온 글렌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거라고 생각진 않았다. 

 

절대 두 번은 못 볼 글렌의 죽음

 

그런데 시즌 7, 첫 화부터 글렌은 황당하게 죽어버렸다.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말이다. 그 장면은 누가 돈 준다고 해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라던 댓글을 봤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좀비 시리즈는 좀비 vs 인간 구도보다는 좀비 세상에서 인간 vs 인간의 구도를 더 중점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인간의 잔혹한 참상이 더 보기 괴로운 드라마이다. 

 

좀비 세상의 생존자 그룹에서 글렌과 매기는 부부의 연을 맺는다. 글렌의 아이를 임신한 매기는 어느 날 극심한 통증을 느껴 일행들과 함께 다른 생존자 그룹의 의사를 찾아가던 중, 자신의 그룹 일행을 인질로 잡아 둔 다른 막강한 생존자 그룹에게 붙잡힌다.

 

극도의 공포와 분노를 자아낸 최악의 장면 완성

 

글렌의 죽음 장면은 슬픔보다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도의 공포, 분노, 굴욕감과 수치심, 복수심(살인 충동), 무력감을 응축시킨 장면 같았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보고 오열했다고 했지만, 난 눈물은커녕 심장 박동과 혈압이 급상승하며 100배로 그 고통을 되갚아주고 싶은 복수심이 강하게 끓어올랐다.

 

매기에게 빙의되었다가, 그룹의 수장인 릭에게 빙의되었다가 그들 모두의 고통과 감정을 바닥까지 느끼며 탈탈 털리고 나니 정말 쓰러질 것 같았다.

 

오죽하면 그 장면을 본 후, 계속 보다가는 몸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우선 살기 위해서 노트북을 닫아버렸던 기억이 난다. 솟구치는 분노와 복수심을 무력하게 만드는 극도의 공포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시즌2, 5화 캡처
시즌2, 5화 캡처
시즌2, 6화 캡처

 

그렇게 시즌 7 마지막화까지 다 보긴 했으나 시즌 8을 볼 의욕이 도무지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청순하고 예쁘고 귀여운 글렌을 그렇게 쓰레기 죽음 맞게 하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글렌의 죽음 후에 너무 큰 구멍이 뚫리고 분노가 올라와서 한동안 먹먹했던 기분이 든다. 

 

도대체 드라마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몰입했던 걸까? 하지만 내가 그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내가 사랑하는 글렌의 매기였다면...이라는 상상은 자꾸 극속으로 나를 몰아넣었다. 

 

마지막으로

 

워킹데드 글렌은 이미 몇 년 전에 죽었으니, 혼자 심한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이지만 그런 감정들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미나리를 봤으니 아주 단순하게 죽은 글렌, 스티븐 연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그저 좋았을 뿐이다. ㅎㅎ

 

언론과 대중이 미나리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 어떤 호평을 하든 혹평을 하든, 타인의 평가에 너무 휘둘릴 필요 없이 스스로 보고 판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원색적인 비난이 아닌,

다양한 관점을 수용했을 때

우리 문화가 한층 더 성숙해지고, 영화산업도 더 발전하리라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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