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의 꿈 일기
그에게서 자기 확신에 가득 찬 뜬금없는 고백을 받고, 우린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의 허리를 휘감은 내 손은 자물쇠처럼 단단히 깍지를 끼고 있다. 정말 어지간히 놓치기 싫었나 보다. 어느새 깍지 낀 손을 풀고 그와 손을 잡고 있는데, 잡은 두 손을 서로 응시하고 있다.
이 꿈에서는 손을 잡고 응시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2편에서는 건강해 보이는 성인 남자 손과 작은 아기 손처럼 보이는 여자 손이 대조적으로 보이는 장면을 개인적인 느낌 세 가지로 풀이했다.
일반적인 꿈해몽에서 손잡는꿈 (이성과 손잡는 꿈, 남자와 손잡는 꿈, 남자랑 손잡는꿈, 애인과 손잡는꿈, 손을 잡는 꿈, 손잡는 꿈해몽)은 서로의 애정관계가 돈독해지고 신뢰가 쌓이는 꿈으로 사랑의 좋은 징후로 풀이하고 있다.
2019/10/06 - [DREAM TRAVELER] - 루시드드림(자각몽) 1편 : 당신의 무의식이 원하는 것
2019/10/08 - [DREAM TRAVELER] - 루시드드림(자각몽) 2편 :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은 동시에 존재한다
우린 서로의 맞잡은 손을 바라보며 신기해서 감탄 중이다. 왜냐면 우린 둘 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손을 잡은 느낌, 살결의 감촉이 너무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너무 사실적이라 꿈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서로의 살결을 쓰다듬으며 신기함에 계속 감탄한다. 그의 손은 실제보다 통통하게 보인다. 우린 손바닥을 마주 대고 손크기를 비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손이 더 크다. "어? 이상하네. 어떻게 내 손이 더 크지? 왜 이래?" 하며 건우를 바라보자 그는 갑자기 자신의 손을 주욱~~ 늘린다.
그런데 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을 같이 잘 늘렸어야 하는데 손가락은 1cm 길이가 되고 나머지는 다 손바닥이 된다. 길쭉한 손바닥에 1cm 손가락이라니 너무 웃겨서 자지러진다. 우린 그 이상한 손을 가지고 한참이나 눈물이 쏙 빠지게 웃고 떠들며 논다.
그때 주변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낯설지 않은 말투에 이끌려 아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 말투는 바로 옆에 있는 건우의 말투와 똑같다. 아이니까 목소리는 완전히 달랐지만, 그 특유의 말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쩜 말투가 그대로라니 ㅋㅋㅋ
신기해서 아이를 자세히 관찰한다. 마르지 않은 통실통실 건강해 보이는 초등학교 3-4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다. 속으로 이 아이가 건우라는 걸 확신한다. 건우의 유치원생 시절에서 이젠 초등학생 시절로 온 것이다. 아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해서 나는 곧장 따라가 "너 박건우지?" "네 이름 박건우 맞지??"라고 묻는다.
그러자 그 아이가 "아닌데요." 하는 것이다. '아닌가? 아닐 리가 없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멀리 사라지는 아이가 한마디 한다. "나는 건우박이에요." 역시!! 맞구나. 건우박이래 귀여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어린 건우를 보내고 나서야 아차 싶은 생각이 든다.
어린 건우를 따라오느라 지금 건우의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건우는 어디 있을까? 계속 함께 있었어야 했는데...' 그와 헤어진 곳으로 다시 가보니 그는 보이지 않는다. 거기도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한 명 있는데, 얼굴만 봐선 누구의 어린 시절인지 느껴지지 않는다.
"넌 이름이 뭐니?"라고 묻자, 유명 배우의 이름을 댄다. 설마 그 배우?라고 의아하게 생각한 건, 얼굴에서 그 느낌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서다. 그 근처에는 또 다른 배우의 어린 시절 모습도 있다. 그들의 팬은 아니지만, 내가 보는 이 얼굴들이 실제 그들의 어린 시절 모습일지 궁금하단 생각은 든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계속 건우를 찾고 있는데, 그 남자아이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서성인다. 그리고 "이름이 뭐예요?"라고 당돌하게 묻는다. 아이가 어른에게 이름을 묻는 게 왜 당돌한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아이가 어른 이름을 부를 일이 없으니 그런 느낌이다.
속으로 '왜 이름 부르게? 귀여운 아이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름이 뭐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나는 답을 하지 못한다. '내 이름? 내 이름이 뭐지??' 머리가 하애지면서 내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누구지? 여긴 어디지? 소름 끼치게 충격적인 순간이다. 나는 그렇게 카오스 상태로 잠자고 있는 몸속으로 급하게 빨려 들어간다.
루시드드림(자각몽) 3편 : 아스트랄프로젝션(유체이탈 Astral projection)
이 긴 꿈은 한 번에 이어졌고 너무 생생하게 떠오른다. 정말 대박 꿈을 꿨다, 오랜만에 자각몽을 꿨다, 아스트랄 여행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꿈은 끝나지 않았지만..) 자각몽과 유체이탈(아스트랄프로젝션)은 분명 차이가 있지만, 꿈속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처음엔 분명히 자각몽(루시드드림) 상태로 시작하지만, 장소를 이동하면서 이게 평소 루시드드림(자각몽)과는 다르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차이가 있지만 결국 영적 세계로 투사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란 건 내 영혼이 다른 차원에서 실제 체험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하곤 했다.
아스트랄 프로젝션(Astral projection) 즉, 유체이탈(遺體離脫)을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 분리되는 일이라고 흔히들 알고 있다. 위에서도 분리된 영혼이 몸속으로 급하게 빨려들어간다고 표현한 것은 단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3차원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 방식이다. 실제로 영혼은 몸속에 있지 않다.
책 "우주 리듬을 타라" (디팩 초프라 지음 ㅣ 이현주 옮김)에서 그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영(靈)이 육(肉) 안에 거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오해 가운데 하나다. 영은 몸 안에 있는 무엇이 아니다. 몸과 마음으로 영이 자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시공간에 자리를 마련하고 몸을 통하여 자기를 방송 또는 방영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는 영화의 주인공들이 텔레비전 세트 안에 있지 않은 것처럼, 내가 그 음악을 듣고 있는 베토벤이 라디오 안에 있지 않은 것처럼, 내 영 또한 내 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영이 내 몸을 통하여 저를 표출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나는 급하게 몸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느낌과 함께 꿈에서 깼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누워서 눈을 감고 있으니 왼쪽 귀에서 어떤 말소리가 들려온다. 주파수에 맞춰진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또렷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보통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대화 소리가 아니라, 라디오 뉴스 같은 느낌이다. 다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14라는 숫자가 반복해서 들린다.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를 어떠한 정보가 계속 내 귀에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아직 꿈인가?
이 꿈을 꾼 다음날 현실에서 바로 14라는 숫자를 보게 된다. 새로운 블로그를 추가하고 애드센스 광고를 달기 위해 관련 포스팅을 검색하다가, 거기서 14라는 숫자를 여러 번 본다. 구글 애드센스 사이트에서는 승인이 되기까지 최대 2주가 걸린다고 되어 있다.
내가 본 블로그에서는 2주라는 표현 대신 14라는 숫자를 여러 번 썼다. 이 숫자를 이렇게 보는구나 싶어서 피식 웃었다. 그런데 추가된 블로그에 애드센스 승인이 되기까지 정확하게 딱 14일이 걸린다. 최대 2주이지 꼭 2주가 걸리는 건 아닌데 신기하게 꿈처럼 14일을 꽉꽉 채우고 만다.
라디오 뉴스 같은 소리는 계속 들리고 몸에선 어떤 진동이 강하게 느껴진다. 아스트랄 프로젝션을 할 때 이런 진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깊은 명상이나 수행 중에 자연스럽게 유체이탈을 경험한 적이 여러 번 있지만, 그때는 특별히 진동을 경험하진 않았다.
다만 잠을 자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유체이탈에서는 진동을 자주 경험한다. 그땐 특별히 유체이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처음 경험했을 때는 마치 지진처럼 느껴졌다. 온몸의 진동이 세게 느껴져서 자다가 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모두 유체이탈 과정이었던 것이다.
진동뿐만 아니라 눈앞에서 어떤 여러 가지 환영 같은 것이 보이는데, 그 또한 잠에서 깨서 실제로 보는 느낌이었다. 자다가 스르륵 깨서 눈을 떴는데, 허공에 작은 날벌레가 무리 지어 날아다니기도 했다.
실제와 너무 똑같은 느낌에 눈앞에 보이는 모습 또한 환영처럼 느껴지지 않아 '무슨 날벌레가 저렇게 많이 생겼지?'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때로는 작은 불빛이 왔다 갔다 하기도 했는데 그걸 잡아보려고 허공에 손을 휘젓기도 했었다.
이번 꿈에서 느낀 진동은 이전과는 좀 다르다. 그전에 느낀 진동이 지진 같은, 혹은 휴대폰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면 이번에는 몸의 부분에서 시작하여 파동으로 퍼져나가는 진동이다. 몸의 한 부분에 작은 진동이 닿자 넓게 파동으로 퍼져나간다.
그 느낌이 옆구리 쪽으로 오기도 하고 허벅지 쪽으로 오기도 하고 몸 부위 여기저기에 시작하여 넓은 부위로 파동으로 퍼져나간다. 몸에 닿아서 퍼지는 그 파동의 느낌이 정말 생생하다. 정말 신비롭고 재미있고 즐거운 체험이다. 아스트랄계로 들어갈 준비운동이라는 생각에 은근 설렌다.
그런데 왼쪽 귀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는 여전히 계속 들리는데, 소리뿐만 아니라 왼쪽에 사람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뭐가 있는 느낌이 든다. 몸이 완벽하게 가위눌린 상태는 아니지만, 움직임이 썩 자유롭진 않은 상태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고 싶은데 돌려지지 않는다.
손을 뻗으려 하지만 이 또한 매우 힘겹게 움직여진다. 겨우겨우 손을 왼쪽으로 뻗어 허공에 휘저어 본다. 그러자 우우웅~~~ 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체처럼 무언가 손에 닿는 건 없지만,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휘저은 느낌도 아니다. 마치 에너지장을 건드려서 나는 소리처럼 들린다.
눈앞에는 형광빛의 초록색, 파란색 등의 현란한 패턴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답답해진 나는 이만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양손을 허공에 대고 시각화된 에너지 패턴을 향해 휘젓기 시작한다. 힘겹게 움직여지는 팔과 손으로 그 현란한 패턴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순간적인 충격을 받고, 이젠 꿈에서 깼나? 둘러보니 한순간에 다른 장소로 이동해와있다. 당황한 나는 허공에 대고 "What the hell is going on??"이라고 소리친다. 드넓은 운동장은 건우와 함께 있었던 그 장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기부터는 자각몽보다는 아스트랄프로젝션(유체이탈)의 느낌이다.
주위에 외국인이 여러 명 서성이고 있어서, 한 백인 남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Where am I?"라고 묻는다. 좀 더 공손하게 말할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부터 한다. 한국말을 정말 잘한다. 난 놀라서 "한국말을 정말 잘 하시네요."라고 말한다.
그가 한국어로 뭐라고 말을 했지만, 여기가 어딘지는 들은 기억이 없다. 그의 여유로운 미소는 마치 이런 느낌이다. '여기 갑자기 오게 되면 다들 그런 반응이에요. 괜찮아요. 곧 적응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운동장 안에 점점 사람들이 들어찬다. 그 넓은 운동장이 줄로 맞춰 선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에 서야 하는지, 아니 여기 꼭 서야 하는지, 나가면 안 되는지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골고루 많이 모여있다.
중간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피해 가장자리를 따라 뒤쪽으로 이동한다. '여기에 줄을 설 이유도 모르겠고, 나간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눈치를 보며 상황을 살핀다. 뒤쪽으로 오니 밖으로 나가는 문이 보이고, 그 문을 통해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자유롭게 나가는 사람들도 있으니 별문제 없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가는 사람을 따라 문을 막 통과하려는데 갑자기 내 앞에서 문이 탁 닫혀버린다. 문을 열려고 하니 열리지를 않는다. 있는 힘껏 힘들게 문을 열고 겨우 빠져나오니, 갑자기 관리자가 나타나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연행해간다.
'밖으로 나오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나온 사람들을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는 거지?' 여러 명의 사람들과 함께 끌려온 곳에는 2미터 정도 높이의 담이 있다. 그 위에 사람들이 일렬로 선다. 그 담을 따라 걸어가면 복잡한 미로가 펼쳐진다.
그 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십자가의 길"이다. 십자가의 길은 사형선고를 받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에 가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까지의 중요 열네 장면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십자가의 고통은 없었지만,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시작하면 그 미로를 따라 걷는 길 양쪽으로 뜨거운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길은 좁고 불기둥은 거대해서 걸을 때마다 살을 다 태울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부터 겁을 잔뜩 주며, 고행을 견뎌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두렵지만 피할 곳이 없어 첫걸음을 내딛는다.
불기둥이 솟아올라 몸에 계속 닿았지만 다행히 견딜만한 느낌이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미로의 끝까지 도착하여 그곳을 탈출한다. 그 미션 아닌 미션을 성공한 사람에겐 포상이 주어지는데 얼떨결에 내가 1등을 한 모양이다. 상장, 트로피 등을 가득 팔에 안고 나오는데, 1등이고 뭐고 살았다는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지경이다.
다시 그 운동장 쪽으로 가보니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탁 트인 넓은 운동장만이 보인다. 여긴 분명 건우와 함께 있었던 장소가 맞다. 그때 거짓말처럼 건우가 다시 나타난다. 고행을 견디고 나니, 달콤한 선물처럼 그가 나를 반겨준다. 이젠 더 이상 그가 사라질까 봐 손가락 깍지 잠금장치를 걸지 않는다.
뒤에 건우와의 스토리가 더 있지만,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생략한다. 엄청나게 긴 자각몽과 유체이탈을 오가는 꿈은 이렇게 끝난다. 내 꿈은 대부분 다 생생하여 오래 기억에 남지만, 이 꿈은 정말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바로 이어 번외로 자각몽의 특징과 자각몽 부작용 사례와 그 원인, 해결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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