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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성장/DREAM TRAVELER

루시드드림(자각몽) 2편 :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은 동시에 존재한다

by 앨리Son 2019. 10. 8.

 

 앨리의 꿈 일기 

 

루시드드림(자각몽) 2편 :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은 동시에 존재한다.

 

앞서 1편에서 몇 년 동안 자각몽(루시드 드림) 상태에서 불러낸 사람은 단 한 명이라고 말했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현실과는 엄연히 다른 이상형인 그가 몇 년 동안 부동의 자리를 지키다가 불과 몇 달 사이에 다른 남자로 바뀐다. 몇 년 동안 자각몽 상태에서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불러낸 적은 없다.

 

이는 몸에 오래 익은 습관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그가 내 쌍둥이 영혼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시작하여, 어느새 뿌리 깊은 믿음으로 고착화되고 있었다. 이번 꿈에서도 마찬가지로 자각한 후 평소 습관대로 그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두 사람의 이름이 동시에 떠오른 것이다.

 

 

2019/10/06 - [DREAM TRAVELER] - 루시드드림(자각몽) 1편 : 당신의 무의식이 원하는 것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몇 년간의 묵은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이런 내가 스스로 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헛웃음을 터뜨린다. 이 순간 무의식중에 늘 찾던 그 남자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숲에서-잠자는-소녀
소녀-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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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내가 만든 이상형이기도 하다. 국어사전에서 이상형이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이라고 한다. 여기서 완전하다는 것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이다. 객관적인 완벽함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적인 완전함이다.

 

완벽한 남자의 기준이 대체 뭘까? 능력 있고, 키 크고, 잘 생기고, 예의 바르고, 사회생활 잘하고, 한 여자에게 충실하고, 가정적이고 등등 사람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완벽한 남자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현실 속에서 그는 이런 이미지에 더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꿈속 내 이상형은 그런 객관적인 완벽함을 갖추고 있진 않다. 솔직하고 자유롭고 따뜻하다. 평소의 깔끔한 모습보단 더 흐트러져있고, 면도를 하지 않을 때도 많고, 힘들 땐 내게 편하게 기대기도 한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따듯하다. 가장 중요한 느낌은 이 따듯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사람에 대한 느낌이 온도로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예의 바르고 다정한 말투를 쓰지만 그 사람에게서 차가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반대로 예의 없고 퉁명스러운 말투라도 따뜻한 에너지를 받을 때가 있다. 어쩌면 그 온도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둘 사이의 관계에선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는 몇 년 동안 내겐 큰 의미가 있었던 사람인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이름을 부르는 나를 발견하니 스스로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쌍둥이 영혼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했던 그 사람이 이젠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 순간에는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한 건 사실 아무것도 없다.. 어리석었던 지난 세월을 스스로 비웃듯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다. 이제 더 이상 어떤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하거나,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짓은 그만두기로 한다. 나는 그저 흐르는 물살에 편히 몸을 맡길 뿐이다.

 

그런 맥락에서 후자의 남자를 불러내는 것 역시 큰 의미는 없다. "마지막에 남아있던 기억이 너라서, 너를 부른 것뿐이야." 이 또한 새로 생긴 습관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라고 쿨하게 말하기엔 아직 뭐가 좀 남아있긴 하지.. 부르기 편하게 그에게 가명을 하나 지어주자. 뭘로 하지? 요즘 입에 달고, 눈에 달고 사는 게 슈돌 건후(아시엘)라서 박건후라고 부르고 싶지만, 그럼 감정이입이 너무 안될 것 같다. 비슷하게 건우라고 하자.

 

나는 "건우야! 건우야!!"를 외치며 복도를 걸어간다. 분명히 사무실에서 나온 복도였지만, 학교 복도 같은 느낌이다. 내가 건우를 부르면 건우는 무조건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게 바로 자각몽(루시드드림)이다. 복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어서 매우 혼잡한 상황이다. 

 

그의 이름을 부르자, 소름 끼치는 일이 벌어진다. 지나가던 모든 사람이 일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모두 하나같이 건우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와우~ 대박!!! 백이면 백 명 모두 건우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게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움파룸파족"을 보는 그런 느낌은 아니다.

 

 

키, 체형, 나이, 스타일, 표정 등이 모두 다 제각각이다. 모두 다르지만 모두 그 사람이기도 하다. 어린 학생의 모습, 노인의 모습, 조금 더 마른 체형, 조금 더 퉁퉁한 체형, 트레이닝복 차림, 정장 차림 등 다양하다. 

 

다중우주론(평행우주론)처럼 여러 우주 속에서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직업, 다양한 연령대로 살아가고 있는 건우의 모습을 지금 내 눈으로 동시에 보고 있는 걸까? 과거, 현재, 미래 일직선상의 시간 흐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지금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것일까? 

 

내 눈앞에 바로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와우~!! 소름 끼치게 흥분되는 순간임은 분명하나 다행히 감정적인 큰 동요 없이 차분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심한 충격을 받거나, 깜짝 놀라거나 너무 흥분하면 꿈에서 깨기 마련이다. 루시드드림(자각몽) 또한 마찬가지다. 보통의 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감각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영상미나, 하늘을 나는 짜릿함에 심하게 흥분하면 곧장 꿈은 무너지고 만다. 

 

3차원 세상에 살며, 3차원적 사고방식으로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너무 많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고 동시에 존재하는데, 왜 우린 그것을 보지 못하고, 그곳으로 가지 못할까? 3차원적 사고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위 차원이 너무 궁금하다.

 

포토샵,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레이어(layer)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서 겹겹이 쌓아올려도, 사용자는 한눈에 그 모든 레이어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다. (물론 레이어의 순서에 따라 가려져서 안 보일 때는 순서를 바꿔줘야 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레이어의 눈을 다 감기고 하나만 뜨게 하면, 눈을 뜬 그 레이어의 작업물밖에 보이지 않는다. 레이어는 이미 겹겹이 존재하고 그 레이어마다 작업물도 그대로 그 자리에 존재하지만 눈만 감기면 그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듯 보이지 않는다. 1번 레이어의 작업물을 2번 레이어로 이동시킬 수도, 나머지 모든 레이어에 복사해서 넣을 수도 있다. 

 

자유자재로 레이어 간의 이동이 가능하고 동시에 존재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3차원 우리 현실 세계에서 이미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다른 차원들을 볼 수도 없고,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도 없는 건 그 차원으로 향하는 우리 눈이 지금 감겨있기 때문일까? 그 감은 눈을 뜨게 하는 방법이 바로 명상, 수행, 자각몽, 아스트랄프로젝션(Astral projection, 유체이탈) 등이 될 것이다.

 

나의 부름에 주목하고 있는 수많은 건우의 얼굴을 보는 건 정말 표현하기 힘든 신기한 느낌이다. 이 많은 사람 중에 나는 도대체 누굴 붙잡아야 하는 거지? 내가 찾는 그는 어디 있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나타나 내 오른쪽 팔을 잡는다. 

 

아.. 내가 찾던 건우다. "어? 건우야^^"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도 환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른다. 그에게서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마음을 한없이 어지럽게 만들었던 뜨거운 감정이나 혼란스러운 느낌은 전혀 없다. 그와 이렇게 편한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마시고, 수다 떨고 그냥 그런 사이. 더도 덜도 말고 그냥 가끔 만나는 친구나 지인 같은 사이. 그 사이를 넘어서는 순간, 한쪽이나 양쪽 모두가 너덜너덜해지는 걸 감당해야 한다. 뜨겁지 않고 미지근하지만, 그 미지근한 온도로 평생 가는 사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찾던 건우가 나를 붙잡는 순간, 수많은 건우들은 다시 제각기 갈 길을 간다. 그렇게 우린 정신없는 복도의 중간에 서서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이 꿈에서 깨지 않기를 그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조금은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든다. 이곳은 너무 정신없고 시끄럽다. 

 

그와 함께 조용한 곳에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니 그는 횡설수설하며 꽤 정신없는 모습을 보인다. 온전히 내게 집중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를 더 이상 놓지고 싶지 않아. 강제로라도 데리고 가야겠어.' 그가 도망가지 못하게 허리를 휘감고 가깝게 밀착한다. 

 

그는 여전히 계속 횡설수설하고 정신없어 보인다. 그는 많이 혼란스럽고 정신없어서 내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 속 그의 상황을 보는 듯하다. 그의 허리를 휘감은 채 복도 계단을 내려간다. 그가 입은 폴로셔츠를 보니 옷을 잘못 입고 있다.

 

옷의 앞, 뒤를 바꿔 입은 상태다. 라운드 티도 아니고 칼라(collar, 깃)가 있는 셔츠를 잘못 입었으니 목이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이게 지금 이 사람 상황이란 생각이 든다. 정신없고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게 현재 그의 상황이라면(현실에서도 계속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나도 마음이 아프다.

 

나는 답답하겠다며 목 부분을 늘려주긴 했지만, 옷을 갈아입고 오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복도 한복판에서 셔츠를 갈아입을지언정,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곳으로 그를 보낼 수는 없다. 허리를 감은 손에 더 힘을 준다. 그는 어디도 가지 않고 그대로 내 옆에 있다.

 

그의 허리를 휘감고 그 품에 안긴 느낌이 좋아서 스스럼없이 그의 몸 여기저기를 쓰다듬으며 살느낌을 만끽 중이다. 그러면서 뭐 친구? 하.... 웃기지도 않는구나. 나는 솔직하지 못한 내 감정에 또 헛웃음을 토해낸다. 인간은 사랑을 할 때, 숨어있던 자신의 모든 모습을 발견한다.

 

원래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내 모습이고, 스킨십을 좋아하는 나도 내 모습 중의 하나이다. 밀어내는 것도 내 모습이고, 원하는 것도 내 모습이다. 나는 그렇게 본능에 이끌려 그를 자꾸 만지고 있다. 이러다 닳아 없어질라...;;

 

그렇게 한참 동안 계단을 오르내리고 복도를 걸으며 얘기를 나눴지만 대화 내용은 1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건 살느낌? -_-;; 인간은 많은 것을 몸으로 기억한다. 몸에 익은 것은 쉽사리 버릴 수 없다.

 

그렇게 걷고 있던 중 갑자기 건우의 아버지를 만난다. 30대 초중반의 젊은 모습을 하고 계신데, 그분 앞에는 노란색 유치원복을 입은 아이 두 명이 나란히 서 있다. 우린 건우가 어릴 때, 그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와 있다. 나는 '다른 시간대에서 온 우리가 이 모습을 들켜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에 약간 당황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건우에게 눈으로 전한다. 그러자 그는 유치원생 옆에 나란히 서라고 눈으로 말한다. 나는 다시 눈으로 '내가 그 옆에 선다고 아버님이 나를 유치원생으로 보실까?'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는 그렇게 될 거라고 웃으며 눈으로 말한다. 언어가 필요 없이 바로 소통되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나는 유치원생 옆에 가서 키를 맞추려고 쪼그리고 앉는다. 그러자 아버님이 정말 나를 유치원생으로 보시며, "우리 건우 친구들 놀러 왔구나." 하시는 것이다. 건우가 유치원생인 시간대에서 그와 눈높이를 맞춰 나도 유치원생이 되는 느낌은 정말 신비로운 체험이다.

 

내 왼쪽에는 유치원생들이, 오른쪽에는 건우가 나란히 서 있다. 그가 갑자기 내 오른손을 잡더니 서로의 손을 자세히 비교하며 관찰한다. 그의 손은 적당히 태닝 된 건강한 빛깔에 길고 예쁜 어른 손이다. 그 손안에 잡힌 내 손은 유독 작고 하얀 게 마치 아이 손 같다. 어른이 아이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두 손은 대조적이다.

 

이 대조적인 손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첫 번째는, 우리 둘 사이의 차이다. 이 확연한 대조만큼 우리는 꽤 많이 다른 사람이다. 둘째는, 의외로 그에게서 부성애를 느낀다. 그의 앞에서는 어리광을 좀 피우고 싶고, 뭔가 보호받고 있다는 따뜻하고 든든한 느낌이다. 

 

셋째는, 일종의 무력감 같은 것이다. 그의 잠재력이나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서, 내가 작아지는 느낌 혹은 그 사람의 매력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 힘없고 나약한 자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계속 쪼물닥거리고 있는데 그런 행동은 다른 사람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아이의 자유로운 행동 같다. 그러다가 손에 입을 맞추는데, 귀여운 뽀뽀 쪽~이 아니라 손을 먹어 치울 기세로 빨아대서 침이 잔뜩 묻는다. 

 

순간 그가 모 개그맨의 모습으로 잠시 보인다. 과장되고 지나친 행동이 그 개그맨을 연상케한다. 이렇게 내 손에 자신의 영역 표시라도 하듯 아밀라아제를 잔뜩 묻혀놓고, 뜬금없이 고백 아닌 고백을 한다. "난 너랑 꼭 결혼할 거야." 자기 확신에 가까운 이 말은 프러포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결혼하자, 결혼할래? 결혼해줄래? 가 아니라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난 너랑 꼭 결혼하고 만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네 의견은 중요치 않아. 넌 닥치고 나랑 결혼한다." 마치 이런 느낌이다. 갑자기 그는 왜 이렇게 자기 확신에 가득 찼을까?

 

건우의 지나친 확신에 나는 할 말을 잃는다. 그냥 그런 모든 행동이 귀엽고 고맙게 느껴져서 아무 말 없이 미소 짓는다. 나는 그런 확신이 없는데, 그가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여주니 고맙고 든든한 느낌이다. 내가 어떤 상황 때문에 흔들리고, 확신을 잃고 밀어내더라도 상대는 그렇게 끝까지 믿고 밀어붙여주길 내심 바란 것이다. 

 

쓰다 보니 글이 또 엄청나게 길어져서 여기서 이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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