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의 꿈 일기 삼각관계 꿈 해몽 분석을 표방한 연애심리 잡담
올해 1월에 꾼 꿈이다. 앞뒤로 너무나 스펙터클한 꿈을 많이 꿨기에 꽤 피곤한 밤으로 기억된다.
이 꿈에서는 유명 여배우 한 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처음 보는 어떤 남자도 등장한다. 그 남자는 외국인 같기도 하고, 한국인 같기도 하고, 혼혈 같기도 한 느낌이다. 그렇게 우리 세명은 어떤 집의 주방에 있다. 외국의 조용한 시골마을 같은 느낌이다. 주방에서 무언가를 하다가 우리 셋은 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 방은 커다란 침대가 있는 침실인데 그 방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다. 이제부터 우리 셋은 함께 놀아야(?) 한단다. 뭐야? 지금 진짜 세 명이서 같이 하자고? 그녀가 먼저 침대에 걸터 앉는다. 남자는 뭔가를 준비하는지 혼자 왔다 갔다 바쁘다. 이 집은 그 남자의 집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낯빛이 어두워 보이는데, 뭔가 심각한 얘기를 꺼낸다. 나는 그녀의 얘기를 들어주며 졸지에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녀에겐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남자가 침대로 다가와서 같이 앉았다. 난 세명이 한 침대에 앉아 있는 게 불편했고, 난 이만 빠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둘이 재밌게 놀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라고 생각하고 방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둘이 잘 어울려 보였고, 내가 낄 자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어서자 남자가 내 손목을 잡고 못 나가게 막는다. 난 싫다고 나가겠다고 말하고, 그는 안된다고 같이 해야 된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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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아름다운 여자 한 명으로는 만족 못 하시겠다? 나는 그냥 평범한 시민이야. 나한테 왜 이래? 남자가 손을 놓지 않아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해~ 같이 하자고. 까짓 못할 것도 없지 뭐. 근데 맨 정신에는 못하겠어. 와인 없어?" 도대체 취하려면 와인을 몇 병을 마셔야 하는 건데, 와인을 찾는 게야. 어쨌든!
그러자 그는 그때 그 와인은 가져가지 않았냐고 묻는다. 이곳에 온 게 처음이 아닌 듯이 말한다. 나는 모르겠다고 말하고 그와 함께 술을 찾으러 주방으로 함께 나간다. 부엌에는 온갖 종류의 술병이 보인다. 그때 싱크대 위에 있던 커다란 그릇이 엎질러졌는데, 다름 아닌 굵은소금이다.
넓은 싱크대 위로 하얗고 굵은소금이 가득 쏟아져내린다. 싱크대 위에 물기가 약간 있었는데, 소금의 양이 워낙 많아서 녹지는 않고 약간 질퍽해진다. 그때 갑자기 닭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푸드득거리며 날아와 소금을 쪼아먹기 시작한다.
저렇게 짠 소금을 다량으로 먹으면 닭들은 죽을지도 모른다. 난 못 먹게 말렸지만 닭들은 미친 듯이 달려들어 계속 먹는다.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싶었다. 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그 광경을 지켜본다.
이 꿈을 꾸고 나서 특히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장면이 있었다. 첫째, 유명 여배우인 그녀가 어두운 낯빛으로 내게 고민 상담을 하는 장면. 둘째, 두 사람이 더 잘 어울리니까 나는 중간에서 빠지겠다고 나오는데 남자가 나를 붙잡는 장면. 셋째, 소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어 쪼아먹던 닭들을 내가 안타깝게 바라보는 장면.
첫째, 이 유명 여배우는 결혼생활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이 부부는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은 커플이었다. 그들이 얼마 전에 파경을 맞았다. 이 꿈을 그 예지몽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 꿈을 다시 보니 그냥 괜히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된다.
팬이 아닌 이상 누가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결혼이든 연애든 헤어지는 속 사정에 대해서는 당사자 아니고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헤어진다는 건 결국 서로 마음 아픈 일이다.
셋째, 소금을 먹는 꿈은 일반적인 꿈 해몽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닭 꿈 역시도 행운의 긍정적 상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꿈에서 내가 느낀 건, 죽을 길인지 모르고 뛰어드는 무모함, 어리석음, 위태로움, 불안, 걱정과 같은 감정이었다.
광기 어린 닭들은 눈도 귀도 닫고 아주 미쳐가지고 소금을 쪼아먹는데, 그걸 바라보는 나는 매우 안타까웠다. 인간은 결국 그렇게 어리석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죽을 길인지 살길인지 모르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쾌락이나 본능에 충실한 게 나쁠까?
그게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 말로가 좋은 걸 별로 보지 못했다. 절제력을 배우지 못하고 자신과 계속 타협하기 시작하면, 마지막엔 무엇과 타협하고 있을까?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있을 수도...
둘째, 삼각관계에서 경쟁을 피하고 평화주의자를 표방한 내 지난날의 행적을 떠올리게 했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어떤 오빠를 친한 친구도 똑같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가 그렇게 괜찮은 사람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짧은 머리에 보기 좋게 까만 피부, 날씬하고 운동을 잘했고, 눈빛이 항상 반짝반짝 빛났다.
그냥 좋은 사람, 좋은 오빠에게 가지는 호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파서 며칠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진짜 내 마음을 알게 됐다. 심장이 정말 쿵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고서야 내가 정말 저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속마음을 표현하기는커녕, 더더욱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친한 친구와 함께 다니다가 그 오빠와 마주치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항상 그 오빤 친구와 눈을 맞추고 친구에게만 말을 거는 것이다. 더군다나 친구도 그 오빠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 나만 조용히 빠져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는 말을 하며 경쟁해서 쟁취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나도 사실 경쟁심이라면 장난 아니다. 남녀 관계를 떠나서 그게 일이나 스포츠라면 악착같이 경쟁해서 이기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연애사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자주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곤 한다. 사람의 마음은 경쟁해서 쟁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미리 단정 짓고 포기하는 것일까.
어쨌든 그런 소극적인 자세가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차라리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보기 좋게 까였다!라고 말하는 게 더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 친구는 예쁘다기보다는 잘 웃었다. 눈웃음이 매력적인 친구고, 그 눈웃음은 남자가 쉽게 오해할만하고 대시할만한 중요한 포인트다.
나도 친구의 그런 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 오빠가 그 친구와만 눈을 맞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 오빠와 친구 사이의 어떤 썸이 있는 것이라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 종종 혼자 있을 때 은근 슬쩍 옆에 다가와 "머리 색깔 이쁘네, 옷 이쁘네, 렌즈 바꿨네. 색깔 이쁘다." (라섹 하기 전 컬러렌즈 꼈을 때)
이런 세심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고 갈 때 뭐야? 싶다가도,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그 오빤 나랑 눈도 한번 맞추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에겐 친절한데 자신에게만 무심하게 군다면 보통 어떤 생각이 들까? 우선은 나한테만 왜 이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실수했나? 내가 싫은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나 좋아하나? 좋아해서 일부로 저러나?라는 생각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 전자, 후자 다 있을 법한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남자들이 후자의 방법을 많이 쓰더라. 그런데 나는 정말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관심을 끄는 것에는 성공했다. 관심은 확실히 끌었고, 존재감 어필 확실하게 하긴 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글쎄... 그다지... 마무리라도 잘 했으면 이런 생각은 안 들 텐데, 마무리마저 흐지부지했다. 장난 전화가 꽤 오랫동안 왔고, 나중에서야 그 오빠가 나를 좋아했었다는 말을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해서 건너 건너 듣게 되었다.
기분이 좋기는커녕, 어이가 없었다.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왜 그 사람 입이 아닌, 다른 여러 사람 입을 통해서 건너 건너 들어야 하지? 내가 그 정도로 도도하고 어려워 보이는 여자로 보였다면 그것도 뭐 미안한데, 내 앞에서 말하고 까일 용기는 왜 없었나? 까이는 게 뭐라고? 까지도 않았겠지만 말야. 멍충이. 지금 생각해도 짜증 남.
그런 의미에서는 차라리 내 앞에서 돌직구 날리는 타입이 더 좋다. 바보같이 우리 그때 뭐 했던 거니?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음. 아까운 청춘을 말이야...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이런 식으로 삼각관계에 놓이는 상황에서 난 항상 두 사람이 잘 되길 바라고 한발 물러나버리는 비겁한 인간이었다.
얻다 써먹을 데도 없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 때문에, 누구에게도 상처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온 내 삶의 모습 그대로 이 꿈속에서조차 두 남녀를 연결 지어 주고 중간에서 빠지려고 한다. 하지만 남자는 나를 붙잡는다. 나를 붙잡는다고 나를 선택한 게 아니다.
세명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다리, 문어다리를 걸치며 어장관리를 하는 나쁜 남자의 표본이다. 혹은 사귀자는 말은 절대 하지 않으면서 어장 안에 두고 이 여자, 저 여자를 골고루 만나는 부류다. 유튜브에 연애 관련 영상을 보다가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계속 만나고 있는데 사귀자는 말을 안 하는 남자가 있다. 분위기는 사귀는 분위기인데 확실하게 말은 안 하고 만나고 있는 것이다. 여자는 우리 사이가 대체 뭔지 궁금하다. 말이 중요한가, 이렇게 만나면 사귀는 거지라고 여자는 착각한다. 하지만 남자가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사귀자"라는 말의 무게감, 책임감 때문이다.
사귀자고 약속한 후부터 다른 여자를 만날 기회를 박탈 당한다. 오로지 이 여자하고만 만나야 한다. (표면상) 그렇다면 사귀자는 말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날 기회를 박탈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날 기회를 박탈당하고서라도, 이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꼴을 도저히 볼 수 없을 때 사귀자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정말 웃기면서도 공감이 갔다. 계속 만나면서 사귀자는 말을 안 하는 것은, 여자가 다른 남자 수십 명을 만나든 만나서 뭘 하든 이 남자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수십 명을 만나겠다는 뜻이다. 나는 여자지만 이런 남자의 심리에 공감이 간다 ㅋㅋ
연애든 결혼이든 서로 약속된 구속이 시작되는 건, 자유로운 영혼들에겐 꽤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내가 구속하고 싶다, 이 사람에겐 구속받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재고 따지고 머리 굴릴 것도 없이 "우리 사귀자!"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도망가기 전에 얼른 잡고 싶은 것이다.
시간을 질질 끌며 사귀자는 말은 안 하고 자기 반경 안에 두고 필요할 때만 연락한다면 그 관계는 승산 없으니 접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꿈 분석, 꿈해몽이라고 하기도 뭣한 오늘의 연애심리 잡담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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