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9월 07일 (토)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600분 동안 진행 예정이었던 2019 청년 대구로 청춘 힙합 페스티벌 5가 태풍 링링(LINGLING) 이로 인해 결국 취소되었다. 안전을 위해 공연이 취소되는 건 당연한 일임에도 이번 공연만큼 말 많고 탈 많은 공연도 참 오랜만에 본다.
야외공연이고 약 10시간의 장시간 공연이니 안전 문제로 취소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태풍으로 인해 실내 공연도 취소되는 마당이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몇 달 전부터 기대하고 기다렸던 공연이 무산되어 너무 아쉽고 아쉽다.. ㅠ.ㅠ 정말 미친 듯이 신나게 놀아줄 예정이었는데 말이다.
한두 시간, 두세 시간짜리 공연에 만족이 되지 않아 락페나 힙페와 같은 장시간의 페스티벌을 기다렸다.
우리 대장(서태지)의 ETPFEST (Eerie Taiji People FESTival, 기괴한 태지 사람들의 축제)도 너무 그립고 말이다.
킨(KEANE) 음악도 정말 좋아하는데, 그 무대도 잊을 수 없다. 물 대포를 맞을 때 짜릿함이 너무 좋다.
2019 청년 대구로 청춘 힙합 페스티벌은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원활하지 못한 업무 처리로 인해, 힘들게 준비를 했을 것임에도 욕이란 욕은 다 먹게 된 것 같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낼만한 상황이었다.
나도 공연기획사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있지만 대규모 공연을 치를 때는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다. 나 하나만 잘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고, 너무 여러 가지 얽힌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공연을 볼 때, 마냥 관람객의 입장에서만 보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태풍, 폭우, 강풍 등의 문제로 공연이 취소될 경우, 적절한 시간을 두고 미리 공지를 하고, 예매자에게 개별 연락을 필히 해야 함은 당연하다. 태풍 소식이 있은 후로 불안해진 사람들은 게시판을 도배했고, 이대로 공연을 강행하는지 마는지 정확한 공지를 요구했다.
진행 경험이 많고, 업무 처리가 뛰어난 기획사라면 관람객들이 불안하고 걱정하기 전에 미리 공지를 했을 것이다. 태풍에도 불구하고 강행을 한다면 그에 따른 대비책 마련 상황도 미리 공지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불안은 급증하는데 그에 따른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이 더 커진 것이다. 태풍이 와도 강행을 한다니, 불안한 사람들은 수수료를 물고라도 취소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정해진 빠듯한 기한까지 받은 티켓을 보내야 수수료를 물고라도 환불받을 수 있다.
라인업 좀 봐라. 참 아쉽다. 이런 공연이 무산되어...
수퍼비(SUPERBEE),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딥플로우(Deepflow), 넉살(Nucksal), 오디(ODEE), 우탄(Wutan), 이로한(Rohann), 큐엠(QM), 이센스(E SENS), 염따, 이영지, 강민수(아퀴나스 AQUINAS), GI$T(윤현선), 크러쉬 (Crush), pH-1, 식케이(Sik-K), 팔로알토 (Paloalto),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레디 (Reddy), 지투 (G2), 스웨이디(Sway D), 윤비(YunB), 조원우(Jowonu), 스월비(Swervy), 루피(Loopy), 나플라(nafla), 블루(BLOO),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 영웨스트(Young West), 우원재, 스윙스 (Swings), 기리보이 (Giriboy), 씨잼 (C JAMM), 한요한, 키드 밀리 (Kid Milli), 영비 (Young B), 재키 와이 (Jvcki Wai), 노엘 (NO:EL), 다이노티 (Dino.T), 이동민
개인적으로는 염따, 수퍼비, 언에듀만 와도 갔을 것이다. 작년까지는 뮤즈(MUSE), 마룬5(Maroon5) 음악에 계속 꽂혀있었고 최근에는 영앤리치 (트웰브 twlv, 수퍼비, 언에듀)와 염따, 창모 음악을 주로 많이 듣는다.
락, 힙합, 알앤비를 좋아하지만 클래식, 가스펠 송도 좋아해서 장르 가리지 않고 좋으면 듣는다. 좋으면 듣고 훌륭한 곡은 감탄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요즘은 사고를 넓히기 위해 이해하기 힘든 노래(고정관념의 틀로 받아들이기 힘든 가사)도 듣곤 한다.
09월 06일 (금) 밤, 공연 하루 전날 대구 스타디움 보조경기장 상황이다. 공연 함께 갈 친구가 근처에 갔다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이다. 대구 스타디움까지는 집에서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거리로, 우리 동네 주민들은 운동하고 산책하러 많이 가는 코스다.
스타디움의 저 보조경기장은 개방하는 기간이 있는데, 저기 트랙 따라 걷고 뛰면 발목에 무리도 안 가서 정말 운동하기 딱 좋은 곳이다. 공연 하루 전 밤까지 무대와 음향 체크하느라 분주해 보이는 모습이 공연 취소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태풍에 대한 불안감으로 수수료를 물고 취소한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취소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 태풍의 영향이 크다면 당연히 공연 자체가 취소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진행될 것이니 취소되면 못 가고, 강행한다면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루 전 밤에 공연 취소 기사가 먼저 뜬다. 공지는 어디에도 없는데 기사로는 이미 공연 취소가 확정되었고, 현장 상황은 아직 공연을 준비 중이다. 예매자들은 혼란에 빠지고, 누구 하나 시원하게 답을 주는 이가 없다. 그 와중에 대구로 오고 있는 중이거나 이미 와 있는 아티스트들, 관람객들이 있었다는 사실.
티켓값은 착했지만 그들의 숙박비와 교통비는 어쩔 것인가? 태풍 소식 이후로 계속 멜론 티켓 게시판과 페북, 인스타 등을 오가며 실시간 공지, 소식을 체크하느라 피마른 시간은 어쩔 것이고? 공연 취소 소식은 기사로 먼저 접하고 그 후에 SNS로 접하고, 개별 문자 연락 하나 없는 일처리는 정말 아니지 싶었다.
결국 공연 취소 문자는 멜론 티켓에서 공연 당일인 7일 정오가 다 되어서야 들어온다. 온라인으로 상황 체크 다 한 사람은 알았겠지만, 공연 예매하고 그 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취소된 즉시 개별 문자를 보내야 했음이 바람직하다. 공연 당일 공연 시작할 시간에 맞춰서 공연 취소 문자가 들어오는 건 말이 안 된다.
SNS 안 하는 사람들은 공연이 취소된 사실도 전혀 모르고 공연장으로 갔으니 말이다. 태풍 때문에 공연이 취소된 것에 문제를 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전을 위한 당연한 처사로 받아들이고, 많은 관람객이 원했던 바이다. 문제는 일처리 과정이 너무 미흡하여 사람들의 분개를 샀다는 점이다.
폭우와 강풍이 심하다는 예보로 야외 공연이 취소되었는데, 그날 거짓말처럼 햇빛이 반짝 나서 어느 때보다 공연하기 좋은 날이라 황당한 경험은 종종 있는 일이다.
어제 공연 날 대구 날씨도 제법 괜찮았다. 바람이 좀 불고 비가 좀 왔지만 공연을 진행하기엔 무리 없는 날씨였다. (타 지역에서 이동해서 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물론 공연장 날씨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구에 오래 산 사람으로 태풍이 항상 감사하게도 큰 영향 끼치지 않고 지나간 건 사실이다. 그래서 대구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의 상황만 봐서는 태풍이 와도 공연 진행하기엔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태풍이 지나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다.
이때까지 무사했다고 앞으로도 늘 무사하리라고 장담할 순 없으니까. 안전 불감증이 항상 사고를 만드는 법이니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아티스트와 관람객, 스태프, 공연 관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공연이 취소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미흡한 일처리는 많이 아쉬웠고, 공연을 보지 못한 것은 더 많이 아쉽고 아쉽다.
예정대로라면 장시간의 공연을 마치고 뻐근한 몸을 이끌고 꿀잠 자고 있었을 텐데, 몸이 쌩쌩해서 잠도 안 오지 뭐야~
가고 있는 이 밤이 아쉬워 밤새 영화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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