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 보드판은 명언, 사진, 스케줄 메모를 꽂아두거나 꿈꾸는 미래를 그리는 비전보드용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자석 화이드보드판을 많이 사용하지만, 메모지를 압정으로 콕콕 꽂는 재미도 있어서 15년 넘은 코르크보드판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두 달 전 가을쯤에 코르크에 압정 자국이 콕콕 찍힌 게 눈에 띄기도 하고, 방에 도배한 후에 함께 변화를 주고 싶기도 해서 보드판 리폼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버리고 새로 사려고 했지만, 핀 자국을 제외하곤 나무판이 너무 깨끗하고 멀쩡했어요. 버리기 위해서는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내놓거나, 멀쩡한 보드를 토막 내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참 아까워 보였습니다.
어른이 취미생활 리폼
오래된 코르크보드판
압정 푸시핀 리폼하기
한때 이런 코르크보드판 많이 사용했었죠. 메모하지 않고 머릿속에 다 넣어두면 금방 과부하에 걸리고 말 겁니다. 이젠 스마트폰, PC 메모장이 더 편리하지만, 가끔은 아날로그 감성도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푸시핀 압정 구멍이 여러 군데 생겼습니다. 코르크판만 사서 교체해주는 방법도 있지만, 좀 다른 느낌으로 리폼해 보고 싶어요. 이때가 11월로 접어들 때라 좀 어둡게, 가을 느낌 나게 바꿔보기로 합니다.
코르크판 쪽에 원단을 붙여볼 생각이에요. 새천을 구매하진 않았고, 집에 널리고 널린 게 원단이라 그중에 하나를 골라봤어요. 어릴 때부터, 전공 수업 때, 디자이너로 잠깐 일할 때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원단을 사서 모으고, 선물 받고 했거든요.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을 듯 꽃무늬 시폰 원단을 골랐어요. 다크 브라운 바탕에 미색의 작은 플라워 패턴 원단입니다. 이 천을 낡은 코르크판에 딱풀로 붙여줍니다. 테두리 부분만 꼼꼼하게, 중간은 몇 군데만 띄엄띄엄 풀칠했어요.
원단의 올풀림 방지는 하지 않았고, 풀칠하면서 천이 늘어나니까 다 붙인 후에 사이즈에 맞춰서 잘라냅니다. 원피스나 블라우스 만들 천인데, 이런 용도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ㅎㅎ
천을 고를 때만 해도 아침이었는데, 붙이고 나니 밤늦은 시각이 되었더라고요. 천을 고른다고 다 꺼내서 방을 어질러놓고 약속이 있어서 나가 놀다 오니 어느덧 밤이 되었네요. 드러눕고 싶지만 마음을 다잡고 완성을 해보죠! 천의 한쪽 면은 올풀림 방지가 되어있고, 나머지는 그대로 붙여서 올이 풀리고 살짝 지저분합니다.
자세히 보면 플라워 패턴인데, 멀리서 보면 별이 빼곡하게 박힌 밤하늘 같기도 합니다. 빛이 거의 없는 오지 산속의 밤하늘 말이죠.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무리는 정말 아름다워요~♥.♥
자, 그럼 지저분한 테두리는 어떻게 처리해볼까요? 부자재 레이스, 리본 원단 등도 집에 널리고 널렸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꺼내서 어울리는 걸 찾아보았습니다.
레이스보단 마끈이 더 분위기 있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건 딱풀로는 붙지 않으니, 글루건으로 붙여줬어요. 글루건에 맞는 심을 다 쓰고 더 굵은 글루만 남아서 라이터로 녹여가며 사용했더니 살짝 불편했습니다.
여름에 작업하다가 왼쪽 손에 글루건 화상을 입어서 지금도 흉터가 남아 있어요. 여름이라 잘 아물지 않아 고생했는데 지금도 흉터 볼 때마다 속상~ 글루건 사용할 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테두리를 마끈으로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멀리서 보면 별이 빼곡한 밤하늘 같고, 가까이서 보면 가을 분위기 나고 예뻐요. 시폰 원단이라 비치니까 배경 색상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어요. 이렇게 코르크보드판은 간단하게 리폼 완성했습니다~!!
세트로 필요한 푸쉬핀 압정입니다. 투명, 빨강, 파란색인데 촌스러운 색상이 좀 지겹기도 하고, 리폼한 코르크 보드판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블랙 매니큐어를 발라주었어요. 역시 시크한 블랙 예뻐요! 핀쿠션에 꽂은 채로 빈틈없이 발라줍니다. 칠하는 건 재밌는데 매니큐어 냄새는 정말 머리 아파요~ㅠ
오글오글~ 혹시 환공포증 있는 분이라면 쏘리~!! ^^;; 너무 여러 개 칠하다 보니, 매니큐어에 끈적한 점성이 생겨서 푸쉬핀 압정이 자꾸 통통 튕겨 날아가서 애 좀 먹었습니다.
쿠션핀이 만석이라 종이컵으로 초대~!! 자정 넘어서까지 매니큐어칠을 했답니다. 매니큐어가 끈적해지는 바람에 칠이 좀 두꺼워졌어요. 충분히 건조해주었습니다.
새것이 된 것 같은 코르크 보드판에 푸쉬핀을 콕콕 꽂아보니 느낌이 좋네요. 이게 아날로그 갬성이죠. ㅋㅋㅋ 밤하늘의 별이라면 블랙이 아니라 화이트로 칠해야겠지만, 블랙이 더 느낌 좋네요~.
꾹 꾹 꾹 꾹 북두칠성을 새겨봅니다~ 제 인생 영화 중에 하나인 콘택트 (Contact, 1997년作)에 비슷한 장면이 나와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SF 장편소설이 원작인데요. 주인공인 천문학자 엘리 박사(조디 포스터)가 광활한 우주에서 새로운 별의 위치를 찾을 때마다 이런 보드 판에 푸시핀 압정을 하나씩 꽂아나가죠.
과학적 오류 논쟁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제겐 인생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해요. 엘리 박사가 자신의 보드판에 별의 위치를 새기며 꿈을 향해 전진했듯, 저 앨리도 이걸 비전보드로 활용하고 있어요~ ㅎㅎ
핀을 한 줄로 죽 꽂아보니
블라우스에 단추 같은 느낌이 들어요~^^
푸시핀을 좌우 일렬로 정렬시킨 후,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고 있어요~ ㅎㅎ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리폼을 완성하고, 방 인테리어 책상 분위기에 변화를 주니 기분도 산뜻하고 좋습니다.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비전보드는 보여드리기 부끄러워서 찍지 않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나 명언들을 붙여놓고 매일 보는 건 꼭 미래에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 자체로 기분 좋아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분이 꾸깃꾸깃해질 때마다 보면 한방에 딱 기분 좋아질 그런 비전보드가 필요한 게 아닐까 해요.^^
목표를 가지고 꿈을 이루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그저 매일매일의 소박한 일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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