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의 꿈 일기 내면의 아이 만나기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집의 큰방 안이다. 이 집에서 부모님 두 분과 함께 살고 있지만, 꿈속에서 나는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인데 둘 다 미취학아동으로 보인다. 내가 보이는 앞에서 두 아이는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위험이 감지된다. 알 수 없는 그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을 살피니, 좀 전까지 눈앞에 보이던 애들이 저만치 멀어져 있다.
큰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도 이렇게 거리가 멀지 않은데, 아이들이 가마득히 멀어져 있는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어서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친다. 아들은 내 말을 듣고 금방 뛰어오는데, 딸아이는 인형이 저 멀리에 떨어져 있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것을 가져오려고 내게서 더 멀어져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들을 데리러 가려고 하는데, 첫째가 동생의 인형을 찾아서 함께 데리고 온다. 두 아이가 손을 잡고 내게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두 아이는 마치 어릴 때 오빠와 내 모습 같다. 나는 아이들을 품에 안아 큰방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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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에 누워 두 아이를 오른쪽 팔에 나란히 누인다. 딸아이의 인형도 함께.. 아이들이 잠들자 나는 이불 속에서 살짝 빠져나와 바깥 상황을 살핀다. 우리 집은 2층이라 밖에서도 집안이 어느 정도는 보인다. 나는 큰 방에 붙은 베란다 쪽으로 가서 널려있는 빨래 사이로 숨어서 밖을 살피고 있다.
밖에는 정치인, 기자, 언론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들은 우리 집안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방문을 잠그려고 문쪽으로 간다. 하지만 반대편 베란다 창문은 훤하게 열려 있는데 방문만 잠그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 문단속하는 꿈에서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불안해서 한쪽 문이나 창문은 꽁꽁 닫고 잠그지만, 정작 다른 문이나 창문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것도 아주 활짝 개방된 상태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위험으로부터의 방비가 허술하다기보다는 항상 상반된 두 마음의 상태가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방문을 잠그려고 다가가서 거실을 보니 거기엔 남편과 공사 인부들이 여러 명이 있다. 남편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데, 여기가 곧 폭발할 거라며 얼른 나가라고 소리친다. 나는 자고 있는 애들을 정신없이 둘러안고 베란다 쪽으로 다가간다. 먼저 나가려고 하다가 남편이 걱정되어 거실로 다시 가 보니 모두들 사라지고 없다.
나는 다시 베란다 쪽으로 달려간다. 베란다 창문 난간에 서니, 이곳이 지금의 아파트가 아니고 어릴 때 살던 아파트라는 걸 알게 된다. 그 집 앞에는 도랑이 흐르고 있었는데, 꿈에서는 그 도랑이 항상 거대한 바다로 나타난다.
나는 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걸 무척 좋아한다. 마치 내가 갈매기가 된 기분이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를 향해 몸을 날린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집에서 멀어진다.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한참을 날아왔을 때 저 멀리에서 우리 집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뒤돌아 그 불길을 확인하고 계속 날아간다. 날아다니며 내려다보는 아래 세상의 건물들은 모두 장난감 같다. 레드와 화이트 색상 조합의 로고가 주기적으로 건물에 보인다.
글자까진 보이지 않았지만 코카콜라처럼 익숙한 느낌이다. 그걸 세 번째 봤을 때, 이왕이면 익숙한 곳에 착륙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내려간다. 착륙한 곳은 놀이터다. 위에서 봤을 때는 거리감 때문에 장난감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실제로 장난감 세상이다.
레고 블록 장난감으로 조립된 놀이터 위에 서 있다. 팔에 안고 있던 아이들은 사라지고 없고 내 팔에는 딸아이가 안고 있던 인형이 있다. 그네에는 그 동네 아이 두 명이 놀고 있다. 나는 지금 어른일까 아이일까?
이 꿈속에서 나는 엄마로 나온다. 남편이 있고 아들과 딸이 있다. 두 아이의 모습은 어릴 때 오빠와 내 모습을 연상케한다. 그 딸아이가 항상 아끼던 인형, 내게도 그런 인형이 있었다. 이 딸아이보다는 조금 더 커서 그 인형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엄마가 사준 토끼 인형이었다. 이름은 똥끼! ㅋㅋ
연보라색에 가슴과 배에는 체크무늬가 있었고 꼬리와 귀 안쪽에는 흰색이었다. 털을 만질 때의 느낌과 품에 속 들어오는 크기와 오동통한 엉덩이와 귀여운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항상 꼭 껴안고 잠을 잤지만 몸부림이 심한 내 품에서 항상 떨어져 나가서 잠에서 깨면 항상 그 인형을 찾곤 했다.
엄마는 내가 없을 때 몰래 그 인형을 세탁기에 넣고 빨았고, 빨랫줄에 귀를 빨래집게로 집어서 널어놓곤 했다. 그걸 본 나는 경악하고 울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똥끼가 정말 살아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아이가 세탁기 안에 갇혀서 돌아갔을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귀를 빨래집게로 집어서 매달아놓는 것 역시 참을 수없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더러우니까 세탁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 순간만은 엄마가 악당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이에서 학생으로 넘어오면서까지도 꽤 오래 그 인형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의 애착이 너무 컸던지, 그 이후로는 봉제인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딸아이가 나라면, 나로 나왔던 사람은 우리 엄마일까? 육아며 집안일이 공동 책임이라는 개념이 없던 우리 부모님 세대에 어머니들은 참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애들 키우며 집안일에 회사 일까지.. 지금처럼 어린이집, 급식이 없었으니 여러모로 엄마의 손이 더 많이 필요한 때였다.
남편이란 존재는 거의 집에 없고, 또 중요한 순간에 항상 사라지고 없기도 하다. 엄마의 눈에 자식의 행동은 늘 불안하게 보였을 것이다. 자식들이 생긴다고 해서, 엄마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린아이보다 더 많은 경험,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대처 능력이 조금 더 생길 뿐이지 여전히 불완전하고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상처받는 존재이다. 폭발할 것 같은 집 밖으로 탈출하는 건 어쩌면 엄마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쳇바퀴 같은 지치고 지친 삶 속에서 달아나고 싶지 않았을까?
학창시절에 집에 오면 항상 피곤에 절어서 등 돌리고 누워있던 엄마의 뒷모습이 기억난다.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나가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늘 내겐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집을 나가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나는 이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집은 폭발했다. 다 지겨우니까 폭발시켜 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꿈해몽에서 불이나 폭발은 길몽으로 풀이한다. 폭발과 함께 화염이 크게 솟구치면 길몽 중에 길몽이라 한다. 해몽을 떠나서 폭발할 만큼 쌓아두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안에서 곪고 썩기 전에 차라리 한 번은 폭발시키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이 둘을 안고 날아서 착륙한 곳은 장난감 나라. 아이들은 사라지고, 딸아이가 아끼던 인형이 내게 있다. 나는 아이인가, 어른인가? 나는 아이일 때 온전한 아이이지 못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온전한 어른이지 못하다. 아이일 때는 어설프게 어른 흉내를 내느라 철든 척하기 바빴고, 어른이 된 지금은 이해받지 못했던 아이가 때론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성인들 역시 그렇다. 어린 시절의 결핍이 성인이 된 후에 나타나서 뒤늦게 그걸 채우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충족되지 못한 내면의 그 아이는 누구나 있게 마련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함께 잘 놀아주며 충분히 함께 시간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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