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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박재범 덕질 일기, 제이팍이 빠지면 PARTY가 아니지

by 앨리Son 2022. 10. 4.

 

2022년 10월 01일 (토) ~ 02일 (일) 양일간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대구힙합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올해 박재범 팬이 된 후 두 번째 공연이었다. 첫 번째 공연은 2022년 07월 23일 (토)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구 워터밤이었다.

 

 

가수-박재범-JAY-PARK이-무대에서-마이크-들고-노래하는-모습-흑백사진
JAY-PARK-박재범

 

올해 이 두 번의 스탠딩 공연은 그동안 쌓인 공연 갈증을 해소해주고, 잔뜩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항상 공연 후기를 쓰면 논문 수준으로 길어지는데, 요즘처럼 공연 영상이 모두 공개되는 시대에는 그런 디테일한 후기가 굳이 필요치 않다.

 

공연을 보고 와서도 다른 팬들이 올려준 고화질 공연 영상을 다시 확인하면서 현장에서 놓친 부분을 다시 체크할 수 있으니, 영상으로 보는 게 더 편한 세상인가? ㅎㅎ 그래도 역시 현장에서 놀아야 제맛이지.

 

이 일기를 쓰는 현재는 개천절 저녁인데 (공개 발행은 새벽에 할 예정이지만)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대구 청춘아레나 공연 중이라 지금 방구석에서도 공연장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누구 무대였는지 몰라도 박재범 몸매 노래가 나와서 깜짝 놀란다.

 

 

이번 공연 때 DSLR 카메라는 챙겨가지 않았다. 공연 중에 촬영 안 하는 게 너무 습관이 되다 보니, 평소에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는 내가 공연 사진은 절대 안 찍는다는 웃긴 사실.

 

대장 공연 스타일이기도 하고, 과거 공연 일할 때 "촬영하시면 안 됩니다."라는 멘트를 너무 남발했던 탓에 이젠 촬영이 자유로운 공연에서도 몸에 밴 습관이 저절로 나온다. 그리고 촬영을 하지 않는 게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SNS에 올리기 위해 다들 스마트폰을 세로로 들고 있는 게 객석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무대 위로 스마트폰을 던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팬서비스를 열심히 해주는 제이팍이지만, 맞춰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너무 많이 던지진 않았으면...

 

대구힙페가 끝나고 퇴근길 배웅까지 야무지게 할 건 다 하고 돌아왔다. 동네에서 공연하니까 이런 게 좋다. 지방에서 서울 공연 다니면 끝나고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갈 일이 꿈같으니 말이다.

 

이미 오랜 덕질을 하고 있지만, 나이 먹고 새로운 덕질을 시작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퇴근길 기다리던 10~20대 사이에 함께 서 있으면 덕질 현타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어린 친구들이 끝까지 남아서 기다리는 건 박재범 때문인 줄 알았는데 (너무 내 관점에서 생각했나?) 한쪽 차에 박재범이 타고, 다른 차에 홀리뱅이 타자 그 어린 친구들은 모두 홀리뱅 쪽으로 소리소리 지르기 시작한다. 너무 의외라서 내가 다 깜짝 놀랐다.

 

나는 박재범을 보고 있는데, 다른 애들은 홀리뱅만 쳐다보고 있다. 제이팍이 차에 타고 차가 출발하면서 우리 앞을 지나가자 그제야 "박재범이야?" 하면서 뒤늦게 알아본다. 나도 홀리뱅 허니제이 좋아하지만, 새삼 인기를 실감한다.

 

그가 MORE VISION의 MVP, 홀리뱅과 함께하는 무대로 내겐 충분하지만, AOMG, 하이어뮤직 식구들과 함께한 무대도 너무 좋았다. BIG Naughty (서동현), 하온(HAON)이처럼 어린 친구의 음악은 왜 내 감성에도 찰떡인지 모르겠다.

 

 

내 친구들은 모두 학부모이고 아줌마인데, 나도 결혼만 안 했을 뿐 아줌마 나이인데 왜 이 감성은 늙지도 않아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ㅋㅋ

 

믿고 듣는 pH-1 신곡도 좋아서 자주 듣고 있다. 로꼬는 퇴근길에 차에서 창문을 내리고 활짝 웃으며 지나가는데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행복하고 해맑아 보였다.^^

 

2022 대구 워터밤에선 웬만해선 보기 어려운 Jay Park의 프리즈 실패하는 역사적인(?) 순간도 직관했다. 오랜만에 선수들이 하는 고강도 운동을 했다가 일주일 동안 팔이 안 펴지는 상태에서, 공연 프리즈 동작할 때 한 팔로 지탱해야 하는데 그대로 쓰러져버린 것이다. 제발 다치지만 말자..

 

그동안 영상을 통해 봐 왔던 무대 매너도 직관했다. 장시간 스탠딩 공연에 탈진해서 쓰러지는 관객들이 종종 있게 마련인데, 대구 워터밤 때도 역시 하던 노래를 멈추고 상황이 빨리 해결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노래하는 중에 매의 눈으로 객석 상황을 캐치해내는 박재범의 실력에 놀란다. 사실 그건 여유와 애정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진행요원들이 있으니 상황은 결국 해결되겠지만, 무대에 있는 아티스트가 한 마디 해주면 상황은 더 빨리 정리된다. 

 

이런 게 별일 아닌 것 같지만, 공적으로 사적으로 셀 수 없이 수많은 공연을 봐왔지만 이런 아티스트는 분명 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의 실력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고, 인성에 대해 숨은 미담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역시 될 사람은 되나 보다 싶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외부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하여 지나치게 찬양하거나 동경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에 대해 내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우선 나보다 어림에도 배울 점이 정말 많아 보인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덕질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왜 그동안 그런 사람의 팬이 아니었을까? 올해 박재범 팬이 되었다?라고 하기엔 그전부터 그의 음악을 좋아하긴 했다. 단지 인간 박재범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그의 곡 중 좋아(JOAH)는 그가 작정하고 만든 곡답게,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곡이 너무 많아서 한 곡을 꼽을 수가 없다. 죽을 때까지 딱 한 곡의 노래만 계속 들어야 한다면, 그건 박재범의 좋아(JOAH)를 선택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이 곡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해서도 아니고 가장 내 취향이라서도 아니고, 그냥 듣고 있으면 즉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 곡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입이 자꾸 귀에 걸린다. 완전 무장해제되는 느낌? 사랑스러운 사람이 부른 사랑스러운 곡이니 그저 사랑스러울 수밖에...

 

"좋아~ 네 모든 것이 좋아~ 머리부터 발끝까지도~ 조그만 행동까지 하나하나~"  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기분 좋지 않을 수 있을까? 계산하지도 따지지도 판단하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곡이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은 박재범 Dank이고, Bite는 벨소리와 알람으로 설정되어 있다. 박재범 Bite를 알람 설정해놓은 부작용(?)은 끄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다. ㅋㅋㅋ 알람이 울릴 때마다 침대에서 들썩이며 춤을 추게 만들고 멈추기 싫어진다. 

 

Dank만큼 많이 들었던 곡은 All The Way Up이다. 이제 박재범이 빠지면 운동이 안되지~ 운동할 때 그의 노래는 필수다 이제. 여기까지 특별히 더 좋아하는 곡을 나열한 것은 아니다. 센 곡을 좋아하지만 항상 골고루 섞어서 중화하면서 듣는다.

 

그가 너무 열심히 일한 덕분에 늦게 팬이 되고 보니 복습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된다. 사실 공부 중에서 가장 재밌는 건 사람 공부다. 

 

누군가는 덕질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볼 것이다. 세상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고 한다.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이다. 나 역시 객관적인 입장으로 보면, 좋아 보일 때보단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덕질은 작정하고 하는 일이 아니다. "오늘부터 이 사람 팬이 되어야지!" 하고 결심한다고, 관심 없던 누가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좋아져서, 선택의 여지없이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게 덕질이다.

 

결국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다. 사람을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면서 에너지를 쓰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건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일이다. 다만 그 방법이 잘못되고, 에너지가 과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번도 누군가를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사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덕질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팬질은 자기가 할 때는 재밌지만, 남이 볼 때는 재미가 없으니까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까지 지장을 주면서 과도하게 하는 하드덕은 나 역시 반대이다. 연예인과 팬의 관계에 대해 쓴 지난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라이트덕을 추구한다. 

 

그 라이트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단 말이다. 자신의 시간, 돈, 에너지를 과하게 투자하는 건 누가 봐도 결과가 좋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 선이 내겐 딱 음악 듣고 앨범 사고 영상 보고 공연 보는 정도이다. 

 

박재범이란 사람과 그의 음악은 올해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작년 말에 엄마가 다치고 나도 일을 쉬게 되면서 엄마 병간호와 살림을 하면서 몇 달을 보냈다. 조금 회복이 되어갈 무렵에 엄마는 더 어이없는 사고를 당했고, 나 역시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없었고 다시 병간호 생활이 이어졌다. 그 시간들은 고통스러웠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지만 다친 곳이 척추이다 보니 회복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사고는 성당 봉사 활동하시다가 생긴 일이니 죽을 뻔한 걸 하느님께서 살려주셨다고 생각한다. 그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박재범에게 감사한다.

 

그가 항상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리는 걸 보면 나도 함께 정화되는 걸 느낀다. 나도 늘 하늘을 보며 감동하고, 운동할 때 강을 보고 감사 기도를 드린다. 우주와 자연에 항상 감사한다.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그리고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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