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의 꿈 일기 


 출구를 찾는 꿈  출구가 없는 꿈  건물 안에 갇히는 꿈  해몽 


건물 안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꿈 역시 정말 자주 꾸는 꿈 중에 하나이다. 집안에서 문을 닫아 잠그는 문단속 꿈보다,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문을 찾아 헤매는 꿈을 훨씬 더 자주 꾸는 편이다. 


넓고, 높고, 시원하게 탁 트인 장소를 만나 한 마리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면 그보다 더 자유롭고 상쾌할 수가 없다. 이런 꿈을 자주 꾸는 이유는 내면에 항상 자유의지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이런 꿈을 자주는 꾸지 않지만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종종 꾸게 된다. 꿈속에서 건물 안에 있으면 항상 답답함을 느끼고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건물 안에는 항상 방이 많아서 문을 통해서 여기저기를 옮겨 다닌다. 건물 안을 이동하는 문은 많지만 정작 밖으로 나가는 출구는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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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보이지 않으면 점점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 폐소공포증과 같은 증세가 올라오기도 한다. 방 탈출 게임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런 스릴 있고 재밌는 느낌은 분명 아니다. 


날벌레 한 마리가 날아들어와 집안에 갇히면, 그 벌레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미친 듯이 출구를 찾아다닌다. 창문 근처에 있을 때 창문을 활짝 열어줘도, 열린 창문을 보지 못하고 닫혀 있는 유리창 앞에서 온몸을 이리저리 부딪치곤 한다. 


그 벌레는 매우 다급하고 불안해 보인다. 아마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꿈속 건물 안에 갇힌 내 모습이 흡사 그 벌레 같다. 미로 찾기에서도 결국 출구는 있게 마련인데 꿈속에서는 왜 출구가 없는 것일까? 한동안 꾸지 않았는데 며칠 전에 그런 꿈을 꾸게 된다. 


학교 안이다.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학교 꿈은 참 오래도록 꾼다. 아마 살아있는 동안 내내 꾸지 않을까 싶다. 수업이 끝나고 우리 교실 안이었는데, 마지막 수업을 했던 과학실에 실내화를 두고 온 것이다. 


과학실에 다시 갔을 때 수업 시간은 아니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있었고, 시끄럽고 정신없이 떠들고 놀고 있다. 나는 실내화를 찾아서 교실을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건 꿈을 자각해서가 아니라, 반복되는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이다. 



나는 힘껏 문고리를 돌려 잡아당긴다. 문은 활짝 열린다. 그런데 나갈 수는 없다. 열린 문에는 보기만 해도 답답한 시멘트 벽이 떡 하니 가로막고 있다. 답답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벽보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벽을 마주 보고 있다는 건 참 답답한 느낌이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멘붕이 오진 않았다. 이런 꿈을 너무 많이 꿔서 이 정도면 약과이기 때문이다. 다른 출구가 있는지 교실 안을 둘러보자 시끄럽던 교실 안은 한없이 고요하다. 학생들은 사라지고, 교실 안의 창문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사방이 철저히 가로막힌 방 안에 홀로 서 있다. 


그 순간 밖으로 나가겠다는 강렬한 의지 하나밖에 없다. 벽을 뚫고라도 나가겠다고 마음먹고, 그 시멘트 벽을 향해 왼쪽 어깨를 앞세워 돌진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많은 거리로 나오게 된다. '훗~ 별거 아니군.' 


내가 성장함에 따라 내 꿈의 세계도 점점 진화해가고 있다. 과거의 꿈은 출구를 결국 찾지 못하고 깨거나, 결국 탈출하긴 하지만 너무 많이 헤매고 다녀서 탈진할 지경일 때가 많았다. 반복되었던 꿈 중에 하나가 창문의 방충망 꿈이다. 


문보다는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날아서 나가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 창문에는 열리지 않는 고정된 방충망이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살았던 집 창문에 이런 고정된 방충망이 있었다. 나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하기 때문에 나는 맨손으로 그 방충망을 뜯어낸다. 



맨손으로 방충망을 뜯어내는 건 꽤 힘든 일이다. 손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쓰라리고 아프다. 그렇게 방충망을 뜯어내면 또 방충망이 나온다. 또 뜯어내면 또 나온다. 뜯어내면 또 나온다.. 뜯어내면 또 나온다.... 네버엔딩 방충망... ㅠ.ㅠ 사람 아주 미쳐버리게 만드는 꿈이다. 


이 방충망 뜯어내는 꿈을 꾼 날은 정말 피곤하다. ㅋㅋㅋ 하지만 방충망 20개를 뜯어내고서라도 결국 방충망이 뚫려서 밖으로 몸을 날릴 수 있는 날이 있다. 그 자유롭고 상쾌하고 황홀한 기분을 느끼며 훨훨 날고 싶었기에 그토록 출구를 찾았던 것이다. 이 방충망 꿈은 꽤 오랫동안 꾸지 않았다. 


스트레스, 압박감, 답답함이 심할 때, 시간에 쫓길 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내가 하는 일의 방향에 의심이 생길 때, 복잡하고 골치 아픈 상황에서 도저히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 모든 상황이 불안하고 두려울 때,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에 갇혔을 때, 인간관계에서 심한 피로를 느낄 때, 내 의지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을 때 등등... 


수많은 갈등 상황에서 비슷한 유형의 꿈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자유라는 것은 어떤 구속이나 규제,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우리는 많은 구속과 규제,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타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무 자유로운 행동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사람으로 평가받기 쉽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눈치를 보고 타인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보다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완벽한 틀 속에 나를 가둬뒀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서 한때 완벽주의와 강박증이 있었고, 스스로 옳아 맨 밧줄을 풀고 탈출하고 싶어서 그토록 꿈속에서 출구를 찾아다니고 창문의 방충망을 찢었던 게 아닐까.. 



사람은 타인의 기대치에 부응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나를 책임감 있고 완벽하게 일처리를 잘 하는 사람, 뭐든지 다 잘하는 사람, 해결사, 이해심이 많은 사람, 공감을 잘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계속 그렇게 기대한다면 나는 그 기대에 대해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 완벽주의에 대한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거기엔 엄마가 있었다. 어릴 때 엄마가 집을 비우면 나는 청소, 설거지 등의 집안일을 해놓곤 했다. 엄마가 없을 때 집안일을 해놓으면 엄마가 기뻐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칭찬보다는 더 완벽함을 요구할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내가 그릇을 깨먹지 않고 설거지를 하는 것 자체로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엄마 눈에는 완벽하게 차지 않은 것이다. 


음식물 찌꺼기 통을 깨끗하게 비우고 싱크대 주변에 물기를 깨끗하게 닦는 것까지 해야 설거지의 마무리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이야 그게 당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만,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그 얘기를 하던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걸로 봐서는 제법 서운했던 모양이다. 


나의 완벽주의나 강박증이 엄마의 영향도 있었다는 사실에 원망도 조금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무언가 더 꼼꼼하게, 더 깨끗한 것을 요구할 때는 반발심에 일부러 어깃장을 놓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 강박증, 꼼꼼한 성격이 성인이 된 후로도 유지된 것은 결국은 내 선택이고 내가 만들어갔던 것이다. 


지금은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내 본성대로 상당 부분 살고 있고, 그래서 이런 종류의 꿈들은 별로 꾸지 않는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든 결국 자기가 가장 편안한 상태, 본성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가게 마련인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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