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ㅣ 2018. 01. 15. 월
어제는 다양한 주제로 참 많은 꿈을 꿨다. 그중 하나의 꿈을 적어본다.
나는 택시 뒷자리에 앉아 있고, 차는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보통 뒷자리에 앉게 되면 기사님과 대각선 방향 정도로 문 근처에 앉게 되는데, 더 안으로 들어가서 기사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다.
잠시 후에 택시가 멈춰 서더니 어떤 남자가 내 옆으로 탑승하는 것이다. 체격이 꽤 큰 사람이라 둘이 탄 뒷자리가 꽉 찬 느낌이다. 그는 올의 짜임이 굵은 빨간색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있다. 그런데 얼핏 보니 그 사람 어깨 위로 하얗게 눈이 내린 것처럼 비듬이 가득한 것이다. 정말 심하고 하얗게 가득.
이 사람이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숨을 잠시 참다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숨을 편히 쉰다.
나는 분명 집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그의 목적지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집이 아니라, 그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왜 나한테 허락도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사람을 태우는거지?' 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든다.
잠시 후, 나의 목적지 근처에 도착할 때쯤 기사님께 다시 한번 정확한 위치를 말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세워달라고 한다. 난 내려서 길을 건너가면 바로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 돈을 지불하기 전에 먼저 내린다. 내리자 햇살이 내리쬐는 게 날씨가 너무 좋다. 내가 내려서자 안에 있던 남자도 내리고, 기사님도 내리신다.
잠시 몸을 풀고 햇살을 쬐려고 내리시는 것 같다. 금액을 지불하려고 미터기를 보는데, 무언가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미터기는 신기하게 움직였다. 기계에 숫자가 찍히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지폐가 그 기계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지폐를 꺼내서 직접 세어봐야 요금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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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갑을 꺼내서 열어보니 현금이 가득 들어있다. 꺼내보진 않았지만 지갑 안에서 죽 넘겨본 색깔로 보아서 거의 다 수표였다. 천 원, 만 원, 오만 원권의 색깔은 분명 아니었다. 지갑에 수표를 이렇게 가득 넣고 다닌 적이 없는데,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손에는 지갑을 다른 한 손에는 다른 무언가를 들고 있다. 그래서 그 남자에게 미터기의 돈을 좀 세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꺼내서 세어본다. 5천 원이다. 나는 지갑을 다시 열어서 돈을 죽 넘겨보다가 중간에 끼인 한 장의 5천 원짜리 지폐를 발견한다. 금액이 한 4,200원 정도만 나왔어도 거스름돈을 안 받고 5천 원을 주겠는데, 너무 금액을 딱 맞게 주는 느낌이 든다.
팁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요금을 딱 맞게 주는 일은 이상할 것이 없는데 새삼 그런 불편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수표를 줄 수도 없어서, 5천 원을 기사님께 드리고 돌아선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걸어가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그리고 다른 꿈으로 이어진다.
지난 꿈 이야기에서도 다룬 적 있는 돈과 관련된 꿈은 상황 따라 다르게 풀이된다. 저번 꿈에서 돈과 관련된 해몽을 찾아보다가 지폐를 세는 꿈이 의외로 나쁘게 풀이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신빙성은 별로 없는 것이, 풀이하는 사람마다 달라서 길몽, 흉몽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찾아본 정보에는 나쁘게 해석된 것이 더 많았다. 문제가 생겨서 곤란과 갈등을 겪게 될 꿈이라고 한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지폐를 세는 꿈이 매우 좋을 것이라고 느꼈고 그런 꿈을 꾸고 나면 좋은 일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신빙성 없는 해몽의 정보를 접한 후, 의식적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무의식 중에는 그 정보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한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내가 그 돈을 세어봐도 됐을 텐데, 굳이 초면의 남자에게 그걸 시킬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게 나쁜 상황을 꿈에서조차 피해 가는 나의 무의식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그 생각을 하며 한참 동안 웃었다. 남에게 돈을 주는 꿈은 경제적으로나 마음으로나 여유가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현실에서도 실제 돈이 들어오거나, 인간관계, 사회생활 등에서 인정받는 꿈으로 풀이된다.
지갑에 돈이 가득 들어 있는 꿈 또한 길몽이라고 하는데, 재물이 들어오거나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택시와 관련된 꿈에 대한 해몽도 있었다. 직접 운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 또는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단체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순조롭게 도착했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풀이된다.
그 풀이대로라면 나는 완전하게 순조롭진 않아도, 아주 살짝의 고비만 넘기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가는 중에 모르는 사람과 합승하게 되는 경우는 좋은 사업 파트너를 만나게 될 꿈, 모르는 남녀가 택시 안에서 만나는 꿈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인연, 계약에 관련된 동업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한다.
꿈보다 해몽' 이란 말이 있듯이 이 꿈 풀이는 대체 누가 하는 것인지 말도 참 잘 지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말은 정말 갖다 붙이기 나름 아닐까? 내가 어느 날 꿈을 꾸고, 내 맘대로 해몽을 붙여서 글을 열심히 쓰면 누군가가 그 글을 읽고 또 퍼다 날라서 그 해몽이 널리 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 해몽이 진실처럼 사람들 무의식 속에 뿌리내리게 될 수도 있다. 역시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이고 내 결정이다. 좋은 내용은 받아들이고, 나쁜 내용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포하자. 나쁜 해몽으로 인해서 마음 상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택시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 조금의 우여곡절은 겪는다. 불쾌한 냄새가 날까 봐 조금 마음이 쓰였고, 나를 배려하지 않은 기사님에게 살짝 불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을 빨리 떨치고 목적지에 잘 도착했고, 정확한 금액을 지불했다. 실제로 지불하진 못했지만 팁까지 생각하는 여유도 있었다.
내 지갑에 돈이 두둑해서 당연히 기분도 좋았다. 거기에 날씨까지 좋았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요즘 나의 생각과 일들에 정확히 연결되는 꿈이다. 가는 길이 완전히 순탄한 인생이 어디 있을까?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다 보면 좋은 목적지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걸 믿고 오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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