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적 성장/DREAM TRAVELER

재밌는 꿈의 시각화 : 한 사람의 상처를 안아주는 꿈 일기

by 앨리Son 2023. 2. 23.


한 사람의 상처를 안아주는 꿈을 꿨는데, 그 고통이 내 몸속 깊이 강렬하게 파고드는 엄청난 느낌을 받았다. 하마터면 놀라서 깰 뻔했지만 다행히 계속 이어졌다. 단순하고도 재밌는 꿈의 시각화에 어이없기도 하고, 꿈이야말로 속일 수 없는 가장 솔직한 차원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앞모습이-보이는-여자와-뒷모습이-보이는-남자가-포옹하는-사진
허그-포옹

꿈 이야기 : 재밌는 꿈의 시각화

 

2월 22일 바로 어제 꾼 따끈따끈한 꿈이다. 처음 보는 어떤 집 거실에서 우린 마주 보고 서 있다. 잠들기 전에 짧게나마 그의 생각을 하고 잤는데, 바로 꿈으로 이어진 것이다. 영원히 끈끈할 것 같은 인연도 언젠가 멀어질 수 있고, 멀게 지내던 인연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 속으로 훅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근원은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감을 강하게 느낄 때도 있고 약하게 느낄 때도 있고 때론 끊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와 여전히 연결되어 있지만 연결감이 약하다고 느끼는 요즘이었다. 그러자 꿈에 바로 나타나서 연결감을 재확인시켜주는 센스랄까 뭐랄까.


그는 언제나 괜찮아 보여서 그의 아픔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 그의 입으로 "안 괜찮다"라고 말해도, 그 말을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는 웃으며 가볍게 그 말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괜찮은 척을 참 잘하는 사람이다.

 

 

그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런 면이 있어서 종종 오해를 산다. 내가 그를 보는 것처럼, 누군가도 내게 똑같은 말을 했다. 너는 언제나 괜찮아 보이고, 잘 사는 것 같다고.. 진심으로 안 괜찮다고 말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가볍게 또는 희화화해서 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완전 다른 사람처럼 나타났다. 웃통을 벗고 있는데, 보기 좋게 태닝 한 피부에 근육을 자랑하는 포즈를 취하며 과하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운동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무슨 근육을? 팔뚝과 손등에 선명한 핏줄은 주삿바늘을 꽂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근육에 힘을 주느라 얼굴까지 붉어진다.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러지 싶었다.


그런데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긁힌 상처도 있었지만, 대부분 총알이라도 박힌 것 같은 깊은 흉터가 수십 개다. 가슴, 어깨, 등 위쪽으로 퍼져있는 그 흉터는 모두 심장과 가까운 위치다. 모두 오래되어 깊은 흉터로 자리 잡은 것들이다. 너무 충격적이라 "무슨 상처가 이렇게 많아?" 하면서 놀라서 하나하나 살핀다.

"여기, 여기, 여기...." 하면서 하나하나 그 자리를 손으로 짚으며 쓰다듬어 본다.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멀쩡한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그의 상체를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마음속 깊은 상처들을 피부 밖으로 모두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느낌이다. 꿈의 시각화는 정말 재밌다. 그 흉터들 중에는 내가 낸 상처도 있겠지? 그 상처가 마치 나인 것도 같다.

 

한 사람의 상처를 안아주는 꿈 일기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자, 오히려 그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안아주려고 팔을 벌린다. 품에 안기자마자 나는 소리를 지르며 바로 몸을 뗀다. 그의 가슴이 내 몸에 닿는 1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순간에, 형언할 수 없는 압축된 고통이 내 몸속으로 순식간에 흡수되는 강한 통증을 느낀 것이다.

벼락을 맞으면 이런 느낌일까? 벼락을 안 맞아봐서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느낌의 충격이다. 우리 둘 다 너무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는 내가 괜찮은지 살피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그를 안으려고 다가간다. 그러자 오히려 겁에 질린 그가 뒷걸음질 친다.

더 이상 도망쳐도 소용없어. 나는 피할 생각이 없거든. 다시 그를 세게 안았다. 이 고통을 피하지 않기 위해 손에 깍지를 끼고 버틴다. 무언가 엄청난 소용돌이와 전류가 우리 몸을 휘감았고, 마침내 우리의 상처는 하나가 되었다. 그 뒤에 우리는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으로 꿈이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상처받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지만, 실상 그것 역시도 결국은 다양한 체험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미리 선택했거나, 필요한 순간순간 얻게 되는 체험 말이다. 하지만 우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관념의 작용으로만 판단하고 사로잡히고 매몰된다.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으려고 태어났다. 그것을 피할 수 없다. 이는 하나의 표현이고, 말장난일 뿐이다. 우리는 다양한 모든 것들을 나누고 경험하고 느끼려고 왔다. 거기엔 사람들의 관념이 있을 뿐 좋은 것, 나쁜 것의 구분은 없다.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인간이 아니면 누가 느낄 수 있을까?

고통이 오면 고통을 느끼고, 사랑이 오면 사랑을 느끼고, 부자의 풍요로움도 느끼고 가난함도 느껴라. 사람들과의 연결감에서 행복도 느끼고, 철저히 단절된 듯한 외로움 속에서 몸부림도 쳐보라.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우월감도 맛보고, 찌질함의 대환장 파티도 경험해 보라.

모든 감정과 감각을 오롯이 느끼는 게 이 세상 인생 체험 프로그램이다. 너무 괜찮은 척할 필요 없다. 좀 징징대고, 못난 모습 보여도 괜찮다. 이 세상에 진짜 못난 사람이란 없다. 누구는 대단해 보이고 누구는 하찮아 보일지 몰라도, 결국 다 각자의 고유한 세상을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새삼 그게 참 소중하단 생각이 든다.

 

마무리

 

왜 이 꿈 일기를 쓰는 순간에도 저 깊은 단전에서부터 뭉클뭉클함이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가끔 이런 영성 글을 쓸 때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와서 대신 쓰는 느낌도 든다. 한 사람의 상처를 안아주는 일은 곧 나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일이다. 그게 무엇이든 피하지 말고 즐겨보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안아주자.

공유 버튼 이용 온라인 스크랩만 허용합니다.
무단 복사 도용 및 2차 변경을 금지합니다.

댓글