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베스트셀러, [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_ 정신분석 전문의 성유미 지음 ] 추천 도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본문 내용 살펴보도록 할게요. p.25에 LPG라는 말이 나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거나 자신이 힘든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해오는 선배에 관한 이야긴데요. 분명히 주변에 이런 사람들 있을 거예요. 일이 잘 풀리고 기분 좋을 때는 연락 없다가, 힘들 때만 연락하는 사람들 말이죠.
그 선배 언니라는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한 얘기를 다른 사람 입을 통해서 듣게 됩니다. LPG는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Listen), 자기 생각을 긍정적으로(Positive) 만들어줘서, 만나고 오면 좋은 날이(Good day) 된다는 뜻이래요. 칭찬 아닌가요? 네, 말 자체는 분명 칭찬이죠.
그런데 덧붙여 하는 말이 본인의 일이 잘 풀리고 행복할 때는 그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네 확실하고도 철저한 이용이 맞습니다. 그런 사람이 나를 이용하게끔 계속 곁에 두는 건 자기 학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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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데는 커다란 심리적 비용이 든다. 한 번 만나고 오면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힘든 일이 바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이다. '상대의 편의'를 위해 영혼이 털린 경험이 있는가? 한두 번이야 그렇다 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면 이 관계는 그렇구나 하고 정리하는 게 맞다. ( p.26 )
저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났습니다. 엠패스(empath, 엠파스)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걸 숙명처럼 느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분명히 차단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할 수 있어요. (엠패스가 궁금하신 분들은 내부 검색창에서 검색하시면 관련 글이 나와요)
언젠가 한 달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여러 팀이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만난 어떤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언니가 저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만남에 제 앞에서 갑자기 울면서 토해내듯 자신의 힘든 상황을 얘기하시더군요. 당황스러웠지만 들어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관계 때문에 일이 끝나는 날까지 제가 그분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 줄은 몰랐었죠. 아침 출근길부터 시작해서 장문의 톡은 계속 날아오고, 일하는 중간은 물론 퇴근해서도 마찬가지였죠. 일하는 곳에서 역시 틈만 나면 저에게 와서 하루 종일 힘들었던 얘길 꼬박꼬박 보고하더군요.
그분이 중간에 일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다독이고 들어줬던 것 같아요. 좀 얘기하다가 풀리면 그만하겠지라고 생각한 건 완전 저의 착각이었어요. 그 언니는 일이 끝나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고 했지만, 과연 제 속마음은 어땠을까요? 저는 일이 끝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읽을 줄 아는 최소한의 마음의 눈이 있어야 해요. 상대방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고 그냥 들이붓는 사람들 있죠? 자기 편한 대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있죠? 내가 좋으면 남도 다 좋은 줄 아는 사람들 있죠? 정말 안타깝지만 계속 그런 식이면 상대방은 언젠가 분명 떠납니다.
잘못된 관계가 반복되는 이유 _ 친구는 '누울 자리'가 아니다
사이가 상호성에서 일방성으로 전환되어 피해를 보는 쪽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상호성은 관계의 핵심이자 관계를 지켜주는 댐과 같다. 처음에는 이 상호성이 그런대로 지켜진다. 그런데 받는 재미에 빠진 쪽에서 슬슬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기 시작한다. 슬쩍 오른쪽 다리를 넣어봤더니 친구가 안방을 내준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를 안 순간 상대는 '상호성을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누워도 될 자리'로 바뀌어버린다. 그래서 죄책감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누군가를 '누울 자리'로 여기는 순간 상대는 이를 알아차리고 떠날 준비를 한다는 점이다. ( p.75~76 )
p.127에 14년 절친과 헤어진 이야기가 나옵니다. 절교를 당한 쪽이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해요. 알고 보니 이 친구는 "너랑 내가 같니?"라는 은연중에 친구를 무시하는 말투를 자주 사용하고 있었던 거죠. 이 말을 들었던 친구는 아마도 이런 말투에 특별히 반박을 하지 않았나 봅니다. 불쾌하다고 표현하고 사과를 받아야 할 상황인데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그 말투가 점점 거슬리고, 상처의 골이 더 깊어져서 어느 날은 마침내 폭발한 것이겠죠. 아무리 오래된 베프라도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와 행동을 하는 친구라면 언젠가는 끝이 보이는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관계를 끝내게 만드는 건 대단한 사건이 있어서가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 대하는 사소한 말투와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그 관계를 무너뜨리는 거죠.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 같아요.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굳이 필요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필요하죠. 엄청 필요하죠. 약속에 번번이 많이 늦으면서 사과는커녕 되레 화내고 욕하는 사람이 있어요.
늦은 것이 민망해서 화를 내기도 하고, 늦게 만든 상황이 짜증 나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다 필요 없고 사과가 먼저죠. 늦어서 미안하다 한마디면 깔끔하잖아요? 그게 뭐 어렵다고 사과를 절대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과를 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해요.
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도권을 빼앗긴다고 생각해요.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뭐 그런 사소한 일로 일일이 사과를 하냐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소하다고 생각하고 넘긴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 결코 사소하지 않아요.
배려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는 배려는 가짜다. 상대가 원하는가의 여부를 묻지 않는 배려는 가짜다. 자기중심적인 선심 쓰기는 자기를 내보이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진짜 배려는 절대 부담스럽지 않다.
시의적절함이 바탕이 된 배려, 나의 필요를 물어봐 주는 배려가 진정한 배려다. 배려는 무언가를 많이 해주는 것, 뭘 많이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형편을 혹은 필요를 물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
어른이면 대개 당신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도 자기에게 필요한 것은 알아서들 할 줄 안다. 배려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것저것 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뭐 도와드릴 게 있나요?", "필요한 거 있으세요?"하고 질문만 던져라. ( p. 151~152 )
이 부분에서 절대 공감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선심 쓰기와 배려로 정말 불쾌했던 적이 꽤 있거든요. 내가 원하지 않는 배려, 정말 배려일까요?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주는 것, 그건 과연 누굴 위한 걸까요? 주고 나서 자신은 보람되고 기뻤을까요? 받는 사람은 쓰레기를 떠안은 느낌인데...
더 이상 너에게 공감 주유소로 이용당하고 싶지 않아
공감은 마음의 일용할 양식이다. 어엿한 성인이면 양식 정도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매일 필요로 하면서도 자기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아니 자립할 생각조차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마약과 같은 공감'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 반대로 특정 대상에게 공감해주느라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무척이나 안타깝다. 어떤 경우에도 공감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람은 그렇게 당신의 공감 에너지를 충전 받고 난 뒤 사라진다. 볼일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는 마음의 기름이 떨어지고 나면 근처 주유소를 찾듯 당신을 찾아와 당연한 듯 같은 요구를 해올 것이다. 여기에 대해 어떤 방어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날은 물론 그 이후에도 끝없이 이용당하는 관계에 갇히고 만다. 알아버렸다, 내가 너의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걸 (P.222~224)
마약과 같은 공감, 공감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욕구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공감을 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습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하지만 상대가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리라고 단정 짓고,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사실 공감할 수도 있지만, 공감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합니다. 사람은 생각과 감정이 다 다르니까요. p220에 "같은 시간을 보냈으나 다른 관계를 맺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나와요.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도 그 추억이 누군가에겐 좋게, 누군가에겐 나쁘게 남을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함께 하고 난 뒤 "오늘 너무너무 좋았어. 너도 정말 좋았지?"라고 기쁨 가득한 표정으로 상대가 물어오면 차마 거기에 대고 "나는 별로 좋지 않았어."라는 말로 실망을 시키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 표정에는 "답은 이미 정해져있어. 너도 정말 좋았다고 어서 말해."라고 쓰여있어요.
그런데 항상 그런 식의 반복되는 질문은 너무 강요받는 느낌이에요. 질문을 살짝 바꿔서 "나는 오늘 이런 점이 정말 좋았어. 근데 넌 어땠어? 어떻게 생각해?"라고 내 의견을 물어준다면 답하기 훨씬 수월할 거예요. 그 질문에는 의견이 달라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여기까지 [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 책 내용을 몇 가지 살펴봤습니다. 저는 보통 책을 천천히 여유롭게 보는 게 아니라 속독하는 편인데요. 책 한 권을 며칠씩 본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보통 하루 안, 몇 시간 안에 다 읽습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고 습관이 되어서 속독을 해도 놓치는 부분은 없어요.
평소에도 인간관계, 인간 심리에 관심이 워낙 많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리고 읽다가 중간에 한번 눈물이 터지기도 했는데요.
깊은 상처가 된 사건들이 떠올라서 책을 덮고 한참 울었습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상처받지도 않고, 너무 멀어져 외롭지도 않을 그 적정거리를 찾기 위해서 오늘도 호저의 딜레마는 계속되나 봅니다.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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