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의 꿈 이야기 2020. 08. 13. 목
어떤 건물 안 복도에 서 있다. 어린 딸과 아들을 양쪽 팔에 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자식을 양팔에 안고 있는 건 개인적으로 느끼는 현실의 무게, 버거운 상황을 의미할 수 있다.
옆에는 미취학 아동 두 명과 젊은 부부 한 가족이 서 있다. 엘베 문이 열리고 우린 좁은 공간 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엘리베이터 꿈은 정상적이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번엔 어떨까?
엘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게 사라지고, 배경이 바뀐다.
나 홀로 건물 옥상에 서 있는데, 그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어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가파른 경사는 점점 더 심해지고, 미끄러져서 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아서 아찔한 기분이 든다.
아래로 보이는 건물들의 크기가 깨알 같아서, 이곳이 꽤 고층임을 알 수 있다. 여긴 붙잡을만한 난간도,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몸을 한껏 낮추고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경사가 더 가팔라지고, 몸에 힘이 빠지면 결국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수호천사에게 도움받는 꿈,
떨어질까봐 불안한 꿈 해몽
꿈에선 거의 날아다니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게 다반사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게 두려운 건 고소공포증과는 무관하다. 꿈이란 걸 알았다면 이렇게 힘겹게 버티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온몸에 힘을 풀어버리면 내 몸이 스스로 날 수 있다는 걸 바로 증명해 보일 것이다.
한참 동안 아찔한 상태로 굳어서 점점 미끄러져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심장이 쫄깃하고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찌릿찌릿한 느낌은 마치 설렘의 흥분과 착각할 지경이다.
너무나 현실 같은 느낌이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떨어져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온몸을 휘감는다. 현실보다 꿈에서 더 많은 감정을 경험하곤 한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걸 꿈에서 거의 다 체험한다. 현실에선 오히려 겁도 별로 없고, 대부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몸에 힘이 다 빠지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나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라고 크게 소리친다. 왜 처음부터 이렇게 소리치지 못했을까? 언젠가부터 항상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았다. 남에게 도움은 주되, 도움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말도 안 되는 원칙을 세우고 살진 않았나 반성해 본다.
소리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남자(처럼 느껴지는 존재)가 나타난다. 내 등 뒤쪽으로 나타났기에 그가 누군지 보진 못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서, 고개조차 돌릴 수 없다.
그가 내 수호천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 수호천사를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당연히 성별도 없지만) 굳이 인간의 형상에 비유하자면 남자 같은 느낌이다. 과거에도 종종 나의 수호천사와 관련된 꿈을 꾸곤 했다.
그는 오른쪽 팔로 내 허리를 휘감고, 하늘을 날아올라 무사히 그곳을 탈출한다. 안전한 건물 바닥에 나를 내려놓았지만 그는 한동안 (내가 진정될 때까지) 내 허리를 감싸 안은 팔을 풀지 않는다. 그곳은 캄캄해서 그 존재의 형상을 볼 순 없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려 그의 품에 안긴다. 고맙다는 말 대신, 뜨거운 포옹으로 한참 동안 고마움을 전한다.
어릴 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은 키 크는 꿈이라고 어른들이 종종 말씀하셨다. 실제로 어릴 땐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고 깜짝 놀라서 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실제로 떨어지는 꿈이 아닌, 높은 곳에서 떨어질까봐 불안한 꿈을 종종 꾸게 된다.
단지 높은 곳에서 고소공포증을 느끼는 게 아니라 바람 때문에 건물이 흔들리거나 휘어져서, 가파른 경사 때문에 떨어질 것 같은 불안을 느끼는 꿈이 대부분이다. 크고 작은 불안감은 누구나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이런 꿈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종류의 꿈은 꽤 오랜만에 꾸는 편이다. 실제로 건물이 무너지지도 않고 땅으로 떨어지지도 않지만, 단지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과정이 더 힘든 꿈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 바로 닥칠 때보다, 그 일이 닥칠까 봐 걱정하고 불안에 떠는 상황이 더 힘들 게 마련이다. 그리고 무언가 버티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오로지 한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조상, 부모로부터 전해지거나 가족,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감정적 교류를 하고 있다. 인간의 영혼이 하나로 연결되어 모든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기에 나 하나만 잘 산다고 정말 잘 사는 게 아니고, 내 마음 하나만 편하다고 정말 편한 게 아니다. 10명 중 1명의 사람만 마음이 편안하다면 나머지 9명의 불안감까지 정화시키긴 역부족일 것이다. 하지만 10명의 사람 중 7명이 편안한 마음을 가진다면 나머지 3명의 사람도 덩달아 마음이 평온해질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모든 꿈에 의미를 부여하고 꿈해몽을 찾아볼 필요는 없다. 다만 반복적으로 꾸는 꿈과 그 꿈의 핵심 감정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감정의 근본 원인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수호천사가 있다. 각자의 종교나 신념에 따라서 그 이름은 달리 부를 수도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는 존재와 평생 함께 살아간다. 그들은 항상 우리를 보호하고 있지만, 우리가 요청하지 않으면 그들이 도울 수 없는 상황도 있다.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고, 필요할 땐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고,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다. 그 일을 통해 내가 깨닫고 배워야 할 것이 있는 경우이다. 대신 그 아픔을 잘 치유할 수 있도록 항상 수호천사가 돕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책 수호천사 (Angels in my hair : a memoir) 의 작가 로나 번 (Lorna Byrne) 처럼 수호천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그런 존재의 강한 힘을 항상 느껴왔다.
그런 존재가 없다고 믿는 사람에겐, 없는 것이 분명 옳은 일이다.
있다고 믿는 사람에겐, 있는 것이 옳은 일인 것처럼 말이다.
옳고 그름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가 믿는 세상에서 다양하게 존재할 뿐이다.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수호천사의 존재를 믿는다고 해서 당신이 손해 볼 일은 조금도 없으며 오히려 그 정반대의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선택은 오로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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