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019년 11월 09~10일 경주 신라의달밤걷기대회 (신라의달밤 165리 걷기대회) 66km를 완보하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경주 신라의달밤걷기대회 후기 리뷰를 남길 생각이 1도 생기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후기가 될 것 같았거든요.ㅠ 일상 잡생각에 소감 몇 마디만 간단히 남길까 하다가 후기를 남겨놓으면 나중에 저에게도 좋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남깁니다.
※ 긴글주의! 글자 수 7,500자(공백 제외) 넘습니다. 삐용삐용~
똑같은 경험을 하고도 누구에겐 아름다운 추억으로, 또 누구에겐 끔찍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죠. 이번 2019 경주 신라의달밤걷기대회 (신라의달밤 165리 걷기대회)도 마찬가지였어요. 첫 번째 참가할 때는 지금보다 8살이 어렸으니, 더 수월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몇 살 더 어리다고 더 건강하고 체력이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믿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결혼하고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약간의 여유가 있으신 50~60대 분들이 더 체력이 좋으세요. 그분들 중에는 산악회에서 단체로 오신 분들도 많고, 평소에 산을 자주 타고 건강관리를 잘 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 걷기대회에도 주기적으로 꾸준히 참가하신 분들이 많고요.
경주 신라의달밤 걷기대회2019에서는 이렇게 특이한 모양의 완보 메달을 줍니다. 8년 전에는 석굴암 주차장까지 올라가는 새벽 토함산 산행길에서 뛰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겨우겨우 기어올라가다시피 했더랬습니다. ㅠㅠ
지금도 걷는 건 얼마든지 자신 있는데, 산을 타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등산은 왕복 2~3시간 정도의 짧은 코스로 가끔 가는 편입니다. 함께 간 친구는 안타깝게도 완보를 하지 못했어요. 발목 때문에 좀 걱정이긴 했는데, 석굴암 주차장 42km 지점에서 마지막 회송 차량이 대기하고 있어서 거기서 헤어졌습니다. ㅠㅠ
그리고 여성분들은 당연히 잘 아시겠지만, 그날이나 그날이 오기 일주일 전에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아요. TMI라 말하기 뭣하지만, (뭐 부끄러운 얘기 아니잖아요? 당당 ^^;;) 저는 그날이 오기 딱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여러 가지 월경전증후군이 시작되는데, 온몸에 피가 확 다 빠져나간 듯이 나른하게 힘이 없고 무거운 추를 몸에 달고 깊은 바닷속으로 계속 계속 빠져드는 그런 몸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참가 전날 충분히 잠을 자고 가고 싶었지만, 새벽에 일찍 깨서 잠이 더 이상 오지 않는 바람에 서너 시간 겨우 자고 갔어요. 66km를 걷기 오전부터 저녁 무렵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10km는 족히 걸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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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신라의달밤 걷기대회 2019 (신라의달밤 165리 걷기대회)는 황성동 경주실내체육관 옆에 있는 축구공원5구장에서 모입니다. 오후 4~6시 사이에 물품 수령을 합니다. 배번호(등번호)와 야광봉 겸용 비상 전등, 생수, 초코파이, 음료, 캔디류가 들어간 비닐봉지 기념품을 받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봉지 안에는 사탕이나 캐러멜이 몇 개씩 있는데 저희는 없었어요. 캔디 몇 개에 기분 상했습니다. ㅋㅋㅋ
배번호가 T로 시작한다고 둘이 좋아서 방방 뛰었습니다. 그 많은 알파벳 중에 T라니! 우리 대장 T (아는 사람들만 아는 ㅋㅋ) 그렇게 사진 찍고 짐 정리 다시 하고 잠시 놀다가, 친구가 휴대폰을 잃어버립니다.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물품 배부처에 분실물이 있는지 확인해도 없습니다.
친구는 살짝 멘붕상태였지만, 저는 분명히 몇 분 안에 찾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오래 걸리지 않아서 찾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점점 어두워지고, 챙겨야 할 물건은 많기 때문에 분실의 우려가 많아요. 휴대폰, 장갑, 비상 전등, 체크카드, 비상 간식 등을 꺼내기 쉬운 주머니에 잘 챙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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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축구공원5구장 안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후 6~7시 30분까지 공연 및 출정식을 합니다. 저희는 식사하고 와서 몸 풀고 발바닥에 바셀린 바른다고 공연을 제대로 보진 못했습니다. 저희 취향의 음악은 아니었지만, 필드에 앉아서 노래가 들리니 공연장에 온 착각에 설렜습니다.
꽤 많은 참가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요. 배 번호 노란색은 30km, 초록색은 66km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66km 참가자는 천여 명 정도라고 들었어요. 30km 참가자는 얼핏 봐도 훨씬 더 많아 보입니다. 7시 30분에 폭죽을 터뜨리며 출발했는데, 66km 참가자가 먼저 가고 뒤에 30km 참가자가 출발합니다.
후기에도 그런 건의가 많았는데요. 출발시간을 20분이라도 간격을 두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동시에 출발하니 인원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었고, 특히 30km 참가자들이 빠른 속도로 추월하며 파고들어서 좀 복잡한 느낌이었어요.
체크카드는 출발하는 입구에서 나눠줍니다. 잘 보관했다가 정해진 5구간에서 체크인 스탬프를 쾅쾅 받아야 마지막에 완보가 인정됩니다. 공룡 옷 입고 오신 분 너무 귀여웠어요!! 초반부터 큰 웃음 주셔서 고마웠어요^^
2019 경주 신라의달밤걷기대회 (신라의달밤 165리 걷기대회) 66km 풀코스는 경주황성공원 축구5구장 ▶ 동궁원 ▶ 보문호 ▶ 덕동호 ▶ 추령재(간식) ▶ 장항삼거리 ▶ 장항사지(티타임) ▶ 석굴암 주차장(일출 관람 및 조식) ▶ 불국사 ▶ 통일전 ▶ 화랑교 ▶ 박물관 ▶ 월정교 ▶ 첨성대 ▶ 대릉원 ▶ 봉황대 ▶ 경주 황성공원 축구5구장 코스입니다.
신라의 달밤 걷기 대회, 신라의 달밤 걷기대회
걷다가 간식을 나눠주는 곳에서 맥반석 계란(구운 계란)과 귤 하나를 받았는데요. 상큼한 귤은 바로 까먹었는데, 구운 계란은 바로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뒀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에 가서 정리하다가 다 깨지고 터진 맥반석 계란이 주머니에서 나왔어요. ㅠ 짐도 줄일 겸 잊지 말고 바로 드세요^^
30km와 66km 갈림길이 나오니, 참 반갑습니다. 이제 좀 인원이 분산되어 헐렁하게 걸을 수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산행 오르막 구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지를 걷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곧 알게 됩니다.. ㅋㅋㅋ
할로윈 호박 장식이 달려있는 곳이 첫 번째 체크인하는 곳인 줄 알고 반가워했다가 아니어서 실망했었습니다. 간식이랑 막걸리 등을 팔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첫 번째 체크인 구간까지는 엄청나게 더 걷고 걸었습니다.
덕동 경로당 (19km)이 체크 1지점이었는데, 어찌나 그 19km가 길게 느껴지던지요. 우리가 첫 번째 체크인 구간을 놓친 게 아니냐고 계속 얘기할 정도였어요. 왜냐면 친구 폰으로 재고 있던 거리는 19km가 훨씬 넘어가고 있었으니까요. 오르막 코스를 전부 직선코스로 잰 것 아니냐며 좌절하고 있었죠.
그렇게 1지점에서 첫 번째 스탬프를 찍었을 때, 앞으로 갈 길이 참 막막했습니다. ㅋㅋㅋ 2019 신라의달밤 165리 걷기대회(경주 신라의달밤걷기대회) 이름만큼이나 휘영청 밝은 달과 아름다운 별 무리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날 밤하늘의 별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북두칠성과 오리온 별자리가 계속 우리와 함께 했었죠. 별이 너무 예쁘다고 계속 감탄했어요.
일교차가 심해서 복장에도 신경 쓰시는 게 좋아요. 이번 경주걷기대회복장은 상의는 민소매티+ 얇지만 따뜻한 니트 티+ 두꺼운 맨투맨+경량 패딩조끼를 입고 하의는 기모 들어간 레깅스 같은 바지+니트 타이트스커트를 입어서 치레깅스 느낌처럼 편하지만 더 두껍고 따뜻하게 입었어요.
그리고 가방에는 제법 도톰한 경량 패딩을 하나 넣어갔죠. 추위를 심하게 타지만 8년 전에도 패딩은 가져가지 않았고, 추웠지만 견딜만했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패딩을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가져가길 정말 잘했습니다. 새벽에 산은 정말 춥습니다.
걸을 때는 땀도 나지만, 잠깐씩 쉴 때 땀이 식으면서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오한이 옵니다. 손이 시려우니 한겨울 방한장갑까진 아니더라도 얇은 장갑이라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핫팩도 준비하시면 좋고요. (하지만 준비물이 많아져서 가방이 무거워지는 것은 비추입니다.)
신발은 오래 신은, 발 사이즈보다 큰 가벼운 워킹화를 신었고 양말은 두꺼운 등산화 하나만 신었어요. 원래는 나일론 양말과 면양말을 겹쳐 신으라고 되어 있는데 얇은 나일론 양말이 없어서 도톰한 등산양말 하나만 신었는데 괜찮았어요. 바셀린을 며칠 전에 한 번, 대회 당일 출발 전에 한번 걷는 중간에 한번 정도 발랐어요.
왼쪽 발은 괜찮은데 오른쪽 발가락 바로 밑 발바닥에 왕 물집이 생겼어요. 틈나는 대로 바셀린을 더 자주 발라주면 마찰열을 줄여서 물집이 생기는 걸 예방할 수 있는데, 중간에 춥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자주 발라주지 않았어요. 오른쪽 발이 좀 쓸린다 싶을 때 한번 발라줬으면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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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추령재 백년찻집이 나옵니다. 8년 전 백년찻집 앞에서 먹었던 컵라면이 너무 맛있어서, 기대가 너무 컸나 봐요. 친구는 다이어트 중이라 탄수화물을 전혀 안 먹고 있었는데, 이 컵라면을 먹기 위해 벼르고 벼르고 있었던 거죠. 오죽하면 저는 전날 밤 이 컵라면에 관한 꿈까지 꿨어요. 내용도 웃긴 ㅋㅋㅋ
그렇게 반가운 백년찻집 푯말을 보고 나서 우리는 또 한 번 좌절했죠. 오르막길 오르막길 오르막길 오르막길~~ 차로 가면 얼마 걸리지도 않을 거리, 지친 몸을 이끌고 백년찻집 위까지 올라가는 오르막길은 왜 그리도 길던지요~ 컵라면 안 먹고 말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추령재 백년찻집. 컵라면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버린 상태였어요. 너무 힘드니까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더군요. 그때도 김치가 있었던가? 종이컵에 김치까지 따로 챙겨주시는 센스에 감사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바닥에 앉아서 추위에 떨며 먹었는데, 이번엔 포장마차 천막 안에서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했어요.
앉았다가 다시 일어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저희는 거의 쉬지도 않고 움직였습니다. 앉으면 못 일어날 것 같은 기분 너무 잘 아니까요. 우리 흥민이 경기 보면서 먹었는데 라면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맛도 잘 기억이 안 나요. 뜨끈한 국물을 먹을 수 있고 잠시 의자에 앉을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그 후에 토함산 석굴암 주차장까지의 산행 길은 정말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평소에 엄살을 떨지 않고 미련하게 뭐든 잘 참고 견디는 편인데, 몸 상태가 워낙 안 좋아서 그런지 저 구간에서는 십자가의 길,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고통마저 느껴졌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겠지만, 저는 정말 그렇게 느꼈습니다.
한걸음 한 걸음을 겨우겨우 걸었으니까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도 회송 차량이 안 다녀서 포기를 못하겠더군요. 회송 차량이 초반에는 많이 보였고, 백년찻집 앞에서 포기자들을 대거 싣고 가버리고 2지점 체크 구간(토함산 삼거리 39km)에서 한번 보고 그 사이사이 마의 구간에서는 아예 회송차량이 안 보였어요.
달빛이 사라져 북두칠성과 오리온 별자리를 비롯한 별 무리가 더 잘 보이고 번뜩이는 섬광이 여러 개 계속 보여서 신기하게 한참 바라봤어요. 그 산행 길은 꽤 어둡고 위험하게 느껴졌습니다. 친구 비상전등은 빨간색 깜빡이등으로 해서 가방에 달았고, 제거는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며 다녔어요. 불이 밝지 않아서 좀 어둡습니다.
바닥에 돌들도 많고요. 깊은 밤에는 고라니 울음소리와 산짐승 소리도 계속 들리고요. (고라니 소리 다들 아시죠? 분노에 가득 차서 "왜! 왜!!" 울부짖는 소리 같아요. ㅋㅋ ) 걷다 보면 걷는 속도가 차이가 나서 앞뒤 사람들과 많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 깜깜한 산속을 혼자 걷다 보면 세상 완전히 혼자다!라는 느낌을 실감하게 됩니다. 겁 많은 분들은 꼭 일행과 붙어 다니세요.
경주 신라의달밤 걷기대회 2019 안내표시는 비교적 잘 되어 있었지만, 구간마다 방향 표시가 조금 부족하다 싶은 곳도 있었어요. 산길에서 갈림길이 나왔는데 그 앞에는 표시가 없는 게 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길을 알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갔지만, 길을 모르는 참가자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서 올라온 토함산 석굴암 주차장, 해 뜨기 전 새벽노을입니다. 여기가 42km 지점인데 친구 폰으로 재고 있던 실제 우리가 걸어온 거리는 56km가 나왔습니다. 이건 뭐지? 정말 산길을 직선코스로 잰 건가 하는 의구심이.. ㅋㅋㅋ
친구는 여기서 이만 여정을 마무리했지만, 좋지 않은 발목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참고 참고 견디고 견뎌서 이곳까지 도착한 것이니까요. 석굴암 주차장에 대기 중인 회송 차량은 마지막 버스였어요.
저도 순간 엄청나게 갈등했습니다. 정말 포기하고 싶었어요. 이미 저도 번아웃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포기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현명하지 못한 미련함에 스스로 화가 나기도 하는 순간이었어요. 미련한 사람들이 포기하는 순간을 몰라서 결국 성공해 버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ㅋㅋㅋ
아침으로 시래기 국밥이 나오는데, 고생하고 먹으면 아주 꿀맛일 것 같지만 많이 쫄린 탓에 짜서 몇 술 뜨지 못하고 버렸습니다. ㅠㅠ 생수를 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조차 못 할 만큼 머리가 안 돌아가고 비몽사몽간이었어요. 몸이 안 좋아서 음식도 안 들어갔고, 제대로 못 먹으니 더 기운이 없었어요. (에너지바나 초콜릿 등 단것을 안 먹다가 먹으니 속이 안 좋았어요.)
석굴암 주차장에서 밥을 먹고 해돋이를 보고 가는 코스인데, 이미 많은 분들이 일출을 보지 않고 먼저 가셨습니다. 8년 전에는 일출 다 보고 사진 찍고 갔었는데, 이번엔 어찌 된 코스인지 해돋이를 보지 못하고 내려가야 할 만큼 시간이 빡빡했어요. 일출 사진은 못 찍고 일출 전 노을만 몇 장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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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친구와 헤어지고 다른 분들 사이에 섞여서 토함산 내리막길을 내려옵니다. 산은 오르막길도 힘들지만 내리막길도 힘들지요. 낙엽이 미끄러워서 손잡이를 잡고 잘 내려가야 합니다. 가뜩이나 다리도 말을 안 듣는 상태니까요.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풍경이 아름다웠는데, 내려갈 때는 내려가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아요. 사실 이렇게 많이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DSLR 카메라를 포함한 가방 무게가 너무 무거웠고, 사진까지 찍으며 다니느라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가 많았는데, 초등학생부터 머리가 하얀 노부부까지 다양했습니다. 20대 남자들이 이런 얘기 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군대 행군도 했는데 이거 못할까 봐?" 좀 더 연령대가 있는 남자분들은 군대 다녀온 지 오래돼서 이런 말씀 안 하시는데...
20대 남자분들은 군대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기억이 새록새록 날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중간에 회송 차량 타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ㅋㅋㅋ 이것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토함산의 내리막길 내리막길 내리막길 내리막길~~을 다 내려온 후, 함께 다니던 여자분께 이제 산행은 없고 평지만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과연 다행일까요? ㅋㅋㅋㅋ
벌레가 파먹었다고 하기엔 너무나 정교한, 누군가의 장난으로 만든 화난 외계인 단풍잎. "나 지금 열받았어!! 건드리지 마!!!" 지금 우리의 심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불타오르는 뿔난 단풍잎!!
3지점 조양동 삼거리 (49km)에서 세 번째 스탬프를 찍습니다. 남은 거리는 걸어온 거리에 비하면 짧았지만, "이제 얼마 안 남았네!"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지 않고, 긍정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인데 이번엔 정말 쉽지 않았어요.
긍정적이고 부정적이고 다 떠나서 그냥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극한에 몰리면 사람은 아주 단순해집니다. 평소에 이루고 싶었던 꿈이나 걱정거리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죠. 성공하고 싶다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누군가와 사랑을 이루고 싶다거나 등등...
그런 생각들이 싹 다 사라집니다. 돈이고 성공이고 사랑이고 그 순간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이 길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바라는 것은 오로지 이것이 제발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ㅋㅋㅋ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그 길이 끝나고, 지금 저는 책상 앞에 앉아서 이렇게 후기를 쓰는 순간이 오네요. ^^
통일전 주차장에서는 바나나와 막걸리 한 잔의 간식을 줍니다. 걷기대회 중 음주, 흡연 엄금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아, 막걸리는 술이 아니니까요 그죠? ㅋㅋ 술기운으로 걸으면 좀 나을까 싶어서 한 10잔은 마시고 싶었지만, 그대로 뻗어 잘 것 같아서 한 잔만 마십니다.^^
도로 옆의 좁은 인도로 걷는 구간이 길어서 코스가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일요일 오전에는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많이 추웠어요. 화랑교(58km) 4지점에서 스탬프를 찍고 월정교를 지납니다. 가볍지 않은 DSLR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걸어 다니니, 다들 저보고 그러더군요.
여유가 있다고 정말 잘 걷는다고요. 참 신기한 일이죠? 저는 고통의 절정을 맛보고 있었는데, 남들 눈엔 여유 있어 보이다니요? 신기한 일입니다. 역시 사람 속은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말이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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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근처에 핑크 뮬리가 조금 있다고 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찾아보니 정말 귀퉁이에 핑크뮬리가 아주 조그맣게 있더군요~ 멀리서 휘리릭 보고 지나갑니다. 저기서 함께 다니던 여자분과 얘기하다가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서, 헤매다가 다시 나왔습니다.
주말에 경주여행 오신 나들이 관광객이 많아서 매우 혼잡했습니다. 게다가 걷기대회 참가자도 주변에 많지 않아서, 표지판을 잘 체크하지 않으면 엉뚱한 길로 빠질 수 있어요. 대릉원 후문(63km)에서 5지점 마지막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대릉원 후문까지의 거리가 그렇게 길었던가요?
대릉원 후문을 향해 걸어가며 좋은 풍경을 눈에 많이 담지도 못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모두 짜내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눈물겹게 5개의 스탬프를 다 찍고 봉황대를 지나 출발지인 황성공원 축구5구장까지 3km를 더 가서 완보증과 완보 메달을 수령했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도 다 끝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완보증은 국제시민스포츠연맹(IVV)가 인증하는 증서라고 합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뭐 거의 반 수면상태로 말이죠. '다시는 절대로 참가 안 해!! 주변에 다 얘기해야지. 내가 혹시 또 간다고 설치면 패서라도 말려달라고..'
오후 5시 넘어 집에 도착해 씻지 않고 옷도 그대로 입고 기절했습니다. 2시간 후에 깼으니 기절한 것치고는 빨리 깼죠. 오른쪽 발바닥에 생긴 왕건이 물집을 터뜨리며 '다음번엔 몸 관리 잘해서 나가야겠다..'라는 소름 돋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ㅋㅋㅋ 미친 거죠.
이렇게 엄청나게 긴 후기를 다 읽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당신도 참 대단하신 분이네요^^ 아직도 제가 회복이 덜 돼서 약간 맛이 갔습니다.. ㅋㅋㅋ 여러분, 건강관리 잘하세요! 건강은 건강할 때 꼭 잘 지키세요~
[ 경주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 ]
◈ 주최 : 사단법인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 (사)경사모
◈ 후원 : 경상북도 / 경상북도의회, 경주시/경주시의회, 한수원(주)월성원자력본부, 한국 원자력 환경공단, 경주 새마을금고
◈ 협력 : 경주경찰서, 경주소방서, 경주시보건소, 석굴암, 백년찻집, 경주시 자율방범연합회, 중부동청년회, 효성보건고등학교, 경주시 종합자원봉사센터
주최, 후원, 협력 관계자, 담당자, 자원봉사자 및 참가자(내 친구, 마지막에 함께 걸으신 분들 포함)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중간중간 목이 쉬어라 큰 소리로 응원해주신 분들, 중간중간에 에어파스 뿌려주신 분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 2019/10/31 - [일상 잡생각] - 경주여행 겸 신라의달밤걷기대회 66km 참가 D-9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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