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너무 열심히 놀았던 덕분에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얻어맞은 듯 아파온다. 피곤할수록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중 아침에 깨기 직전 꿈을 적어본다. 


배경은 어릴 때 살았던 아파트 거실이다. 창을 통해서 밖을 보진 않았지만, 날씨가 굉장히 불안정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강풍을 동반한 천둥,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욕조에 흙탕물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궂은 날씨나 소용돌이치는 이 흙탕물은 요즘 내 심리 상태가 얼마나 어지러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화장실 문을 닫고 거실을 지나 현관을 보니 강풍 때문인지 대문이 조금 열려있다. 문을 닫고 잠그려고 하는데, 그 순간 집의 형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내 앞에 보이던 대문은 두꺼운 철문이었는데, 유리로 바뀐다. 아파트에서 아주 넓은 주택으로, 대문을 비롯한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바뀐다. 


밤이고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다. 집 앞에 바로 주유소가 보이고, 버스가 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샌프란시스코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때 집 밖에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이는데, 점점 우리 집 쪽으로 다가온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본 그 남자는 유아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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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등장하는 연예인, 유명인은 정말 좋아해서 나오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꿈속 배역에 충실한 캐릭터일 뿐이다. 그의 팬도 아니고, 아는 것도 없다. 드라마, 영화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느낀 게 전부다. 그에게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남자친구의 역할을 부여한 이유가 있을까?


얼마 전에 그의 기사를 얼핏 본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님 연기를 잘해서?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성격은 모르겠지만 이런 비슷한 느낌의 외모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스타일은 꽤 다양한 편이지만, 몇 년 사이에 느낀 건 유난히 비슷한 느낌의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집착인가? 취향인가?


집착이든 취향이든 뭐든 간에, 이런 것들도 계속 변하기 마련이라 큰 의미는 없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취향도 계속 변한다. 오랜 세월 살짝 마른 체형의 사람을 좋아했다. 살찐 것도 싫어했지만, 근육조차 싫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중학생 때 근력운동을 그렇게 미치게 했으면서;;;) 


그런데 또 어느 때는 "남자는 역시 근육!!."이라는 글을 써놓은 적도 있었다. 아마도 그땐 근육이 멋있다고 느꼈나 보다. 나이도 좀 있고, 얼굴도 평범한 모 배우와 밀착하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의외로 몸이 너무 단단한 근육질이라 꽤 놀란 기억이 있다. 그 배우 정말 다시 봤었다. 그냥 그런 때가 있었다는 얘기다.


과도한 근육을 좋아하는 여자는 많지 않다. 남자들이 미친 듯이 운동해서 근육을 만드는 건 스스로의 만족감 때문이겠지. 그걸 진짜 좋아하는 여자는 많지 않다. 허그 할 때 느낌도 별로 좋지 않다. 포근한 맛이 없고 너무 단단하면 튕기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만사가 그렇듯 적당히가 제일 어려운 거 같아. 그 기준점도 모호한!


다시 꿈 이야기로 돌아와, 여름 강렬한 햇빛에 태닝 한 피부와 흰 티셔츠는 유난히 대조되어 보인다. 그는 유리 문을 통과해서 그대로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 내가 허락한 적도 없는데,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불쑥 집안으로 들어와서 순간 살짝 당황한다. 


밖엔 비가 많이 내리고, 그는 물론 비에 젖어 있다. 다시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안은 화이트 톤으로 밝은 느낌에 모던하고 웅장하다. 가족인지 친구들인지 집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느낌이다. 거실에서 보이진 않고, 사람들의 소리는 들리고 있다. 그는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거실을 두리번거리다가 처음 보이는 방으로 그를 데리고 들어간다. 방안으로 들어와 여기서 잠깐만 얘기하고 가라고 말한다. 그 방은 드레스룸이다. 넓은 방에 엄청나게 많은 옷이 정리되어 있다. 그는 말을 시작했는데 나는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때 누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친여동생이다. 나는 여동생에게 지금 얘기 중이니까 좀 나가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거가 있는 한쪽 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방이 워낙 넓고 칸막이가 많아서 옷을 갈아입어도 전남친에게 보이진 않는다. 난 동생이 나가는 걸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고 서 있는다. 


그런데 동생이 입은 팬티를 보니, 실제로 입고 잠들었던 내 팬티다. 그다지 흔한 스타일이 아니라, 그 팬티를 보는 순간 이 여자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든다. 난 동생이 없는데, 이 여자는 나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동생은 옷을 다 갈아입고도 그 방에서 나가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면서 우리 대화를 계속 방해한다. 


동생이란 인물을 만들어 전 남자친구와의 대화를 계속 방해하는 것은, 이런 대화가 달갑지 않고 즐겁지 않아서 스스로도 피하고 싶다는 얘기다. 원치 않아도 뭐든 시작했으면 마무리는 지어야 하는 법. 나는 결국 동생을 방에서 쫓아내고 문을 잠근다. 


그에게 계속 얘기하라고 말했지만, 정말 집중은 되지 않는다. 그가 하는 말이 도대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두가 너무 장황하게 길어서일까.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의 요점이 뭐야? 나는 그냥 정리된 요점만 듣고 싶었나 보다. 듣다가 그만 지쳐버렸는지 "그래서 넌 나랑 다시 만나고 싶다는 얘기야?"라고 묻는다. 


그는 화색을 보이며 그렇다고 말한다. 나는 서 있다가 방바닥에 앉으려 하는데, 입고 있는 옷이 순간 너무 불편하다. 원피스가 짧고 타이트해서 바닥에 어떻게 앉아야 할지 애매하다. 


그는 내게 불편한 옷 같은 존재다. 세상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듯이 이 옷도 마찬가지다. 짧고 타이트한 원피스는 보기엔 예쁘고 입었을 때도 잠깐 기분이 업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옷을 입고 하루 종일 생활하려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경 쓰이는 부분도 너무 많다. 편하지가 않다. 


정신적인 피로가 몰려와서 더 서 있기가 힘들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는다. 그러자 갑자기 그가 다가와서 내 허벅지의 맨살을 쓰다듬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네. 이 미친놈! ;;; 그의 장황한 말에 요점을 확인시켜줬을 뿐이지, 나는 동의한 적이 없다. (수위가 높아서 중략) 


잠시 후 그는 눈을 감고 키스를 해달라는 듯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 내가 분리되어 나오고 또 다른 내가 한 명 더 있다. 그녀가 어떻게 하는지 나는 지켜본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나보고 하라고 한다. "자기도 안 하면서 왜 나보고 하래?" 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미룬다. 갈등하고 있는 자아.



결국 나는 그에게 다가가 입술에 키스한다. 그런데 그의 혀가 뾰족하고 날카로운 느낌이다. 키스하는 꿈에서 종종 이런 혀를 느낀다. 마치 동물의 혀처럼 길고 좁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드는데 정말 불쾌한 기분이다. 그런 혀는 말이 가볍거나, 믿을 수 없는 사람, 거짓말, 교활함을 상징하는 기분이다. 


불쾌함에 입술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미련이 남아서 한 행동에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제정신이 돌아온 나는 방에서 나가려 한다. 전남친은 계속 질척댄다. 거실로 나와 안쪽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사람들이 열명 정도 앉아 있다. 모두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들인데 모두 나의 자매라고 느껴진다. 내 안의 존재하는 수많은 자아의 일부겠지.


그는 돌아갈 생각이 없는지, 그 사이에 끼여앉아서 뭉그적댄다. 여자들의 수다가 이어지자, 그는 그 사이에서 어떤 정보를 얻어 가는 느낌이다. 그때 보안 업체 직원이 긴급 상황으로 판단되었는지 갑자기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 보안이 설정된 어떤 계좌가 있었는데, 그걸 누가 건드렸다는 것이다. 


우리 식구가 아닌 외부 사람은 전 남친뿐이다. 보안 업체 직원이 상황을 살펴보더니 오작동으로 판단하고, 절차에 필요한 여러 가지 신분 확인을 한다. 그런데 그 신분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게 되었는데, 뭔가 묘하게 찝찝한 느낌이 든다. 


이상한 기분이 계속 들어서 그 직원을 관찰하는데, 전 남친과 두 사람이 눈빛을 주고받는 느낌이 든다. 순간 온몸이 싸하다. 언니, 동생들이 너무 떠들고 있어서 정신이 없었지만, 분명히 두 사람이 수상하다. 그때 동생 중에 한 명 역시 똑같이 느꼈는지, 종이에 글을 써서 내게 보여준다. 나는 동생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서 귓속말로 말한다. 


두 사람이 짜고 사기를 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티 안 나게 두 사람을 계속 주시하고, 다른 애들한테도 이 말을 다 전하라고, 또 누구에겐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거실로 다시 나가보니, 두 남자는 목적을 달성했는지 이만 돌아가려고 한다. 


마치 우리는 배웅하는 척 모두 집 밖으로 나왔고, 그들의 도주 우려 때문에 경찰차는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다. 어느새 내 손에는 경찰봉이 들려있고, 그걸로 전남친의 종아리를 세게 때린다. 갑자기 종아리를 얻어맞은 그는 자연스레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된다. 


분노같이 끓어오르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허탈하고 씁쓸하고 싸하고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함께했던 정이 남아서 그 질척거림조차 미워할 수 없었는데, 사실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거다? 헤어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씁쓸한 기분이 휘몰아쳤다. 그렇게 꿈은 끝났다.



꿈해몽을 할 때는 단편적인 풀이는 금물이다. 길몽과 흉몽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재들이 있지만, 그 사람의 현재 상황과 심리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풀이하는 게 맞다. 그렇기에 꿈은 자기 스스로가 해몽하는 게 가장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투시와 같은 예지몽은 상징과 왜곡이 거의 없이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꿈에서 본 그 장면 그대로 며칠 뒤에 그 일이 일어나거나, 몰랐던 사실을 꿈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런 경우 꿈에서 본 인물, 행동은 상징이나 왜곡 없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 꿈에서는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아직은 옛정이 남아있는 전 남자친구라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이것은 상징과 왜곡이 들어간 꿈이고 나의 현실 상황은 아니다. 만일 실제로 연인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전 남친, 전 여친 꿈을 주기적으로 꾼다면, 그건 어떻게 풀이할 수 있을까?


아직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미련은 없다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지는 일은 꽤 힘든 일이다. 그건 연인 관계가 아니라도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된다. 다시 만날 생각은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상처와 좋은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남는다.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계속 꿈을 꾸게 된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래 투시의 예지몽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전자로 풀이하는 게 옳다. 어떤 사람이 꿈에 계속 나온다면 이 사람과 내가 정말 인연인가 싶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인연일 수도 있고, 꿈처럼 언젠가 미래에 나타날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욕구 충족, 상처 치유의 과정으로 풀이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꿈에서 느낀 감정들이다. 등장인물, 상황, 행동들은 상징과 왜곡으로 감싸 있어도, 꿈에서 내가 느낀 감정이야말로 숨길 수 없는 것들이다. 이 꿈에서 느낀 대다수의 감정들은 진실이다. 


육체적인 피로 역시도 정신적인 피로가 만들어낸다. 요즘은 피로함을 많이 느낀다. 작년에는 2시간씩 자면서 밤새 글을 써도 별로 피곤한 줄은 몰랐던 것 같다. 힘든 것과 피곤한 것은 좀 다르다. 그때는 힘들다는 느낌이 더 많았다면, 지금은 그냥 피곤하고 지치는 기분이다. 


우리가 자는 동안 꿈은 밤새 무의식의 정화 작용을 한다. 특히 꿈 일기를 쓰며 내용 정리를 하고, 내면을 바라볼 때는 더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명상과도 꽤 유사한 과정이라고 느껴진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꿈은 무의식 상태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돕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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