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의 꿈 일기  소설, 영화 같은 전생 꿈 


어느새 DREAM TRAVELER 카테고리에 100번째 꿈 일기를 쓴다. 100개 정도의 글이 완성되면 책을 만드는 기본적인 글감은 준비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로 갈 것인지, 꿈 일기를 통한 해몽, 심리 분석 혹은 철학, 영성으로 갈지... 


그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하며 몇 번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다시 제자리다.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건, 어찌 보면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중에 포기하고 싶은 일은 없다. 


오히려 포기하고 싶은 일은 생업과 관련된 일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돈이 되든 안 되든 하고 싶을 뿐이다. "삶의 기본자세는 생존을 우선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라고 법륜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국 원하는 바에 올인하는 삶을 살게 되겠지만 지금은 과도기니까.. 


핑계 하나를 더 대자면,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만드는 시간 도둑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그들은 대부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나 또한 거기에 동의했기 때문에 나는 어떤 변명도 댈 수는 없다. 집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외국이나 국내 조용한 곳에서 최소 1년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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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꿈 일기는 최근에 꾼 꿈이 아닌 최소 몇 달 전, 몇 년 전 꿈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날 꾼 꿈을 바로 발설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그 꿈을 지켜보는 과정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지몽의 경우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안에 현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00번째 꿈 일기는 어떤 꿈을 다뤄볼까 생각하다가 아주 오래전 꿈을 하나 들고 온다. 이건 내가 만든 첫 번째 꿈 이야기책이자 세상에 단 두 권밖에 없는 책이기도 하다. 특정 인물, 내 인생의 절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덕질 중인 나의 뮤지션님에 대한 꿈 이야기로만 만들어진 책으로 한 권은 그분께, 한 권은 내가 소장하고 있다. 


공연 때 이사님을 통해서 전달했으니 잘 받았겠지만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버렸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한정된 시간 안에 급하게 만들었으니 허접한 책 표지며, 본문에서 뒤늦게 발견된 오타들, 오글거리는 표현들에 이불킥 수백 번도 더 했으니 말이다. 


그 책을 다시 읽으며 느낀 점은, 책 제목부터가 그렇고 꿈 내용들이 그렇고... 결핍으로 가득한 심리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즐겁고 재밌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겠지만, 무엇보다 베이스가 되는 감정이 결핍이었고 그래서 더 많이 원하는 마음이 강했다. 


세상 잘나고 똑똑하고 성숙한 줄 알았지만, 지금의 눈으로 보니 그땐 참 어리고 어렸다는 걸 느끼게 된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꿈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2000. 09. 05. 화 (책 217번째 꿈)


이 꿈을 꿀 때도, 꾸고 나서도 난 알지 못했다. 한 번도 그 사람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기에.. 그런데 한참 지난 후에야 순간적으로 그 사람이 바로 대장이란 걸 알게 된다. 정말 놀랍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꿈이다. 


꿈속에서 나는 썩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아주 어마어마한 일을 꾸미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나를 잡는 수배령이 내려졌고, 온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럽다. 여기서 잠깐 덧붙이자면,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반드시 아주 나쁜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평탄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위험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게 정의를 위한 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목숨이 위태롭고 늘 쫓기는 신세다. 길거리 사람들 역시 공포에 질린 듯 이리저리로 뛰어다니고 있다. 


나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몸을 숨기고 있었고 그때 형사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중 한 명이 울 대장이다. '뛰면 안 돼. 천천히 걷자..'라고 생각한다. 천천히 걸어가는 와중에 골목의 비좁은 길로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 나를 스쳐 지나간다.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침착하게 연기해야만 한다. 


그 형사는 내가 범인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고, 오히려 내가 그 사건의 목격자라고 잘못 알고 있다. 얼떨결에 나는 목격자가 되어 그와 함께 주위 집들을 수색하며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어떤 집에 들어갔을 때 방안에는 나와 공범인 사람이 누워있었다. 



형사는 내게 이 사람이 맞냐고 물었지만, 나는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그 집을 빠져나온다. 일이 점점 커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나는 형사의 눈을 피해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가 그 공범인 남자를 깨워 멀리 도망가라고 귀띔해주고 나온다. 나는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별조차 모르겠다. 


그런데 들킨 걸까? 공범인 그 남자가 체포된다. 그 현장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걸어가던 도중에 뒤에서 검거하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내 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순간 그 형사의 표정이 느껴진다. 진심으로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표정이다. 


그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지만 날 체포하지 않고 보내주고 있었다. 그 표정이 너무 슬퍼서 내 마음도 너무 아프다. 난 그곳을 정신없이 빠져나와 끝없이 도망친다. 나는 평생 도망치는 꿈을 꾸고 있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꿈에서는 늘 쫓긴다. 


이게 내 전생 기억의 한 조각인가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렇게 도망치던 중 또 다른 공포를 느낀다. 육식 공룡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와 비슷한 어떤 굉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정체는 드러내지 않고 소리로 혼을 쏙 빼놓고 있다. 온 사방에서 소리가 울려대고 실체는 없으니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공포에 떨다가 아파트 현관문을 보게 된다. 건물 안에 들어가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다급해서 할 수 없이 들어간다. 



앞서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내 뒤로도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니 길고 좁은 복도가 나왔고 계속 계속 들어간다. 그 안에는 낯선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고 우린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사람을 믿을 수 없고, 늘 경계태세로 쫓기는 삶은 얼마나 지치고 고달플까? 


나는 큰 기관총을 들고, 경계를 한시도 늦추지 않고 있다. 미로처럼 좁고 복잡한 복도를 계속 따라 걷는다. 어느새 손에 든 총이 사라지고 어딘가에 도착하게 된다. 기차역처럼 보인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때 내 앞으로 그 형사가 다가온다. 


그는 내 손에 무언가를 꼭 쥐여준다. 손을 펴서 바라보니, 마치 옥수수 알갱이처럼 생긴 여섯 개의 노란 알갱이가 있다. 이게 뭐지? 난 그걸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의 6집 앨범이 나오기 며칠 전 꿈이다. 그래서 여섯 개의 노란 알갱이? ㅋㅋㅋ 


그가 갑자기 나를 꼭 끌어안는다. 나도 그의 등을 감싸 안는다. 그가 마음속으로 울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져온다. 마음이 아프다. 너무 아프다.... 나는 기차를 타고 떠나야 했고, 그는 나를 힘겹게 보내주고 있었다. 


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글을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꿈해몽이나 꿈 분석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추가적인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서 계속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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