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의 꿈 이야기
꽤 오래전 5~10년 전쯤 꾼 꿈이다. 메모조차 해놓지 않은 꿈이지만, 지금도 아주 생생하다.
처음 보는 낯선 장소에 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친한 친구들, 타지에 살면서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들, 친척들, 지인들이 거의 다 모여있다.
여긴 뭐 하는 자리지? 내가 결혼이라도 하나? 라는 생각으로 둘러보다가 마침 지나가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부른다. 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휙 지나가버리고 만다. 뒤따라가려고 하다가 다른 것에 눈이 팔려서 곧 잊어버린다.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니다가, 다시 친구들을 만나고 나는 다시 그들을 부른다. 하지만 이상하게 다들 내 목소리를 못 듣고 지나쳐버린다. 그때부터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이곳을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밖으로 나오니 이곳이 나루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앞에는 큰 강물이 흐르고 있고, 나룻배가 몇 척씩 떠 있다. 사람들이 나룻배에 계속 오르고 있었고, 나도 그중의 한 배에 오르게 된다. 이 나룻배에는 나 말고도 여러 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어린아이와 그 엄마도 함께 있고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물의 색은 검고 깊고 잔잔하다. 물결이 거의 없는데도 노를 젓지 않아도 배는 저절로 어딘가로 흘러간다. 어디를 향해 가는 거지? 함께 탄 사람들을 구경하고, 그들이 나누는 얘기를 듣고 있다가 멀어져 가는 나루터 쪽을 보니, 사람들이 죽 일렬로 서서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서서 이쪽을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울고 있는데 그 순간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온몸에 소름이 끼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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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는 꿈
내가 우는 꿈
그렇다면 이 강은 요단강이란 말인가? 내가 지금 요단강을 건너고 있는 건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더 이상 나루터 쪽을 볼 수 없었다. 우리가 탄 옆 배에는 한 가족이 모두 함께 타고 있는 게 보인다. 다 같이 어디 가는 길에 교통사고라도 당한 걸까?
순간 너무 슬프고 아프다. 갑자기 나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죽기 싫어! 죽기 싫단 말이야!!! 왜 벌써 죽어야 돼!!!" 하면서 큰소리로 꺽 꺽 거리며 운다. 죽음이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고 그 순간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그것은 인간이 생각할 때는 적절한 때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신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이유가 있는 때 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순순히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비록 꿈이지만 그 순간이 닥치자 나는 원초적인 살고 싶은 본능에 몸부림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대성통곡하다가 꿈에서 깬다.
꿈에서 깨기 전에 그 강을 다 건너서 저세상의 땅을 밟았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강을 건너지 않았고, 그 모든 게 꿈이었단 사실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정말 죽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 꿈을 꾸고 난 이후로 정말 많이 감사드린 기억이 난다. 이런 내가 죽는 꿈, 대성통곡하는 꿈은 일반적인 해몽으로도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날 길몽으로 풀이한다. 그 풀이를 떠나서도 내가 느낀 바가 많고, 더욱 감사하며 살 수 있었기에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길몽이 아닌가 한다.
다람쥐 꿈
2018. 01. 17. 수.
바로 어제 꿈이다. 어릴 때 살던 집 근처 슈퍼마켓 앞을 걸어서 지나가고 있다. 밖에 다양한 과자를 진열해 놓았는데, 그 위로 갑자기 다람쥐가 한 마리 총총 총 뛰어올라온다. 너무 귀여워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는데 이 다람쥐의 표정이 교활하게 싹 바뀌면서 승부욕을 자극하며 약을 올린다.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듯이 과자 위를 다 흐트러 놓으며 뛰어다닌다. 약이 오른 나는 과자 봉지 하나를 집어 들고 다람쥐를 맞추려고 던지기도 하고,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결국은 잡지 못하고 놓치고, 나는 가던 길을 계속 간다.
그런데 처음에는 평지였던 길이 갑자기 오르막이 되었는데 내 다리는 왜 이렇게 무거운지 오르기가 너무 힘들다. 무겁고 느리고 지치고 안간힘을 써도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옆에 있는 무언가를 잡고 앞으로 나아가 보려고 하지만 턱없이 내 몸은 무겁고 느리다.
이 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해몽에서는 다람쥐를 잡으려다가 놓치는 것을 좋지 않게 풀이했다. 해몽을 앞으로 일어날 일로 풀이하는 것은 때로는 위험한 일이다.
태몽이나 예지몽을 제외한 대부분의 꿈은 심리상태를 반영하거나 오늘 주로 보고 들은 것들, 그 이전의 것들의 여러 가지 조각들이 끼워맞춰져서 한편의 영화로 제작되는 것이다.
일이 내 뜻대로 안돼서 속상하고, 약도 오르고, 지치기도 지치는 내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꿈이다. 그럴 때는 '내가 많이 지쳤구나' 라는 걸 깨닫고, 충분히 휴식하고 맛있는 걸 먹어주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내 마음을 풀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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