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김상운 작가님의 "직장인을 위한 왓칭 수업" 중 6강 왓칭 솔루션(실전 적용) 중에서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26세 여성 직장인의 점심시간(점심 식사)에 대한 고민인데요. 과도한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에 비하면 그것이 사소한 부분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데요.
결국은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 점심시간(점심 식사)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은 단지 먹는 문제가 아니라 긴 근무시간 중 보장된 최소의 휴게시간이니,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 활용을 할 수 있어야 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일하는 업무 시간보다 점심시간이 더 힘들다고 말하고 있어요.
점심시간만큼은 혼자 있고 싶고 원하는 걸 먹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사소한 문제라고 하기엔 매일 반복되는 부분이라 사소하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구내식당이 따로 없어서 근처 식당으로 가는데 대부분은 부서 전체가 우르르 몰려다니다 보니 메뉴 선택 권한이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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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과 같은 좋아하지 않는 메뉴라도 먹어야 할 때가 많고 막내들이 식당에서 으레 해야 하는 수저 놓고, 물 따르기, 빈 반찬 그릇 채우기 등을 해야 합니다. 제 돈 주고 먹으러 가서 먹고 싶지 않은 메뉴를 먹어야 하고, 수발 아닌 수발까지 들어야 하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죠. 그보다 더 불편한 것은 식사를 하는 속도라고 해요.
식사를 좀 천천히 하는 편이고, 뜨거운 음식일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 남자 상사분들은 펄펄 끊는 국밥도 후루룩 빠르게 잘 잡수셔서 그녀가 절반도 안 먹었을 때 그분들은 식사를 끝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눈치껏 본인도 다 먹었다고 말하고 함께 일어난다고 해요.
양이 차지 않아서 오후 시간이 되면 배가 고프고, 그러니 짜증도 덩달아 난다고 합니다. 점심을 먹은 뒤 남은 시간은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쉬고 싶은데 다 함께 움직이다 보니 그것도 어렵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은 유일하게 보장되는 1시간의 휴식시간인데 그 시간에 쉬지 못하는 게 불편하고 억울한 마음도 든다고 해요.
가끔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직원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회사에서 한참 떨어진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고 커피숍에서 쉬다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 점심시간이 늘 불편하지만 사회생활을 못한다, 유난스럽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꾹 참고 있다고 해요.
온종일 함께 있는데 점심시간까지 꼭 동료, 상사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인지? 꼭 그렇게 해야만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인지? 가 그녀의 점심시간 고민입니다. 이어서 그녀의 고민에 대한 저자의 왓칭(WATCHING) 설루션이 나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여러 자아가 있는데 이 여러 자아 가운데는 끊임없이 '남의 비위를 맞춰주는 자아(pleaser)',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밀어붙이는 자아(pusher)', 끊임없이 난 못났다고 생각하는 '비판적 자아(inner critic)', 상처받기 쉬운 '내면의 어린아이(inner child)'가 들어 있습니다.
이 많은 자아가 생각 에너지체들이에요. 이들 가운데 가장 힘센 자아가 우리 마음의 표면 위에 올라와 나인 양 행세하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 마음속 전체를 넓은 눈으로 들여다보게 되고, 어느 한 가지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게 돼요. '
아, 여러 자아 가운데 남의 비위를 맞추고자 하는 자아의 힘이 너무 강하구나! 그래서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구나!'
마음속에서 서로 싸우는 여러 자아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느 때 어떤 자아가 나서는 게 좋은지 이끌어줄 뿐이지요. 관찰자의 입장에 서면 평소 들리지 않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혼자 점심 먹고 산책하고 싶다.'
이 생각은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라는 영혼의 울림이에요. 원래 무한한 사랑이 흐르는 무한한 공간에 살던 영혼이 몸뚱이라는 작은 공간에 갇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따금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 목소리를 존중해주세요.
저자 역시 이런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매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며칠에 한 번 정도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고 해요. 물론 처음에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남들이 외톨이라고 무시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해요. 하지만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은 훨씬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고, 남들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직장이 나의 전부는 아니에요. 직장은 바뀔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직장이 내 인생의 전부라 여기면 거기에 매달리게 돼요. 시야가 아주 좁아집니다. 점심을 먹는 것처럼 아주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아요. 시야가 좁아지면 마음의 공간도 몸으로 작아져요. 온갖 스트레스가 몸에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책의 앞부분에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직장인에게 '왓칭'이 필요한 이유는 이 고정관념 속에 묻힌 잃어버린 의미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직장과 직업은 굉장히 소중한 나의 '일부'이지만 나의 '전부'는 아닙니다. 직업적 정체성은 나를 이루는 수많은 조각 중 하나일 뿐이지요.
요즘은 점심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의식 있는 기업이 많죠. 요즘 젊은 세대를 너무 개인주의적이라고 하지만, 개인주의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합리적이죠.
제 이야기를 덧붙이지만, 저는 이직을 여러 번 했고 그 과정에서 직장과 아르바이트 경험이 다양하게 많습니다. 직장을 여러 번 옮기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피치 못할 상황도 많았고 스스로 그렇게 선택하기도 했었죠. 마치 '이 세상 모든 직업을 다 경험하고서라도 내게 맞는 직업을 꼭 찾아내겠다.' 라는 자세로 말이죠.
그 과정에서 점심시간이 사례자처럼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일이 참 많았어요. 사례자와 같은 경우도 물론 있었지만, 대부분은 회사에서 직접 밥을 해먹거나 도시락을 싸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외근 직원들이 많아서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회사도 몇 번 있었죠.
이 사례자는 그토록 혼자 하고 싶은 점심 식사를, 저는 혼자 먹기 싫어서 몸부림쳐야 할 때도 있었거든요. 전 직장들에서 도시락을 싸다닌 경우가 많아서 더 이상 도시락을 싸기도 싫고 해서 혼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어요. 다른 회사의 직원들은 동료들과 모여서 점심을 먹는데, 그 틈에서 혼자 먹으려니 영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통화를 하며 먹거나, 근처에 살고 있는 주부 친구를 불러내기도 하고, 근처에서 일하는 다른 회사 친구와 점심 약속을 잡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혼자 밥을 먹어야 했어요. 그게 그때는 그렇게 싫었습니다. 혼자 먹어서 좋은 점도 많았는데, 그땐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죠.
혼자 먹으니 매일 메뉴를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오늘은 떡볶이, 내일은 냉면, 모레는 국밥! 눈치 보고 먹기 싫은 메뉴를 먹어야 할 필요도 없어요. 상사들 수발도 안 들어도 되고 편하죠. 하지만 그때는 외롭다는 생각에 너무 사로잡혀서 그걸 즐기지 못했어요.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서 사례자처럼 맞지 않는 사람들과 맞지 않는 음식을 늘 먹어야 한다면 그토록 싫었던 혼밥했던 때가 그리울 수도 있겠죠? 언제나 상황은 변할 수 있습니다. 고정 불변의 것은 없어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 그런 내용들이 많이 나왔었죠. 점심시간에 여직원들이 밥을 해야 하고, 명절이나 제사 때는 사장님 댁의 전까지 부치는 장면 말이죠.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이렇게 공사 구분이 안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업무가 과다하지 않을 때는 직원들끼리 점심을 직접 해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너무너무 많은 와중에 점심 식사까지 준비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작은 규모의 회사는 점심시간이 1시간의 휴게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해야 하는 게 맞죠 ㅎㅎ
그렇게 식사 준비를 하고, 후다닥 먹어 치우고, 설거지 마무리까지 하고, 양치할 시간이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며 바로 오후 업무에 돌입합니다. 점심시간에 전화가 울리면 몇 번이고 식사를 중단하고 받아야 했으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릅니다.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죠. 최소한의 근로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던 거죠. 그럼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회사는 어땠을까요. 물론 귀찮은 일이지만, 도시락을 싸 다니는 것도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도시락을 다 먹은 뒤 직원들의 그 많은 도시락을 주로 여직원 중 막내 또는 신입이 설거지를 다 해야 하는 겁니다.
도시락을 먹고 설거지는 각자 집에 가서 하면 됩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해서 가는 이유는, 바로 씻으면 냄새도 나지 않고 깔끔하니까요. 그런데 그 설거지를 각자 하려면 공간도 비좁고, 오히려 시간도 더 걸리니까 한 사람이 모아서 하는 방식이었죠.
이렇게 이해하면 사실 못할 건 없어요. 사실 저는 봉사정신이 있는 사람이라 그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때로는 스스로 청해서 하기도 하니까요. 사회 초년생 때는 그런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나이가 좀 더 먹은 후 그런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마음의 목소리가 그걸 원하지 않더라고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고 언제나 그 조직에서 튀는 행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살면서 불쑥 불쑥 올라오는 마음의 목소리는 그 반대의 말을 하곤 했어요. 그래서 그때 도시락을 싸오지 않고, 점심때 사 먹겠다고 말했습니다.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조직에서 혼자 튀는 행동을 하는 건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그 뒤로 혼자 점심을 사 먹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마음이 좀 불편하기도 했지만 먹고 싶은 메뉴를 먹고 커피 한잔하며 여유롭게 보내는 점심시간이 더없이 좋아지더라고요. 며칠 지나자 저처럼 그 점심시간이 편치 않았던 직원들 몇 명이 줄줄이 점심때 밖으로 나오더군요.
그동안 사회생활 못한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참고 있다가, 한 사람이 나가니 용기를 내서 따라 나온 겁니다. 결국은 도시락 팀과 외식 팀으로 나누어지게 되었어요. 웃긴 건, 그 도시락 팀에는 더 이상 어리거나 신입인 여직원이 없었고 그래서 그 누구도 설거지를 도맡아 할 사람이 없었기에, 한 사람이 도시락 설거지를 하는 일이 아예 사라져버린 거죠.
물론 사회생활은 참고 견뎌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내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해요. 살다 보면 조직 속에는 말도 안 되는 규율이 많습니다. 그걸 누군가가 바꾸려 한다면, 조직의 반발은 엄청나게 심하겠죠. 직장 생활에서 누구나 눈치를 보고, 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며 살죠 우리는... 하지만 직장이든 어떤 조직이든 우린 뼈를 묻을 것처럼 충성하지만, 그게 우리 자신보다 더 소중하진 않다는 거죠. 우리 삶의 소중한 일부분이긴 하지만, 각자의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조직 안에 있다는 이유로 모든 색깔을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점심시간이나 회식 문화가 전보다는 많이 유연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변화의 바람이 조금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직 안에서든 어떤 인간관계이든 따로 또 같이를 유연하게 잘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결론지어 봅니다. 늘 혼자여도 안되지만, 늘 함께일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까지 김상운 작가님의 "직장인을 위한 왓칭수업" 중 점심시간(점심 식사) 고민에 대한 직장인 사례와 솔루션, 저의 경험담을 함께 나눠 봤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왓칭 수업" 책은 이렇게 2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남은 주말 시간도 편안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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