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자각몽을 주기적으로 꾸고 있지만, 성공한 경우 못지않게 실패 사례가 많다. '어? 지금 이거 꿈이잖아?'라며 알아차린 후, 제대로 된 자각몽으로 만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자각하는 일이 이미 절반은 해낸 것인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없다면 기회는 금방 잃게 마련이다.
내가 루시드드림에 크게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원리가 실생활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꿈에서 해낸 것처럼 현실에 그대로 접목한다면 무엇이든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꿈에서와 마찬가지로 쉽게 집중력을 잃어버리거나 정확하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몰라서 우왕좌왕하다 보면 이런저런 상황에 휘둘리고 휩쓸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생각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소름 돋을 것이다.
티스토리 유입 로그를 보면 유명 연예인꿈, 유명 연예인과 사귀는 꿈이 심심찮게 보인다. 나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연예인꿈을 일상적으로 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꿈속 등장인물은 참 다양한데 주변의 가까운 인물 못지않게 자주 접하는 게 연예인일 테니 말이다. 시시때때로 그 대상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현재 자신이 덕질하는 대상을 꿈에서 만난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일 것이다.
강아지, 고양이, 귀여운 아기를 보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그들은 우리에게 즉각적인 기쁨을 주는 존재다. 연예인 걱정만큼 쓸데없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때론 가까운 그 누구보다 위안이 된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웃기게도 가까운 그 누구보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영혼은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육신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는 분리됨을 철저하게 경험한다. 그런데 특히 주파수가 잘 맞는 영혼과는 그게 아무리 다른 세계에 사는 연예인일지라도 매우 깊은 연결감과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즉각적으로 기분 좋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연예인 꿈 혹은 반대로 싫어하는, 혹은 무관심한 인물이 등장할 때도 많다. 꿈분석 꿈해몽에 특정 인물이 그 인물 자체로 중요한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상징과 왜곡이 많은 꿈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자각몽으로 등장한다면 당신은 뭘 하겠는가?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가 당신 눈앞에 펼쳐졌다. 그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웃기게도 말처럼 이 쉬운 걸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진수성찬을 눈앞에 차려줘도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격이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방법을 너무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그것에 대해 글로 쓰고 정리하고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느 때 물어도 바로 대답이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나 역시 잠시만 방심해도 곧잘 길을 잃어버리곤 한다. 머릿속엔 무수한 생각들이 쉼 없이 떠돌아다니고, 그 생각이 나 자신이 아님에도 때론 그것과 동일시되어 부유하며 방황한다. 지겹기도 하지만 그게 평생의 숙제이기도 하다.
앨리의 꿈 일기 2020. 07. 25. 토
어느 파티장에 친구 두 명과 함께 있다. 우린 웨딩드레스 느낌의 화려하고 우아한 파티용 드레스를 차려 입고, 로비를 함께 거닐고 있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꿈이란 걸 알아차린다. (언제나 깨닫는 타이밍이 참 생뚱맞다.)
자각몽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실제로 종소리가 들리는 건 아님) 기분이 한껏 들뜬다. 아~ 뭘 하지? 뭘 할까? 그 순간 생각을 한다는 건 참 멍청한 짓이다. 이미 알고 있어야 하고, 그 순간이 되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전에~
정말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그냥 계속 미소 지으며 걸었다. 아니면 반대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되었을 수도 있다. 그 순간 걷고 있던 로비가 학교 복도처럼 느껴진다.
다시 학생이 되어 공부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여기서 새로운 배경을 만들었어야 한다. 건물 밖으로 날아가버리든지.. 이미 루시드드림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상태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빈자리에 앉는다.
오늘 강의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초빙되었다. (조금의 통제권은 행사하고 있었나 보다.) 어울리지 않는 안경을 쓰고, 근엄한 척 앉아있는 모습에 혼자 웃음이 빵 터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웃지 않는다. 아마도 나만 알고 있어서 나만 웃긴가 보다.
그는 물리학 강의를 하고 있다. 미드 빅뱅이론의 쉘든처럼 얄미운 잘난척쟁이의 진수를 보여줬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캐릭터를 맡았다. 강의가 끝나고 그의 팬사인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꿈이 좀 재밌게 흘러가나 싶었다. 흘러가기를 내버려 두기 전에 내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는데, 통제력을 자꾸 잃는 게 문제다.
강의가 끝나고 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드는 학생들. 그 사이에 끼여 줄을 서 기다린다. 루시드드림이 시작되었는데, 이런 스토리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면 누구나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이 열렸는데, 고작 사진을 함께 찍고 사인을 받는다고? 현실로 가져오지도 못할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겠다고? 그건 이미 꿈이라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에 현실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어느새 거의 내 차례가 가까워졌다. 바로 앞에 어린 남자아이가 사인을 받고 있다. 사인하는 그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그의 표정이... 온갖 세파에 시달린 듯한 지친 모습이다. 사실 이런 그의 표정은 정말 처음 본다. '나 이거 정말 하기 싫어!!'라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나 있다.
그래, 팬사인회는 팬들에게 즐거운 일이지, 팬들과의 소통이 연예인에게 항상 좋은 일이라고 할 순 없지. 별로 즐겁지 않아도, 손목이 나갈 것 같아도 웃어야 하니까 그 직업도 참 고달프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딱 그 표정까지만 했어야 한다.
그 표정은 곧 행동으로 드러나고야 만다. 정말 하기 싫어서 미치겠다는 듯이 사인을 휘갈기고는 그 종이를 바로 구겨서 아이 얼굴에 던져버린 것이다. 그 충격적인 장면은 그대로 멈춰서, 내가 지금 뭘 본 건지 리플레이하지 않고선 믿을 수가 없다. (이미 꿈이란 사실 잊었음.)
아이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그 구겨진 사인 용지를 챙기는 것이다. 구겨서 던져버린 종이라도 그 사람이 사인을 했기 때문에 그걸 챙기는 모습을 보니 더 속상하고 화가 치밀었다. (부글부글~~ 터뜨릴 준비 완료!) 현실이라면 몰카를 먼저 의심했겠지만, 꿈속 연기에 심취~
나는 아이에게 엄마에게 가 있으라고 말하고 얼른 그 자리에서 보낸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테이블 위로 가까이 다가가 몸을 낮춰 눈을 마주 보고 그 사람만 들을 수 있게 낮게 읊조린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아이한테? 왜 이렇게 무례하게 굴어요? 이 사인회가 그렇게 하기 싫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상처 줄 필욘 없잖아요? 당신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 왜 이러는 거예요?"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실수였다는 걸 자각하길 바랐다. 하지만 실수가 아니었다. 다분히 의도적이었고, 후회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는 내게 다 필요 없으니 너도 사인받지 말고 꺼지란다.
지 눈앞에서 꺼지란 소리를 다 듣고, 참 덕질한 보람이 있구나. 염따 정도의 캐릭터라면 더한 상황도 웃고 넘어가겠지만, 이 연예인은 염따와는 정반대 캐릭터라서 상황이 코미디로 흘러가진 않는다.
"응, 네 사인 줘도 안 해."라고 말하며 두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치고 뒤돌아 나와 버린다. 내 기분과 달리 날씨는 너무 화창하게 좋았다. 길을 걸으며 열 받고 실망한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으나, 반대로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현상으로 감정이 고스란히 표출되었다.
걷고 있는 길 옆으로 건물이 차례대로 무너져 내리고 온 세상이 흔들리고 난리가 난 것이다. 사람들은 소리치며 뛰어다니는데, 정작 이렇게 세상을 무너뜨린 나는 태연하게 길을 걷는다.
그 연예인에 초점을 두고 이 꿈을 해석하자면, 그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시기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아무리 극도의 스트레스로 이성을 잃는다고 해도, 이런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다. 뒤돌아서 쌍욕을 할지언정, 겉으론 누구보다 괜찮은 척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겉으로 더 척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들이 보이는 이중성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들도 그저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한 인간에 불과한데 말이다. 우린 모두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다.
다른 해석은 연예인의 부정적 이미지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좋아하는 연예인이지만, 무의식에 있는 연예인에 대한 부정성이 그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20대 중반에 일하면서 그런 연예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직접적으로 많이 목격하게 되었다. 그게 일종의 트라우마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들이 뒤에서 나누는 사담을 듣지 못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보지 말아야 할 걸 너무 많이 보고 듣지 말아야 할 걸 너무 많이 들은 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봐야 할 걸 봤고 들어야 할 걸 들었던 것 같다. 복잡한 인간을 더 다양하게 체험하고 이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경험이었다.
당시엔 그들의 팬들이 진심으로 불쌍하게 느껴진 적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진짜 진심으로 몰라야 할 수 있는 덕질. 대기실에서 그들이 팬들을 조롱하며 나누던 대화를 방금 막 듣고 나와서, 그 팬들이 아우성치며 전해 달라는 선물을 받아 들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갈 때 느꼈던 그 견딜 수 없는 괴리감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그땐 20대 중반이었으니 꽤나 순수했던 것 같다. 누구나 겉과 속이 다르고, 없는 곳에선 나라님 욕도 한다는데 뒤에서 팬들 좀 조롱했기로서니 그게 뭐가 대수라고... 그렇다고 그런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고, 지금도 사랑받을 자격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생각이 확장되었다.
여하튼 그 당시에는 그랬다. 자기들을 사랑하는 팬들 앞에선 위선을 떨고, 뒤에선 저렇게 조롱한다는 사실에 충격받고 구역질이 났었다. 사랑받을 자격 없는 연예인들이 참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걸 팬들이 영원히 모를 수 있을까? 참 신기하게도 아무리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것들이 세상엔 많다.
긍정적인 경험도 분명히 많은데, 왜 부정적인 경험은 더 강하게 자리 잡는지 모르겠다. 돈에 눈이 먼 공연기획사는 티켓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해 사석도 판매하려고 하지만, 어떤 가수는 리허설 때 팬들이 앉게 될 좌석 곳곳을 직접 다 앉아보고 사석이다 싶은 곳은 과감히 빼버린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공연 몇 시간 전이라도 좌석배치도를 뒤엎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라진 좌석의 주인공들은 더 업그레이드된 좌석에 앉게 될 것이니 불만이 없다.
공연 몇 시간을 앞두고 좌석배치도를 뒤엎었으니 뒤처리해야 할 직원들은 난리가 나지만, 그 가수의 행동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가수인데, 그런 프로페셔널한 모습에서만큼은 인정하게 되었다.
연예인꿈과 루시드드림은 거의 대부분이 즐거운 꿈이다. 악몽을 꾸다가도 자각몽으로 이어지면 꿈이 완전 반전되어 행복하게 마무리되곤 한다. 좋아하는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꿈은 말해 뭣할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 좋은 두 가지 꿈이 만나도 이 꿈처럼 이상하게 흘러가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무의식은 우리 의지대로 컨트롤되지 않는다. 거기엔 언제 어떻게 심겨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심어놓은 긍정성과 부정성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무의식에 있는 긍정성은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반대로 부정성은 그 행동에 시시때때로 제동을 건다. 이건 꿈이든 현실이든 마찬가지다. 자각몽에서 원하는 무언가를 불러내도 무서운 악몽으로 바뀌어버린다거나, 불쾌한 꿈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모두 이 때문이다.
긍정성은 비교적 자유롭게 표출되지만, 반대로 부정성은 그에 비해 억압된 경우가 많다.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던 감정은 꿈이든 현실이든 언젠가는 표면으로 드러난다. 억압된 것을 표출하는 작업은 중요하며, 그 작업을 꿈에서 더 많이 하게 되는 이유는 현실보다 더 원활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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