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뒷베란다(발코니) 쪽은 확장 공사를 하지 않아 거의 창고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한쪽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짐이 어수선하게 한가득 쌓여있고, 그 맞은편에는 책장에 책이 가득했다.


집수리 공사를 시작하기 전, 어지러운 짐들을 미리 정리정돈하기 위해 주문한 벽선반을 가장 먼저 설치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이 방을 포함한 2개의 방은 어차피 도배와 바닥을 하지 않아, 방 전체를 짐들로 꽉꽉 채워둔 상태였다.


신축 아파트에는 수납공간이 워낙 잘 되어있지만, 오래된 아파트는 공간 활용이 실용적이지 못하다. 간단하게 벽선반을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정리정돈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벽선반 주문제작으로 정리정돈 쉽게 하기


창고 용도이다 보니 특별히 요구하는 디자인 없이 가장 단순한 형태로 주문제작했다. 그전에는 부피가 큰 짐들을 그대로 쌓아올려 놓다 보니, 위쪽 공간까지 알뜰하게 활용할 수 없고 아래쪽에 있는 짐은 꺼내기 힘든 불편한 점이 많았다. 





렇게 단순한 칸막이 2개만 달아줘도 정리정돈이 훨씬 쉬워진다. 문이 달린 수납장을 짜넣어서 더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문이 열리는 공간만큼 앞에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앞에도 짐이 많아서 문이 없는 게 더 실용적이었다. 





이곳이 아무리 창고 용도라지만, 왜 도배를 하지 않았는지 지금 봐도 참 의문이다. 벽지의 색깔이 이중, 삼중이다. 페인트칠이라도 한번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맨 아래쪽에는 길쭉한 짐들을 넣기 위해 가장 높게, 2, 3층 공간은 동일한 높이로 달았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온풍기, 전기난로 등이 이 창고에 몇 년째 처박혀 있었는데 마침 필요하신 분들을 찾아서 드릴 수 있었다.





맞은편에 있던 책장은 버리고, 그 자리에 내방에 있었던 공업용 재봉틀을 넣으니 딱 맞았다. 재봉틀이 있는 벽에도 실이나 부자재 등을 간단히 올릴 수 있는 사진처럼 간단한 선반을 하나 주문했다. 예쁜 디자인은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구매 가능하지만, 오로지 실용성만 생각해서 인테리어 업체에 모두 맡겼다.





그런데 우리가 주문한 것과는 전혀 다른 벽선반이 도착했다. 처음에 우린 물건이 잘못 왔다고 생각했다. 우린 그냥 나무판 하나 정도의 가벼운 형태를 원했을 뿐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벽선반이 온 것이다. 의사전달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인테리어 사장님이 상의도 없이 이게 더 실용적이라고 만들어오신 것이다.;;;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실용적일지 아닐지는 고객이 판단할 문제다. 한번 달아보고 정 마음에 안 들면 그때 다시 떼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벽의 정중앙에 달아달라고 분명히 부탁드렸는데, 잠시 자리 비운 사이 하필 창문 쪽에 붙여서 달아놓으셨다. 아...;;;;





3층으로 만든 선반은 투박하지만 튼튼하게 잘 만들어 주셔서 안정감 있어 보인다. 화이트나 연한 원목 느낌이 더 좋지만, 그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세세하게 요구하진 않았다.





나무 판때기 하나만 올리면 무게를 지탱하기에 힘이 약하다. 아래쪽에는 지지력을 높이기 위해 이렇게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2, 3층에는 가벼운 짐 위주로 보관하지만, 꽤 무거운 것을 올리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1층에는 높이가 높고 무거운 짐을 위주로 정리한다. 커다란 상과 책장이 들어가는 높이다. 이 책장도 예전에 주문제작한 것으로 처음에는 책꽂이 용도가 아니라, 옷 정리 수납 용도였다. 방 안에 있는 책장에는 비교적 자주 보는 책들로, 이 책장에는 처분하기엔 아깝지만 자주 보지 않는 책 위주로 정리했다.





어릴 때 보던 세계문학 전집은 요즘도 종종 읽곤 한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 빛바랜 누런 종이, 큰 책 사이즈에 비해 깨알 같은 글씨, 맞춤법이나 표현에서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책장의 깊이가 깊어서 책을 두 겹으로 꽂을 수 있다.





세계문학 전집보다 더 오래된 루이제 린저 책은 초등학생 때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건 엄마가 처녀 때 월급 받아 산 책들이다. 이런 건 아무리 오래돼도 버릴 수가 없다. 아니, 오래될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느낌이다.





분명히 책을 몇 차례나 정리했지만 어디서 숨은 책이 계속 계속 나온다. 책장 뒤쪽으로도 공간이 있어서 책을 담은 몇 박스를 쌓아뒀다. 아무래도 책 정리는 몇 차례 더 필요할 듯하다.





이렇게 1~3층을 구질구질한 짐들로 가득 채웠다. 미관상 아름답진 않지만, 꽤 실용적이고 편리하다. 이곳을 이렇게 창고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페인트칠해서 예쁘게 꾸며봤을 텐데 말이다.





재봉틀 위에 달았던 무거운 선반은 결국 떼어내서 바닥에 자리 잡았다. 크고 툭 튀어나와서 창가에 딱 붙어 있으니 보기에도 답답하고 좋지 않았다. 잘못 제작했으니 반품시키는 게 옳았으나, 다른 수납 용도로 쓰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한쪽 모서지는 진작 박살 나 버렸다. 어디까지나 선반의 용도이지, 성인 남자가 발을 디뎌도 될 만큼 튼튼하진 않다. 발을 디디는 사람이 더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





아빠가 밭에서 수확해 오신 양파와 감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외관상 아주 보기 좋고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벽선반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정리정돈이 쉬워져서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다. 이전보다 수납공간이 넓어지고 물건 꺼내기도 훨씬 수월해져서 좋다. 


짐 한번 꺼내기도 힘들고, 볼 때마다 '저거 언제 한번 날 잡아 정리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에 항상 숙제처럼 남아있던 일을 이번에 해버려서 나름 속이 시원하다. ㅎㅎ


다음 시간에는 리모델링 공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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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dianday.tistory.com BlogIcon ADian 2020.08.13 13:38 신고

    와... 역시 금손 인정입니다!
    저는 못할 것 같은데 대단하세요 ㅎㅎ

  2. Favicon of https://dreamlover2425.tistory.com BlogIcon 드림 사랑 2020.08.13 14:19 신고

    전 안읽는책을 당근마켓에 올렸는데 구매할사람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

    벽선반도 주문제작하셨군요 점점 분위기좋은집으로 변해가는것같아요

    • 그 유명한 당근마켓 해봐야지 하면서 한번도 안해봤네요~
      (올리신 책 구매자가 곧 나타나길 바랄게요 ^^)
      알라딘에는 판매 가능한 책이 한정적이라,
      거의 기증이나 선물, 폐지로 많이 내놓게 되는 것 같아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드림 사랑님 :)

  3. Favicon of https://roan-junga.tistory.com BlogIcon 로안씨 2020.08.13 14:38 신고

    와..... 저도 이렇게 만들어서하고 싶은데
    공간이 솔직히 너무 작아서 이제는 선반을 놓을 때도 없답니다 ㅎㅎ
    너무나도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정리도 깜끔하게 잘되어있고 말이죠 흐흐

    • 맞아요~ 공간이 비좁으면 뭘 하기가 어렵죠.
      같은 평수의 신축 아파트는 정말 수납공간이 많더라고요.
      선반에 별다른 디자인은 없고 투박하지만,
      실용성은 만점이네요! ㅎㅎ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로안님 :)

  4. Favicon of https://koor0013.tistory.com BlogIcon 계리직글옮기는중 2020.08.13 17:15 신고

    우아 정말 속 시원하실거 같아요!!!
    저도 저렇게 해서 정리좀 하고 살아야 겠어요!!!
    너무나도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20.08.14 06:22 신고

    벽선반을 주문 제작하여 수납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드셨군요
    저희도 오래된 아파트라 주문 제작해서 만든 선반 책장이 있습니다^^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 그죠~ 오래된 아파트는 수납공간이 영 부족해서,
      주문제작해야 공간에 딱 맞고 좋더라고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D

  6. Favicon of https://iamnot1ant.tistory.com BlogIcon 베짱이 2020.08.14 06:27 신고

    집주인이신가보네요.
    선반 등을 설치하려면 구멍이 날텐데.....
    요즘 임대아파트 등에 관심이 생겨서... ㅋㅋㅋ 집주인이시군요. ㅋㅋㅋ

    • 큰 선반을 설치하려면 아무래도 벽에 구멍은 많이 납니다 ㅎㅎ
      가벼운 선반은 벽에 흠집을 안내고 가능한 경우도 있고요~
      제가 집주인은 아니고, 부모님집이에요^^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

  7. Favicon of https://sesack.tistory.com BlogIcon 세싹세싹 2020.08.14 10:03 신고

    아 원래 주문한대로 제작해주지 않고 위치도 맘대로 달다니요....
    저 같음 넘 화났을 것 같아요 ㅠㅠㅠㅠ
    그나저나 예전에 사 놓으신 세계문학전집~!
    이런 책들 넘 좋네요!
    추억이 남아있는 책들은 그걸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 넹~ 어릴때 읽던 동화책은 필요한 분들께 다 드려서 없는데,
      전집 몇권은 겨우 남겼어요 ㅎㅎ
      다시 읽으면 또 새로워서 좋더라고요.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원하는대로 잘 해주지 않아,
      조율하는 과정이 좀 힘든 것 같아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D

  8. Favicon of https://perfume700.tistory.com BlogIcon 아이리스. 2020.08.14 16:22 신고

    창고형이라 간단하게 선반만 달아놓아도
    멋진 수납공간이 만들어 졌네요
    집에 이런 잡다한 물건들을 수납할 공간도 필요하더라구요
    울집은 창고가 없어 베란다에 앵글을 짜서 넣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나만의 서재를 같는게 꿈이라
    앨리님 처럼 베란다에 책박스만 가득인데
    그걸 볼 때 마다 남편은 다른 물건 놓은 공간 없다며 갖다 버리라고 성화거든요
    그래서 동네 무료 도서관에 기증할까 생각중이에요...^^

    • 저도 서재가 너무 필요해요^^
      작업실, 드레스룸 등등 저 혼자 방 다섯개는 필요할 것 같아요 ㅎㅎ
      저도 도서관 기증 해봤는데, 좋은 방법이에요~
      앵글을 짜넣는 것도 좋겠어요!
      앞베린다(발코니)에 창고가 있지만 부족해서,
      뒷베란다방까지 창고로 쓰고 있네요.
      미니멀라이프의 길은 아직 멀었군요^^;;

  9. Favicon of https://jennablog.kr BlogIcon 제나  2020.08.14 19:08 신고

    저도 빔프로젝터 올려둘 벽선반 하나 생각중이었는데
    이 포스팅을 읽고 아이디어 얻어가네요.
    공간에 맞게 맞춤제작을 할 수 있다니 괜찮은데요.
    고객의 주문과 다른 형태의 선반을 보낸건 좀 아쉽네요.
    실용적인걸 판단하는 기준은 사용자에게 달려있는건데 좀 어처구니 없어요.
    제가 사는 아파트도 죽어있는 빈공간이 많은데 선반 넣고 정리정돈좀 해봐야겠어요 ^^

    • 빔프로젝트 선반 생각하고 계셨군요^^
      요즘은 온라인 주문해서, 셀프로 설치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예쁘고 실용적인 게 정말 많더라고요!
      인테리어 업체가 엄마와 지인분(친한 지인은 아니고요)인데,
      업체 선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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